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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자 기고:
직무교육 빙자한 고통전가를 고발한다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 1000여 명이 휴직·교육 중이다. 나는 그중 한 명이다. 2017년 10월부터 5주간 ‘직무 교육’ → 5주 휴직 → 10주 교육 → 10주 휴직을 반복하고 있다. 8개월 가까이 일을 못 하고 있다.

“체적 변형률 = a³(1+ε₁+ε₂+ε₃)-a³/a³”

이게 뭘까? 직무 교육 내용의 일부다. 현장에서 전혀 쓰지 않는 복잡한 수학 계산식을 배우고 시험을 친다. 노동자들을 앉혀 두고 수학 문제를 풀라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성과자들을 만들어 해고시키려는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

교육 대상자는 주로 활동가들이다. 사측은 우리의 발목을 묶어 두려고 일부러 공장에서 먼 곳에 교육장을 잡았다. 차로 1시간 30분 거리인 곳까지 보냈다.

교육장은 페인트 냄새가 심했다. 많은 이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우리는 전부 밖으로 나와 반발했다. 그러자 사측 관계자들은 수업 거부라면서 임금을 깎아 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의를 계속했다. 결국 사측은 환경 측정이라도 해야 했는데, 이산화탄소 지수가 평균치보다 2배 넘게 나왔다!

결국 매스꺼움을 호소하던 한 노동자가 쓰러졌다. 그 뒤에도 또 한 명이 쓰러졌다. 엠뷸런스를 불렀지만 근처에 병원이 멀어서 한 시간이나 걸렸다.

나는 어렵사리 교육을 끝냈지만 사측은 조선업 경기가 불황이라며 휴직하라고 했다. 노조가 파업을 했기 때문에 불황이 왔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위기의 책임은 우리가 아니라 경영진에게 있다.

나는 아직 언제 복직할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 있다. 아침마다 창 밖으로 출근하는 노동 형제들을 보고 자괴감도 느낀다.

하지만 나에겐 항상 함께해 준 동지들이 있다. 끝까지 투쟁해 꼭 승리할 것이다.

교육이 아니라 유배라고 항의하는 노동자들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