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 농단:
법원이 개혁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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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반노동 재판 거래 의혹이 결국 검찰 수사로 번졌다. 6월 15일 현 대법원장인 김명수는 수사에 협조하겠다 했다. 하지만 김명수 자신을 포함한 대법관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부인했다. 법원행정처도 검찰에 하드디스크 제출을 거부했다.
대법관들이 이렇게 나온 마당에 검찰 수사가 원활하게 이뤄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이나 구속 등이 필요해도 그것을 허가할
수사를 잘해도 재판 거래 범죄를 제대로 판결할까 의심스러운 판국에 수사마저 부실해지면 더더욱 단죄 가능성이 낮아진다.
재판 거래의 일부였던 대법관들이
6월 28일 쌍용차 노동자 한 명이 또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명박 정부의 살인 진압 피해자였다. 대법원이 재판 거래로 쌍용차 노동자들을 또다시 궁지로 몰지 않았다면 그렇게 세상을 뜨지 않았어도 될 목숨이었다.
당시 쌍용차 노동자들은 파업 후 사회에 이렇게 호소했다. “왜 우리를 구속시키는 법만 적용하고, 우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은 적용되지 않는 건가?” 재판 거래 의혹의 폭로는 그 이유의 일단을 알려 준 사건이다.
노동자들이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판결이 양승태 체제 아래서 대법원에서 뒤집히자 KTX 승무원, 쌍용차 노동자들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생겼다. 전교조에서는 수십 명의 해고자들이 양산됐다. 진보당 의원과 활동가들이 정당한 시민권을 빼앗기고 부당한 징역형을 살았거나 아직도 살고 있다.
양승태와 그 측근들은 증거 인멸과 다름없는 일들을 자행하고도 자기는 죄가 없다고 뻔뻔하게 부인했던 것이다.
사법부 개혁이 가능할까
사법 농단의 중심에는 법원행정처가 있다. 양승태와 전 법원행정처장 박병대 등의 컴퓨터를 디가우징
법원행정처는 판사 인사 관리, 재판 배당 등의 사법 행정
서열이 엄격한 조직인 법원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한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맡고 그가 임명한 보직 판사들이 인사, 재판 관리 등 법원 행정을 담당하니, 법원행정처의 권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들이 사법부 내 고위직
이번 사법 농단 스캔들에서 양승태의 심복인 임종헌이 바로 법원행정처의 2인자 자격으로 앞잡이 구실을 했다. 그렇다면 법원행정처장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까?
비록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이지만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하고 그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들을 추천하므로
그동안 자유주의적 사법 개혁론자들은 법원행정처를 판사가 아닌 일반 공무원이 맡고 판사는 재판만 맡게 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기관이며, 기성 체제의 법률에 따르는 곳이다. 따라서 서열에 따른 운영이나 인적 구성만이 아니라 기능도 가장 보수적인 곳이다. 3권 분립이 최초로 구현된 미국에서 그 토대를 놓은 인물들은 선출되지 않는 사법부의 기능이 혹시 ‘민중적’으로 구성될지도 모를 의회에 대한 견제라고 못 박았다.
사법부가 대통령의 임명권이나 국회의 임명 동의권을 거쳐 고위직을 충원하는 구조는 권력 3부가 모두 동의할 만한 사람들로 사법부 상층을 구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3권 분립 강화로는 반노동계급적 사법 농단이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다. 1심, 2심, 3심을 모두 독립적인 기관으로 하자는 일각의 개혁 방안도 진정으로 노동계급에게 공정한 재판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은 못 된다.
6월 21일 대법원장 김명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근로기준법의 휴일 초과 근무에 대한 초과수당을 할증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기업주들이 원한 결과였다. 양승태 체제에서 법 개악을 기대하며 무려 7년이나 미뤄 둔 것이었고, 마침내 2월 말 국회는 할증 지급을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으로 법을 개악했다. 이 개악이 이번 판결의 근거였다.
이처럼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