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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제유곤 지부장 인터뷰:
직접고용과 생활임금 쟁취를 요구하며 투쟁하다

지난 몇 달간 LG 원청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노동자들에게 간접고용 지속을 전제로 약간의 ‘개선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조합원 압도 다수(95퍼센트)는 총투표에서 원청의 제안을 거부했다. 
한편, 하청업체들과 진행한 임금 협상도 결렬된 상태다. 하청업체들은 노조의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높은 지지로 파업을 가결시키고 지회별 순환 파업을 하고 있다. 제유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을 만나 현재 상황을 들어 봤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제유곤 지부장 ⓒ이미진

8월 8일 경고파업 집회 때 거의 모든 조합원이 모인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핵심 불만은 무엇입니까?

노조가 생긴 이후 4년 동안 하청업체 사장들이 법도 모르고 노조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합원들을 괴롭혀 왔습니다. 현안이 끊이지 않았고 비상식적인 행위들이 계속 벌어졌습니다.

지난해에 직접고용을 요구하자 LG는 하청 사장들을 ‘케어’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일이 반복됐고, 노동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절대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원청은 5대 개선안을 내놨지만 저희가 보기엔 허울뿐인 안입니다. 94퍼센트가 넘는 조합원들이 5대 개선안을 못 받는다고 결정했고, 직[접]고용 투쟁과 임금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간접고용 때문에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원청에서 나오는 돈은 정해져 있어요. 원청도 하청에 건당으로 줍니다. 하청은 더 많이 일을 시키고 성과를 내야 이익을 낼 수 있어요. 노동자를 쥐어짜야지만 자기 호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구조인 겁니다.

직원이 100명 있으면 1만~2만 원 ‘슬쩍’해서 얼마나 이익이 가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0명이면 2만 원씩만 ‘슬쩍’해도 한 명치 임금이 나와요. 처음에는 사장들이 소소하게 [임금 떼먹기를] 시작하죠. 그러다 점점 커집니다. [예컨대] 4대 보험 사측부담금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거나, 퇴직금을 자신들이 내야 하는데 임금에서 떼고서 통장에 넣어 줍니다. 이건 적금이지 퇴직금이 아닙니다. 퇴직금마저 떼먹고 가는 사장도 많습니다. 5만 원, 10만 원씩 임금 떼먹는 경우는 허다하고요.

비노조(노동조합이 없는) 센터에 조직화를 하러 들어가 보면 정말로 ‘여기는 사기집단’인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최근에 가입한 조합원이 ‘[회사가 이번에] 유니폼을 공짜로 줬어요’ 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유니폼을 사서 입었냐’ 하고 묻자 그동안 회사에서 사서 입었다는 겁니다. 원청이 하청업체에 유니폼을 사게 합니다. 그러면 하청업체는 그 한 푼을 손해 보기 싫은 거죠.

그리고 별의별 차감들이 다 있습니다. 임금명세서를 보면 정말 화려합니다. ‘500만 원’이라고 써 있어서 ‘우와’ 하고 보면, 최종적으로는 다 차감돼서 200만 원이 됩니다. 자재비도 노동자들이 냅니다. 예컨대, 인터넷 선을 깔면 선 비용도 기사가 내고 거기에 필요한 플라스틱 자재도 기사가 부담합니다. 장갑, 안전공구도 당연히 우리가 삽니다. 업무에 필요한 차량도 자기가 구입하고, 유류비도 본인들이 대부분 부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비노조 센터들은 다 이렇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십시오.

사용자 집단은 이번 쟁의를 어떻게든 막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도 악재인 거죠. 수탁사가 직고용이 됐고, 그러면 당연히 우리도 직고용 요구를 할 것이고, 쟁의 행위가 탄력받으면 굉장히 힘들 거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저희는 매년 13만 원 정도 정액 인상을 해 왔는데, 이번엔 사측의 최초안이 14만 원 인상이었습니다. 저희는 이것으로는 부족해 통상급(기본급 + 식대)을 209만 원까지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험 직업’임을 인정하고 위험수당을 달라, 내근직들의 감정 노동을 인정하고 감정 노동 수당을 달라고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상여금은 많이 바라지도 않고 설·추석에 10만 원씩만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기본적인 요구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게 전혀 들어 먹히지 않는 거죠.

사측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리는 거 아니냐’, ‘고정급과 성과급에서 일부를 차용해서 기본급에 넣고 총 209만 원을 만들자’고 했어요. 이게 사측의 마지막 안이었죠. 노조가 수용을 못하면서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이게 충족되지 않으면 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 여성인 내근직 조합원들의 통상임금을 다른 직군과 동일하게 주지 않으려고 사측이 버틴다고 들었습니다.

개통, AS, 내근직, 장비관리자 전부 기본급과 식대는 동일하게 줘야 한다는 게 노동조합의 기조입니다. 현재 기본급과 식대를 포함한 통상급 1만 원(월 209만 원)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내근직 임금은 거의 최저임금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측은 내근직 임금을 주기가 너무 아까운 겁니다.

내근직들은 사측의 ‘양아치 짓’을 거의 다 압니다. ‘조합원들에게 건을 주지 마라’, ‘누구를 줘라’ 이런 사측의 치부를 다 알고 있습니다. 내근직 조합원들이 늘면,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관리자나 사용자들이 거꾸로 [조합원들의] 감시를 받는 상황이 될 테니 피하고 싶은 것이죠. 그래서 내근직들을 굉장히 괴롭히거나 회유합니다.

현재 어떤 투쟁을 하고 있나요?

8월 8일 출정식을 했고, 이번 달 24일까지 지회별 기습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만 파업하라고 했는데 지회 내에서 ‘더 하겠다’는 의견들이 계속 올라와서 현안이 있거나 요구가 있는 곳들은 1~2회 더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불만들이 굉장히 높죠. 그동안 사측한테 당해 온 게 많기 때문입니다.

사측 반응은 여러 가지입니다. 사장들이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사규로 다룰 것이라며 징계 위협을 하고, 고객과의 약속을 안 지켰다고 얘기하면서 무식함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고요. 고객들에게 항의 전화가 오거나 고객에게 문자발송을 할 때, “[노동자들이] 파업한다”고 안 하고 ‘무단 결근’으로 인해 업무를 조정한다는 식으로 노조를 폄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8월 24일 이후로는 순환 파업, 대규모 집회 등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8월 8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홈서비스센터 외주화 끝장,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