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지도자들과 문재인 정부 2017년 4월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여성단체 지도자들과 문재인

여성단체 지도자들은 여성 전체를 대표한다고 자처함으로써, 여성할당제를 통해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비례대표 자리를 확보해 왔고, 자유주의 포퓰리스트 정부에 각료로 입각해 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의 상임대표를 지내면 김대중–노무현 정당의 비례대표 의원은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말도 있었다. 한번 여연 출신 권력층 인사들의 면모를 살펴보자.

-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여연 7대 대표.

- 남(남윤)인순 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회의원(이하 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여연 상임대표(2005~2011),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여성본부장 지냄.

- 권미혁 현 민주당 의원, 민주당 원내부대표: 여연 상임대표(2011~2013),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2008 ~ 2014), 여성민우회 대표(2005 ~ 2011).

- 정춘숙 현 민주당 의원: 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여연 여성인권위원장(2010 ~ 2012)

- 이우정 여연 창립자이자 1대 대표: 1970년대 노동운동·민주화운동 참여한 신학자, 1990년대 전반부에 민주당 의원, 2000년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사장.

- 이미경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자 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 1993년 여연 공동대표, 그 전에 여성민우회 부회장을 지냄: 민주당 소속 5선 의원, 대선 후보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본부장.

- 한명숙 37대(2006~2007) 국무총리: 최고 거물 정치인, 여연 4대 대표, 2선 의원, 초대 여성부 장관, 환경부 장관.

- 지은희 여연 5대 대표: 2대 여성부 장관(2003~2005)

- 이경숙 여연 6대 대표: 17대(2004~2008) 의원

- 박선숙 현 바른미래당 의원: 여연 정책위원(1989~1991), 김대중 대통령 대변인.

- 김삼화 현 바른미래당 의원이자 바른미래당 원내부대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성폭력상담소는 여연 소속 단체), 변호사 출신으로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도 지냈음.

여성운동은 거의 다 시민단체, 즉 NGOs로 조직돼 있고, 여성 NGOs의 핵심 지도자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당에 통합돼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자본주의적 국가로 포섭돼 있다.

급진 페미니스트들인 메갈리아조차 결성 몇 개월 뒤인 2015년 연말 민주당 진선미 의원을 공식 후원하기로 해, 249명이 후원에 참여했고 후원금액만 1200만 원이 넘었다. 이듬해인 2016년 초에는 총선을 앞두고 진선미 의원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진선미 의원은 페미니스트로, 〈여성신문〉 자문위원이었고, 2004~2006년 민변 여성인권위원장을 지냈고, 조금 전까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로 지금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이다. 2012년에는 국회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을, 2014~2016년에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대선 기간에 문재인 선대위 유세본부 수석부본부장도 역임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페미니스트들과 국가의 밀접한 관계

2016년 총선 결과를 유리한 쪽으로 제대로 이해한 것은 좌파보다는 페미니스트 진영이었다. 사기가 오른 페미니스트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자기네에 유리하게 아전인수해, 페미니즘 지지의 동력으로 활용했다. 그들은 조현병 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 사건을 ‘여성혐오 살인’ 사건으로 둔갑시켰다. “여자라 살해당했다”, “남성은 모두 잠재적 가해자”라는 구호가 분리주의를 드러냈다.

그 시기에 메갈리아가 페미니스트 진영의 선봉에 섰다. 그러자 진중권, 정희진 등 비판적 친민주당계 지식인들과 〈한겨레〉, 〈경향신문〉 등 친민주당계 언론들이 메갈리아를 공개 옹호했다.

그해 9월 한국여성재단은 대규모 컨퍼런스를 열어, 페미니스트 진영 전체를 결속시키는 행사로 삼았다. 컨퍼런스의 개회사를 한 여성재단 이사장은 이혜경 씨로, 여성민우회 이사 출신이고,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서울시 여성상 대상을 받았다. 이혜경 여성재단 이사장은 현재 미래포럼 이사장이기도 한데, 미래포럼의 창립자는 고 박영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다. 여성재단은 글로벌 금융기업 JP 모건과 함께 ‘다문화 여성 경제적 자립 지원’ 사업을 해 왔다. 또한 화장품 대기업 아모레퍼시픽과도 공간문화 개선사업을 공동으로 해 왔다. 컨퍼런스의 폐회사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이 했는데 그는 내가 앞서 언급한 이미경 민주당 의원과는 동명이인이다. 이미경 성폭력상담소장은 지난해 삼성행복대상을 수상했는데, 삼성행복대상은 삼성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행사이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페미니스트 진영은 자본가 계급의 자유주의 정치인들과의 유착은 물론이거니와, 부르주아 국가 및 자본주의 대기업과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듯하다.

 워마드 문제

한편 2016년 1월 워마드가 새로 결성됐다. 사실 이들은 2015년 여름에 탄생한 메갈리아 내에서 분파로 존재해 왔었다. 분파와 중심부 사이의 핵심 쟁점은 남성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 문제였다. 워마드로 발전하는 분파가 남성 성소수자에게 적대적인 입장이었고 더 강경한 분리주의자들이었다. 그러나 워마드가 더 빨리 성장하면서 기존 메갈리아 지지자들을 대부분 흡수했다.

워마드는 기존 여성운동 바깥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여성운동에 관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영페미들과 달리, 대규모 대중 운동이 분출하는 데 일조했다. ‘불편한 용기’와 비웨이브라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그랬는데, 특히 ‘불편한 용기’는 얼마 전에 무려 7만 명이 참가한 불법촬영 반대 대중 집회를 열 수 있었다. 한국 여성운동 사상 최대 규모 시위였다.

비웨이브 측은 거침없이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 이십만이 우스웠냐” “앞에서는 웅웅 알았어요! 뒤에서는 통수 치냐” “달님 믿지? 지랄 마라 표리부동 작작해라” “야 문재인 못 믿을 새끼, 야 박능후 여성을 위해서는 하는 것 없지만 낙태 하나는 집요한 새끼”.

이러한 비웨이브 측의 에토스(태도와 정신, 기풍 등)는 ‘운동권 배제’ 등 유사 아나키즘적 경향을 나타내며 국가 및 자유주의적 여성 지도자들이 이끄는 기존 여성운동과 미묘한 긴장을 빚고 있다.

때마침 문재인 정부의 인기는 하락하고 있다. 이 상황은 정부에 친화적인 기성 페미니스트 진영에 난점을 안겨 줄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에는 이 상황에 도전하는 반대파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워마드와 그 협력자들이 그런 반대파로 등장하고 있다. 개혁주의적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반대 세력이니만큼 아나키즘과 비슷한 에토스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론의 빈곤과 전통의 부재 때문에 정치적으로 모호해서 심지어 박근혜에게 우호적인 경향마저 스며들 여지가 있다.

더구나 아나키즘은 개혁주의와 연계될 때 기회주의적 태도를 취한 역사적 선례가 풍부하다. 가령 ‘불편한 용기’ 측은 기성 언론의 마녀사냥에 직면해 워마드와의 관련성을 공개 부인했다.

역사적으로 워마드류의 페미니스트들을 ‘분리주의자들’이라고 불렀다. ‘분리주의’라는 말뜻은 ‘남자 반대’라는 뜻이다. 옛 소련 블록 붕괴 이후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서너 차례 등장한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크게 좌파적 페미니스트들과 분리주의적 페미니스트들로 분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두 부류 모두 파편화를 면치 못했고, 그 결과 급진적 페미니스트 개개인은 학계로 가거나, 아니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그룹 활동을 이어 가거나, 아니면 조직이 해산함에 따라 페미니즘적 활동을 일절 그만두는 것으로 나아갔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도전하지 않고서는 급진성은커녕 때때로 진보성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잖은 급진주의자들이 부르주아 페미니즘, 즉 고등교육 받은 중간계급 여성들을 기반으로 친자본주의적 여성 개혁가들이 하는 운동 쪽으로 포섭됐다. 워마드는 대규모 대중 운동의 등에 올라탔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하게 분화할 것 같다.

맺으며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 페미니즘이 성평등을 추구하는 운동 일반을 가리키는 한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이 젠더 이분법적 세계관에 기초한 이론과 이데올로기를 뜻한다면, 계급과 계급간 투쟁, 노동계급 투쟁을 중심에 놓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편에서는 논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혁명가들이 페미니즘에 접근하는 방식을 요약한다면 비판적 지지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운동은 지지하고 그 이론과 사상은 비판하는 것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긴장이 따르고, 구체적 맥락을 고려한 균형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광범한 여성이 차별과 천대에 저항하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하고 때로 극적으로 드러내는 시기에는 지지가 압도적인 출발점이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 여성들이 동원된 불법촬영 반대 시위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계급 쟁점이라고 재규정돼야 하는 낙태죄 폐지 운동, 항소심을 앞둔 안희정 무죄 규탄 시위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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