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완전히 어기고 있는 문재인 정부 지난해 11월 열린 공무원 노동자 총궐기대회 ⓒ이미진

공무원노조는 2002년 출범 때부터 정권의 온갖 탄압을 받아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여러 차례 설립 신고 반려와 노조 사무실 폐쇄를 했다. 그럼에도 공무원노조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대표 노조로서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이는 정부의 모진 탄압에 맞서 해직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있게 투쟁해 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노조 합법화를 반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가 설립 신고(합법화)의 조건으로 정부가 요구한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규약에서 완전히 지운 것은 유감이다. 다수의 해직자들과 노조 내 투사들이 설립 신고를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증을 내준 날 전교조에게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전교조의 법외노조 해결은 어렵다”고 했다. 공무원노조처럼 해직자 조합원 규약을 삭제해야 설립 신고를 내주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결국 박근혜의 적폐 중 하나인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원상회복 책임을 오히려 전교조에게 전가하고 있는 꼴이다.

모순적

공무원노조 합법화 후, 여러 구청 지부들이 단체장을 초대해 공개적인 노조 현판식을 했다. 공무원노조와 정부 사이에 공식적인 협상도 시작됐다. 지난 정부 때 노조 현판을 떼어 가고 노조 사무실을 폐쇄했던 것에 비춰 보면, 격세지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공무원노조 내 활동가들은 노조 설립 신고를 계기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듯하다.  

공무원노조 지도부도 “교섭” 시대가 열렸다며, 해고자 원직복직, 정치기본권·노동기본권 보장을 교섭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한다. 이 요구들은 공무원노조의 숙원이고 반드시 쟁취해야 할 과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일자리 확대를 공약하고, 집권 기간 동안 공무원 17만 4000명을 증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약속을 어기고, 지난해 증원 계획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게다가 정부는 “공무원 증원 등 긴급조치가 필요하지만 공무원이 민간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거나 복지혜택을 누리는 것은 문제”라며 일자리 예산을 늘리기보다 기존 공무원 노동자들의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  

공무원 임금은 2017년 기준으로 민간 부문 임금의 86퍼센트에 불과하다. 2004년 95.9퍼센트까지 접근하기도 했지만, 그 수준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올해 임금 인상률은 2.6퍼센트에 불과해 공무원 임금 수준은 전년보다 더 하락했다. 게다가 하위직 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 연가보상비도 줄이고 있다. 정부는 초과근무수당 등을 줄이고 그 돈으로 신규 채용 재원으로 쓰겠다고 한다. 이게 문재인 식 소득성장론이다!

무엇보다 ‘특혜’라고 공격해 온 공무원연금도 이명박근혜 때 최악의 삭감으로 인해 노후조차 불안해졌다. 특히 2010년 이후 들어온 하위직 공무원들은 연금이 대폭 삭감됐다.

그럼에도 문재인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도록 각 부처와 소속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과감하게 정부 혁신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며 공공연히 공무원들을 압박한다. 그러나 진정 혁신의 대상은 양승태 등 고위직들이다.

사회적 파트너십

한편, 문재인은 박근혜가 추진했던 성과연봉제와 성과주의 임금 정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말뿐이었다. 실제로는 성과주의 임금 정책이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 때와 달라진 점은 노조와 학계, 법조계 등이 참가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성과주의 정책을 강요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사회적 파트너십’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전임 정부와 달리 공무원노조를 합법화하고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지만 전임 정부와 같은 공격을 하고 있다.

2015년 공무원연금 삭감에 합의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결과”라고 한 바 있다. 새정치연합은 협상 테이블에 노동조합을 끌어들인 것을 ‘사회적 합의’로 포장했다. 당시 문재인은 “고통을 분담해 준 공무원들에게 큰 보람이 될 것”이라 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삭감분을 공적연금 강화에 사용하겠다는 합의는 공무원연금만 개악한 이후 모르쇠로 일관해 결국 공수표가 됐다. “큰 보람”이 되기는커녕 노동자들은 그저 고통만을 전담하고 ‘먹튀’를 당한 것이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시기에는 지배자들이 약간의 양보도 꺼리고 오히려 전에 줬던 것도 회수해 가려 한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듣기 좋은 말로 포장돼 있지만 결국 노동자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들을 ‘철밥통’에 비유하며 비정규직 차별 해소 운운했지만 최근 최저임금법 개악에서 보듯 이들의 ‘노동 존중’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드러나고 있다.

결국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고 ‘노동 존중’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노조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고 정부가 받아들일 만한 수준의 ‘현실적인’ 타협안을 고민하면 안 된다. 노동조건 악화를 노리는 각종 정책에 맞서 전열을 가다듬고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