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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州)에서 주(州)로 이어지는 미국 교사 파업
직종을 뛰어넘는 현장 노동자 연대

‘분노’ 또는 ‘멈춤 경고’를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구호를 외치는 애리조나주 교사 노동자들과 지지자들 ⓒ출처 Gage Skidmore(플리커)

2월 말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州)에서 시작된 미국 교사들의 파업이 이후 세 달 동안 오클라호마주, 켄터키주, 애리조나주, 콜로라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으로 확산되며 영감을 주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공격으로 미국 공립학교 교사들의 처지는 만신창이가 됐다.

교육 예산 삭감으로 교사들은 심각한 저임금 상태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학력이 비슷한 다른 부문 노동자들보다 임금이 평균 17퍼센트 낮은데, 1994년의 1.8퍼센트보다 격차가 훨씬 커진 것이다. 미국 노동자 전체가 수십 년 동안 임금이 사실상 삭감됐던 (40년 동안 임금이 고작 10퍼센트 올랐다) 것을 감안하면, 교사들의 실질임금 삭감 폭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투잡’을 뛰어 모자란 생계비를 벌충하고 있다.

교직의 76퍼센트를 차지하는 여성 교사들이 특히 커다란 공격을 받았다. 1960년에 여성 교사는 학력이 비슷한 다른 부문 여성 노동자들보다 임금 수준이 14.7퍼센트 높았지만, 2000년이 되면 오히려 역전돼 여성 교사들은 다른 부문 여성 노동자들보다 임금이 13.2퍼센트 낮다.

구조조정도 심각한 문제다. 빈번한 해고로 정규 교원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예컨대 애리조나주는 현직 공립학교 교사의 약 10퍼센트를 정규 교원이 아니라 (교원 자격증이 없는) 시간제·기간제 교사로 충당하고 있으며, 정규 교원과 비정규 교원 모두 학생 시험 성적에 기반한 평가 제도 때문에 상시적 해고 위협에 시달린다. 교육 예산 삭감으로 교육 환경도 열악해져, 교사들은 개인 돈 연평균 687달러(약 75만 원)를 종이·필기구 등 교구 구입에 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교육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주정부는 학교 도서관 사서, 상담사, 직원 등 비(非) 교사 학교 노동자를 대거 구조조정했고, 그 때문에 교사들의 노동 조건이 훨씬 더 열악해졌다. 학생들의 교육 여건도 당연히 더 나빠졌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교사들이 임금 대폭 인상과 교육예산 삭감 반대를 걸고 파업에 나섰다.

고무적이게도, 교사들은 비 교사 학교 노동자들과 단결해 파업에 나섰다.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교사 2만 명과 학교 노동자 1만 3000명은, 주정부의 갖가지 이간질 시도에도 끝까지 파업 대열을 함께 지켰다. 이런 단결이 승리의 중요한 동력이 됐다. 5월 중순에 파업에 승리한 애리조나주에서도 교사들은 상담사, 사서, 스쿨버스 운전사, 심리치료사, 사무 노동자 등과 함께 애리조나교육연합(AEU)이라는 연대체를 만들어 함께 싸웠다. 주 전체 1500여 공립학교 중 절반 이상인 800여 곳에서 파업에 동참했는데, 학교별·부문별로 보낸 연대체 파견자만 도합 2000명에 이르렀다.

현장 노동자 연대

이 같은 노동자 연대가 파업 확산과 승리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

미국 교사들의 노동조합 운동은 역사가 매우 오래됐고 조직 규모도 미국 최대 수준이다. 양대 노동조합인 전국교원연합(NEA)과 미국교원연맹(AFT)은 각각 1857년, 1916년에 설립됐고, 노조 조직률이 가장 높은 부문(33.5퍼센트, 2017년)에 속한다. 그러나 1959년에 위스콘신주에서 주법으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집단 행동권을 최초로 제약한 이래, 교사 노동조합의 지도부들은 투쟁을 극도로 꺼려 왔다. 그보다는 이들은 노동조합을 ‘기업식’으로 운영하면서 교섭에 몰두해 왔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은 레이건 정부 이래로 공화·민주 양당이 모두 계속해 온 교육 여건 악화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거의 맞서지 못했고, 오히려 민주당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이나 오바마 시절에도 구조조정의 강도는 셌으면 셌지 결코 약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지금 파업 노동자들은 기층 노동자들의 연대를 조직해 투쟁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교육 부문 내 직종 간의 차이를 넘어서서 건설되며, 투쟁을 피하려는 노동조합 지도부를 아래로부터 압박해 파업을 선포하게 하고(오클라호마주), 파업 기간에도 끊임없이 독자적 행동을 건설하며(애리조나주), 지도부의 파업 종료 선언에도 굴하지 않고 자체의 민주적 결의로 파업 대오를 지켜 끝내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웨스트버지니아주).

노동자들의 이런 적극적·전투적 투쟁 건설은 미국에서 ‘점거하라’ 운동의 서막을 알렸던 위스콘신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중적 정부 청사 점거 운동에서 배운 것이다. ‘위스콘신 투쟁’은 미국 노동운동에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아래로부터의 노동계급 저항의 힘, 조직화 능력을 의제에 올렸던 사건으로(관련 글: 《마르크스21》 12호 ‘미국 ‘점거하라’ 운동의 의의’), 이후 시카고 교사들의 두 차례 대규모 파업, 월마트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에 큰 영감을 줬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 특히 공화당이 주도적인 지역에서 이번에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것은 정치적 운동에서 표현된 저항의 정서에 고무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투쟁의 참가자들은 그 자신이 트럼프 정부 1년 동안 인종차별·성차별·경찰 폭력에 맞선 대규모 거리 항의 시위에 직접 참가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샌더스 열풍에 동참했던 청년들의 연대와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 노동운동 좌파들은 그런 저항의 열기를 교사들에게 전달하고 교육 노동자들의 투쟁을 확산시키는 데에 일정 구실을 하고 있다. 좌파들은 여러 주에서 교사 파업에 대한 연대를 조직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연대를 다른 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끈기 있고 정치적인 방향으로 계속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남한의 노동자·좌파들은, 미국 노동운동이 교사 파업에 영감을 얻어 새로운 투쟁의 전기를 열기를 기대하면서, 미국 교사 파업이 보여 준 현장 노동자들의 직종과 부문을 뛰어넘는 적극적 투쟁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