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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로운 학교를 원한다”

지난 5월 7일 청소년 1천여 명이 내신등급제와 본고사 부활 시도에 항의하며 촛불집회를 벌였다.

교육당국은 이 집회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의 집회 참가를 막아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인근 초등학교에 상황실까지 설치해 집회장에 장학관, 장학사, 각 학교 교장, 교감, 생활지도부 교사 들을 배치했다.

집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징계하겠다고 위협하고, 학교에서는 며칠 전부터 집회에 참가하지 말라는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일부 학생들의 참가를 만류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게다가 집회 시작 몇 시간 전부터 6천여 명의 경찰이 배치돼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럼에도 1천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청소년들이 징계의 두려움을 이기고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용기 넘치는 행동이었다. 그래서인지 집회 분위기는 뜨거운 환호와 속 시원한 발언으로 매우 활기 찼다.

첫 자유발언을 한 청소년은 “우리가 이 곳에 모인 것은 억압과 학생들을 바보로 만드는 사회에 종말을 선고하는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다른 청소년은 “학업 문제로 고민하다가 자살을 선택한 학생들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내 친구들을 돌려 달라”고 외쳤다.

한국청소년모임 위원장 신지예 학생은 “우리는 내신등급제도 본고사도 싫습니다. 우리는 자유로운 학교를 원합니다. … 이제 우리가 나서서 학교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하고 말했다.

시위를 주최한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이 집회 후 징계받는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을 방어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옳았다.
그러나 집회의 정치적 성격이 드러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추모제로만 집회를 이끌려 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주최측은 내신등급제나 본고사 부활 같은 정치쟁점을 명확하게 부각해서 얘기하지 않았다. 집회 초반 ‘청소년 다함께’가 준비한 집회 팻말을 내리라고 한 것도 이 부담이 반영된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이 집회는 1천 명이 모인 것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 집회 뒤에는 자신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친구를 적처럼 대하라고 강요하는 이 나라 교육에 분노를 느끼는 수백만 청소년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