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교수노조(이하 한교조)가 9월 초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최근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강사-대학-국회 추천 위원들로 구성)가 합의한 강사법 개선안이 국회에서 즉각 입법화되고 예산 배정이 이뤄지도록 촉구하기 위해서다.

2011년에 제정된 강사법은 강사들과 대학측이 모두 반발하며 네 차례나 시행이 유보돼 왔다(지난해 말에 강사법은 다시 내년 1월 1일로 시행이 유보됐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미흡한 상황에서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를 낳을 조항들이 포함돼 있었다.

최근 마련된 강사법 개선안은 유예된 강사법보다 몇 가지 점이 개선됐다.

첫째, 기존 법안과 달리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명시했다. 재임용 절차를 3년 동안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학과에서 연락 안 오면 그만인 현재 조건과는 질적으로 향상된 고용 안정성이 보장될 것”(임순광 한교조 위원장)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둘째, 강사의 강의 시수를 매주 6시간 이하로 제한했다. 시수 제한이 없는 기존 법안이 시행되면 대학측이 소수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 줘 강사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현재 주 6시간 이하로 강의하는 강사 비중이 80퍼센트 이상이다. 겸임·초빙교수의 시수도 매주 9시간 이하로 제한된다.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측이 부족한 수업시수를 겸임·초빙교수 시수 확대로 메우려 하는 것에 어느 정도 제약을 가한 것이다.

셋째,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 방안도 담겼다. 방학 기간 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고, 3개월 이상 근무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또한 연구 공간 제공, 도서관 및 주차시설 등의 대학시설 이용(대학강사들은 강의기간이 아니면 해당 대학의 도서관 이용도 할 수 없다!)도 개선안에 포함됐다.

개선안은 한교조의 요구였던 연구강의교수제보다는 미흡하지만, 현재 대학강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할 요구안인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강사들의 절박한 요구에 응답하라 ⓒ출처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그러나 이 개선안이 국회에서 법안으로 상정될지는 불확실하다(개선안이 법안으로 제정되는 과정에서 누더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개선안이 입법화돼도 이를 시행할 예산이 배정될지도 불확실하다.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에 따르면 개선안 시행에는 최소 780억 원에서 최대 3393억 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강사법 개선안 관련 추가 예산 600억 원조차 전액 삭감했다.

기재부는 ‘사립대학에 인건비를 지원할 수 없다’며 삭감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대학의 85퍼센트가 사립대학이고 사립대학 다수가 학생 수 감소로 긴축 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학에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대학 강사들의 열악한 처지는 결코 개선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국방 예산을 3조 7천억 원이나 증액(2018년 대비)하면서도 고등교육 예산은 약간 늘렸을 뿐이다.

국회와 문재인 정부는 대학 강의 인력의 30퍼센트가 넘는 강사들의 절박한 요구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 한교조의 국회 앞 농성을 지지하자.

최근 100명 가량이 참가하는 비정규교수노조 경상대분회가 새로 출범했다.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들의 열망을 보여 준다. ⓒ비정규교수노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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