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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평화협상을 둘러싼 주변 정세가 만만찮은 가운데 열리다

9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대표단(이하 특사단)이 북한을 다녀온 다음 날인 6일, 특사단은 9월 18~20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집권 이후 세 번째 남북 정상 간 만남이다.

특사단 대표를 맡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전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열기로 북한 측과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그간 미국의 견제 등으로 개소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나 미국을 의식한 듯, 이번에도 날짜를 확정해 발표하지는 않았다.)

특사단을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첫 임기 내에 북·미 간의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특사단 방북은 올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6월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협상이 순풍에 돛 단 듯 진행되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그래서 8월 트럼프는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의 방북을 취소했다.

트럼프 정부 안팎에서 한미연합훈련 재개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자신이 만약 연합훈련을 재개한다면 과거보다 더 큰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사단 방북을 앞둔 9월 3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하고 쓴 까닭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재 외교를 자임한 것이다.

골대 옮긴 미국

지금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트럼프 정부의 책임이 크다. 트럼프 정부는 종전선언 약속은 다 잊은 듯 일방으로 북한에 핵프로그램 신고와 핵무기·핵물질 국외 반출 등을 요구했다. 일부 미국 언론조차 미국 측이 “골대를 옮겼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렇게 북한 측과 합의해 놓고도 골대를 옮기는 일은 미국의 역대 정부들이 반복적으로 벌인 행태다.

8월 4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모든 조항들을 균형적으로, 동시적으로,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가는 새로운 방식만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하게 현실적인 방도[다.]” 이것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리언 시걸의 지적대로, 미국이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다면 비핵화 이행에 협상이 가능하다는 메시지였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 측의 진지한 제안에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 조처를 연장하는 등 제재 강화로 답했다. 남·북한의 철도 공동조사를 가로막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는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므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런 여건 속에서도 문재인이 중재자 구실을 해낼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특사단이 방북 전에 ‘남북 관계 발전으로 비핵화 협상 과정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것도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북·미 협상이 안개에 휩싸인 요인은 북한이 약속을 어겨서도 아니고, 남한이 협상 과정에서 제구실을 못해서도 아니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문제였고, 이는 근본적으로는 협상 테이블 바깥의 변수에서 비롯했다. 트럼프 자신이 밝혔듯이, 미·중 무역전쟁의 악화(이것은 두 강대국이 벌이는 제국주의적 경쟁의 일부다)가 북·미 협상이 고비에 처한 중요한 배경이었다. 조만간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북한이 합의를 잘 이행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밝힌다고 해서, 또는 트럼프가 “수석 협상가”라고 띄워 준 문재인이 중재 외교를 활발히 한다고 해서, 제국주의 간 경쟁이 제어될 리 만무하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를 자임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과의 공조를 전제로 하는 선택이다. 임종석은 앞서 언급된 글에서 이렇게도 썼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동의 없이 시대사적 전환을 이룬다는 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물론 9월 18~20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이 약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백악관 내부 사정이 계속 폭로되고 측근들이 유죄 판결을 받는 등 국내 정치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에, 트럼프는 당분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중재를 이용하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잇단 강공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중장기적 전망은 밝지 못하다.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의 점증하는 불안정은 민족 공조로는 해결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