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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로 나아가는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부,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는 둘 모두에서 실패하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구조조정과 최저임금 개악 등을 추진하며 자신의 약속과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 전망 등 경제 지표가 악화하자 문재인은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라고 관료들을 채근하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 ‘산업’은 정부와 재계가 혁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분야다.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6월 26일 ‘데이터산업활성화전략’을 결정했는데, 한마디로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는것이다. 여기에는 개인들의 민감한 의료정보인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규제 완화도 포함된다.

박근혜 정부가 시도했던 의료민영화 정책들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출처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가 너무 엄격해 기업들의 접근과 활용이 어렵다고 불평한다. 약학정보원이 50억 건에 이르는 개인 정보를 미국 빅데이터 업체에 판매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6000만 건의 건강정보 데이터를 민간보험사에 팔아먹은 게 폭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정부는 속도를 내기 위해 개인정보관련법 개정 없이도 개인이 기관으로부터 자신의 정보를 다운로드해 건강관리서비스 업체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실시간 건강관리를 받는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통합 개인건강 기록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도화 할 생각이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검사 기록을 요청해 다시 제출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자신의 진료 정보를 한눈에 보기를 원하는 환자들은 이에 끌릴 수 있다. 거기다 실시간으로 맞춤형 건강관리를 해 준다니 말이다. 때마침 운동량, 혈당 등을 측정해 건강이 증진되면 보험료를 인하해 준다는 ‘건강증진형’ 민간보험 상품들이 출시됐는데, 두 달 만에 6만 건이 팔릴 정도로 관심이 높다.(건강을 챙길 여유가 없는 노동자들은 건강증진이 쉽지 않아 보험료 인상률에서 차별받을 수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 규제 완화는 환자들의 필요나 건강 관리를 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보건의료 서비스를 영리화하는 조처로,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환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 버린다.

헬스케어서비스(건강관리서비스) 진출은 그동안 민간보험사들이 눈독을 들여 온 사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하는데 그동안 보험사들은 병원이 보유한 의료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기고 있다.

특히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는 빅데이터와 달리,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 개인건강 기록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는 데이터에서 개인 식별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을 개악해 기업들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돈벌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민감한 건강·질병 정보가 기업들의 손아귀에 떨어질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혁신성장’의 북소리에 맞춰 경총은 ‘혁신성장 규제개혁 과제’로 “영리병원 설립, 원격의료 허용”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자 기획재정부는 문재인의 ‘속도전’ 지시로 대한 상공회의소에 둥지를 튼 “혁신성장 본부가 원격의료” 등을 “규제 혁파 대상”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늘리는 한편, 제약·의료기기 업체와 민간 보험사의 이익도 챙겨주려 한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기업주들의 이윤으로 넘겨주는 것은 파렴치한 도둑질에 가까운 짓이다.

문재인 정부는 보험료 인상을 ‘지난 10년 평균치 이하로’ 묶어두겠다는 약속을 불과 1년도 안 돼 어기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3.49퍼센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8년 만에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지방 선거에서 당선한 일부 광역단체장들은 규제프리존법 같은 대표적 의료 민영화 조처를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근혜 ‘창조경제’의 의료민영화 정책들이 지방 선거 압승과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문재인의 ‘혁신성장’에서 되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