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노조(UCU) 전국집행위원이자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오랜 활동가, 《트랜스젠더 차별과 해방》(책갈피)의 저자인 로라 마일스(사진)가 7월 19~22일 방한해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맑시즘2018’에서 연설했다. 이 글은 7월 21일에 로라 마일스가 한 강연을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1부와 2부로 편집한 것이다. 1부는 신자유주의가 대학 교육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를 다루고, 2부는 영국 대학 노조의 투쟁 경험과 교훈을 전한다.


영국 대학 노조 파업의 계기는 대학 당국의 교원 연금 삭감 시도였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대다수 사람들은 몇십 년 동안 납입해도 못 받는 연금을 지키겠다고 싸우는 게 과연 지지받을 수 있을까 하고 좀 의심했습니다.

맑시즘2018에서 연설하는 로라 마일스 ⓒ이미진

그런데 특히 젊은 강사·교수들은 이 연금 개악안이 통과되면 자기가 받을 연금을 매년 몇천 파운드 이상 잃게 될 거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를 둘러싸고 파업 찬반 투표를 했더니 압도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또, 고용주들은 이대로 가면 연기금이 고갈된다는 거짓말을 해 왔는데 우리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밝히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연금 납입액을 늘리고 수급액을 삭감하기 위해 연금에서 향후 빠져나갈 일부 항목들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걸 폭로했습니다.

아마 어떤 분들은 이 연금 문제가 어떻게 고등교육의 민영화·시장화와 관련 있느냐고 질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대학 경영자들이 연금 수급액을 삭감하면 향후에 대학이 지출해야 할 채무가 줄어 결국에는 대학이 더 매력적인 민영화 타깃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민간 부문에서 대학에 투자할 투자자들이 대학을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길 수 있게 됩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싸우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투쟁에서 패배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원하는 교육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은 꿈도 꿀 수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이 싸움에 걸린 판돈이 아주 큽니다.

대학 당국의 공격은 대학 기층 직원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 왔습니다.

그전에는 불안정한 고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조직해서 파업을 벌이는 것은 더는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파업으로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우리 조합원의 다수는 단기 계약직이고 그래서 고용이 매우 불안정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불안정 고용 강사들이 우리 피켓 라인에서 종종 가장 주도적이고 훌륭한 투사들이자 조직자들이었고 가장 자주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처음 출발할 때 14일간의 파업을 계획했습니다. 하루 파업, 이틀 파업, 사흘 파업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전면 파업을 위해 우리는 3주 동안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파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소 1만 4000명이 신규 조합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이 신규 조합원들은 보통 젊고 고용 형태가 아주 불안정한 직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아주 급속하게 전투적인 투사로 변해 갔습니다. 그들의 계급의식은 어마어마하게 변했습니다.

그리고 3월 초에 노동조합 지도부가 턱없이 부족한 타협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통과시키려고 했을 때, 일반 조합원들은 그걸 받아들이면 곧 패배라고 여겼습니다.

노동조합 지도부가 배신적인 타협안을 제시한 바로 그날 조합원 500명이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가 항의방문했습니다. 전국 곳곳의 대학에서 조합원 총회가 열렸고 많은 경우 수백명이 참가한 총회에서 조합원 압도 다수가 그 안을 부결시켰습니다.

결국 그 타협안은 폐기됐죠. 그리고 파업은 계속됐습니다.

아직까지도 이 투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 와중에 사용자 측의 두 번째 양보안이 조합원들에게 제시됐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안을 받을지 말지를 두고 아직까지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이 양보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면 조합원들은 올여름 이후 다시 파업에 돌입할 태세가 돼 있습니다.

의식 변화

저는 이 파업으로 노동조합이 어떻게 변했고 또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의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피켓 라인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동료 직원들이 누구인지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고등교육에서 진정한 쟁점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또한 사회주의적 교육이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또, 학생과 강사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교실 밖 강연(‘teachouts’)을 통해 모든 주제로 토론할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됐습니다.

연금 개악에 맞서 벌어진 영국 대학노조 파업 ⓒ출처 UCU LEFT

또한 사람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스스로의 집단적인 힘에 눈뜨게 됐습니다. 마침내 일터로 돌아가서도 예전의 상황을 더는 받아들이지 않게 됐습니다. 예컨대 대학 내에 존재하는 성차별, 성별 임금 격차, 진급 기회 차이 등을 더는 받아들이지 않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국 곳곳의 대학에서 이런 문제들을 시정하기 위한 그룹들이 조직됐습니다.

또한 파업의 결과로 노동조합 내 좌파들이 더 강화됐습니다. 제가 속한 좌파들의 공동전선인 ‘UCU (전국대학노조) 레프트’도 더 강화됐고요. 현재 전국 집행위원들의 반 이상이 UCU 레프트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UCU 레프트 성원이거나 지지자들이 전국 집행위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데요. 만약 UCU 레프트 성원들이 그렇게 전국 단위 노동조합 기구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올 상반기의 파업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알고 보니 노동조합 지도부는 파업에서 지는 것보다 파업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 것을 더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토록 타협하면서 파업을 끝내고자 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양보안이 제시되고 그 안 때문에 파업 행동이 연기된 것을 두고 사람들이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노동조합 대의원대회가 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노동조합 의장을 불신임하는 안건을 발의했습니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혹시 보셨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그 사건은 영국 노동조합 운동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의원대회에서 사실 그 자신은 다른 노동조합 소속인 한 고위급 간부가 우리 노동조합 지도부에 비판적인 안건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그에 맞서서 우리 대의원들이 네 차례나 그 안건을 채택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그 간부는 회의장을 나갔습니다. 회의 진행을 그런 식으로 방해한 것이죠. 결국 수십 건의 안건이 논의돼야 했었는데 그중에 겨우 아홉 건만 논의가 되고 말았습니다.

노동조합 지도부의 배신적 타협안을 부결시킨 좌파적 UCU 레프트 조합원들 ⓒ출처 UCU LEFT

그래서 현재 노동조합 의장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엄청납니다. 다가올 10월에는 새로운 대의원대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작정입니다.

이 사건은 기층 노동조합원들과 노동조합 지도부, 노동조합 관료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는 전형적 사례입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노동조합 내에 상이한 좌파 조류들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의식 있는 사람들에게 학식 있는 잡지를 배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또 다른 한편에는 자율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은 젊은 교직원들도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노동조합 기층에서 풀뿌리 조직을 건설하는 것과 동시에 지도부에 진출하는 것, 그 두 가지를 다 해야 하는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겨울에 다가오는 노동조합 선거에 나가기 위해서 나머지 좌파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작업장 네트워크

우리의 입장은 전국 수준의 노동조합 지도부도 진출해야 하고 동시에 작업장에서 활동가들이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하건대 다음 선거에서는 여러 명의 우파적인 전국 집행위원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한 전국 여러 대학에서 투쟁적 활동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논리 그 자체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도 다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금과는 다른 우선순위의 세상, 지금과는 다른 고등교육을 쟁취하기 위해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평등과 지속가능한 환경, 진정한 민주주의에 가치를 두는 다른 교육을 쟁취하고자 합니다.

이런 교육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파업과 캠페인이 필요할 것이고 임금과 연금 등을 둘러싼 다른 부문의 투쟁들과 연계 맺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영국 정부를 물러나게 할 만한 거대한 대중 투쟁의 일부가 돼야 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그런 대중 운동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건 참 안타까운 일인데 왜냐하면 테레사 메이 정부가 지금 브렉시트 문제로 엄청나게 심각한 분열을 겪고 있고 대단히 약화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대중 운동이 한번 쓰러뜨려 주기만 한다면 ‘골로 갈 만한’ 상황입니다. 그런 운동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이런 운동으로 가는 첫발로서 우리는 다가오는 전국적 임금 단체 협상에서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 투표를 가결시키는 투쟁부터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정세를 봤을 때 그런 파업 찬반 투표에서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세를 낙관하는 이유는, 임금과 연금 그리고 작업장 조건을 둘러싼 투쟁은 더 큰 정치적 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영국 대학에서 일하는 유럽연합 출신의 직원들과 학생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슬람 혐오에 맞선 투쟁 또는 영국에서 최근 성장하고 있는 극우 조직들에 맞선 투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극우 조직들은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죠.

우리는 또한 세계 다른 나라 대학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투쟁으로부터 배우기 위해 그들과 연계를 건설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UCU 레프트는 《다른 교육은 가능하다》는 제목의 잡지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다른 교육이 한 걸음 더 가능해졌다고 자신하는 것은 우리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UCU 자체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른 교육은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가능하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우리가 그것을 위해 싸울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정리 발언

한 동지가 1968년의 영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전적으로 맞습니다. 특히 50주년이 되는 올해, 1968년을 되돌아보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정말 대단한 사건이었는데요. 특히 학생들의 운동이 그 당시까지만 해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었던 프랑스 노동자 총파업의 기폭제 구실을 했습니다.

그 총파업의 여파로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드골이 나라를 탈출해야 했고 정부를 끌어내릴 잠재력이 있었던 파업이었죠.

그런데 처음에 이 학생 투쟁을 촉발시킨 계기는 비교적 사소한 쟁점이었습니다. 그것은 프랑스 대학 기숙사에 여성과 남성이 함께 출입하지 못하게 한 규정을 둘러싼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 청년들의 엄청난 급진성이 이런 운동들과 상승 작용을 벌이면서 거대한 분출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의 저항은 베트남 전쟁과 인종차별 등에 맞서서도 벌어졌지만, 같은 동지가 말씀해 주신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 제도를 향해서도 벌어졌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대학 커리큘럼이 굉장히 낙후하고 엘리트주의적이었기 때문이죠.

학생 운동이 이런 커리큘럼을 바꾸려는 노력을 벌였고 나중에 오랫동안 남을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결국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가 통제권을 회복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사건의 여파는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감명을 주고 있습니다.

또 어떤 분이 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요.

영국에서도 비슷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많은 청소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을 벌였고 외주화를 없애고 대학이 직고용하라며 파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투쟁들은 흔히 아주 오래 끌고 치열한 투쟁이었는데 제 기억으로 거의 모두 승리로 끝났습니다.

청소 노동자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청소 노동자들의 압도 다수는 이주노동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점은 이주노동자들 같은 불안정 노동자들은 조직될 수 없고 싸울 수 없다는 논리를 반박합니다.

대학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면서 스스로 변화된 걸 느끼신 동지의 발언이 있었는데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도 바로 그 점입니다.

투쟁을 통해서 우리는 사태를 바꿀 수 있고,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있고, 거기에 바로 미래의 희망이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세상이 우리의 바람과는 거꾸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번 파업 경험을 통해서 변화의 잠재력이 지난 몇 년 사이에 훨씬 커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국에서 저는 투쟁을 통해서 뭔가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과 교직원과 교사들이 모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계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