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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4차 시위:
폭염에도 “역사를 바꾸는” 여성 대중 행동이 계속되다

불법촬영(‘몰카’)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4차 시위가 8월 4일 광화문에서 열렸다. 아스팔트가 지글지글 끓는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고 휴가철이 시작된 상황에서도 여성들은 천대와 차별에 맞서 대규모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붉은 옷을 입은 여성 수만 명(주최 측 발표 7만 명)이 광화문 북단부터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서까지 들어찼다. 3차 집회와 마찬가지로 광주, 대구, 대전, 목포, 부산 등 전국에서도 1천여 명이 버스를 대절해 참가했다.

ⓒ이미진

3차 집회 뒤, 친문 인사들과 언론이 집회에 대해 지엽적 문제를 꼬투리 잡아 마녀사냥을 벌였다. 그러나 이 운동 참가자들은 위축되지 않았음이 이번 집회 규모를 통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도 여전히 높음을 보여 줬다. “자칭 페미 문재인은 응답하라”, “페미 공약 걸어놓고 나 몰라라” “촛불시위 혁명이고 여성시위 원한이냐” 등 문재인 비판 구호가 선창될 때, 참가자들의 호응이 특히 컸다.

4차 집회 직전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몰카’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웹하드 업체, 필터링 업체 등의 기업과 불법촬영물 생산자와 ‘전문 게시자’(헤비업로더) 사이의 추악한 유착을 드러냈다. 이날 집회에서는 이런 현실에 대한 분노가 두드러졌다. 불법촬영자들이 ‘몰카’로 수억 원씩 더러운 돈을 벌고도 겨우 벌금 5만 원을 받는 현실 등을 비꼰 재판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영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 등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힘차게 외치며 3시간 가량 지치지 않고 집회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이 손수 만들어 온 팻말들도 인상적이었다. “몰카남은 수익 4억원 벌금은 5만원”,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포주 국가 방치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몰카범죄 방관하는 사법부와 국회는 각성하라”, “여성인 나에게 조국은 없다”, “나는 노예가 될 바엔 반역자가 되겠다” "우리는 너희의 성적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다"

관광객과 외신을 겨냥한 영어 팻말도 전보다 많이 보였다.

한국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와 투쟁성으로 여성 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팻말도 눈에 띄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우리는 위대한 혁명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자부심

이번 시위에도 참가자 다섯 명이 삭발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 삭발 참가자는 ‘한국이 몰카가 많다고 관광객들에게 퍼뜨리는 게 나라 망신’이라고 비난한 어떤 주류 언론의 보도 행태에 분노의 비판을 가했다.

“한국이 몰카국이라고 퍼뜨리는 게 나라 망신이 아니라, 한국이 몰카국인 것이 나라 망신인 겁니다!”

또 다른 삭발 참가자는 이렇게 비판했다.

“우리의 고통은 남성들을 위한 포르노가 아니란 말입니다. 어째서 피해자들이 계속 생기는 데 몰카 범죄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질 않는단 말입니까!...자른 제 머리카락은 돌아오겠지만 먼 곳으로 떠나버린 피해자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미진

분노 어린 절절한 발언에 많은 참가자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집회장 주변에 있던 여성들 중에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성명서를 낭독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등에 구체적인 대책과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등의 고위직에 여성 임용 확대, 경찰대 입학과 경찰 채용에서 여성 비율 9:1로 확대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남대통령 문재인은 본인의 경솔한 발언을 아직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노력하겠다는 말은 권력을 이양 받은 정부가 사용할 말이 아니”라며 실질적 대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가족부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교육부, 법무부 등에서도 ‘몰카’ 근절에 더 많은 재원과 인력을 투여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표적인 여성 비하 사이트인 ‘일간베스트’를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유는 보장할 가치가 없다”며 ‘일베’ 폐쇄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을 통쾌하게 반박했다.

성명서는 “여성들이 인간 그 자체로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사회자는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종 참가자 수를 7만 명이라고 발표하면서 다음 번 집회에는 10만 명이 모이자고 호소하자 참가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여성 천대에 맞선 여성들의 대중 행동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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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차별 여성 여성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