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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
난민 연대 행동이 성공적 첫발을 떼다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9월 16일 난민 연대 집회 “난민과 함께 하는 행동의 날”이 매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비가 오는데도 약 300명이 보신각을 가득 메웠다. 한국에서 난민을 방어하는 행동이 성공적인 첫발을 뗀 것이다.

이 집회는 경기이주공대위, 난민인권센터, 노동자연대, 수원이주민센터, 아시아의 친구들,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이주공동행동, 변혁당, 노동당,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17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난민 혐오 세력들은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난민 연대 집회 규모가 2~3배가량 더 컸다. 난민 혐오 집회는 지금껏 열린 집회 중 가장 규모가 작았다. “난민 반대”가 결코 다수의 목소리가 아님을 보여 준다.

난민 연대 집회 참가자 100여 명은 난민 혐오 세력의 혹시 모를 난동에 대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집회장을 지켰다. 그러나 난민 혐오 세력에게 난민 연대 집회를 훼방할 만한 자신감은 없었다.

시민·사회·노동 단체 회원들과 동아리 깃발을 띄우고 삼삼오오 온 학생들이 많이 참가했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전국대리운전노조 서울지역지부 등 노동조합도 깃발을 띄웠다. 그 외에도 금속과 공공, 서비스 부문 노동자들도 삼삼오오 참가했다. 반갑게도, 민주노총은 집회장에 “민주노총은 인종차별의 목소리에 함께하지 않습니다”, “국민이 먼저? 사람이 먼저!”라는 내용의 배너를 걸며 연대했다.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또 예멘, 이집트, 아프리카 등에서 온 난민들 수십 명이 눈에 띄었다. 정부가 생사여탈을 쥔 데서 오는 이들의 불안정한 처지를 고려하면, 집회 참가는 매우 용기 있는 일이다.

수원이주민센터에서는 난민과 연대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3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에 참가한 예멘 출신 한 난민 신청자는 “우리가 평화를 위해 한국에 왔다는 걸 한국인들에게 알리고 싶고, 난민 혐오와 이슬람 혐오에 반대하기 위해 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온 난민들은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고, “한국 정부가 우리가 돈만 뺏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난민 혐오 반대한다

난민들과 한국인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난민 혐오 반대”, “이슬람 혐오 반대”, “난민법 개악 반대”, “제주 예멘 난민 인정”을 외쳤다.

집회 발언자들은 난민 혐오 세력의 주장이 왜 거짓인지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난민법 개악을 추진하려는 한국 정부와 난민을 내치는 불합리한 난민 심사 절차를 강하게 규탄했다.

“난민에 대한 탄압과 배제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배제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민주노총은 혐오 세력에 맞서서 연대의 마음으로 노동자의 이름으로 함께 싸우겠다.”(민주노총 부위원장 봉혜영)

“난민 신청자들은 과연 [정부 부처가] 정말로 난민 심사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난민을 거절하기 위해서 심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 정부는 불법 체류와 남용적 난민 신청을 막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난민법과 협약에 명시된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난민이 미등록 체류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난민인권센터 고은지)

“지금 ‘가짜’ 난민 운운하며 난민법 개악을 요구하는 것은 난민 인정률을 더 낮추고, 난민 신청 자체를 어렵게 하려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다. 누구보다 가장 보호가 필요한 난민들 대해서조차 이런 끔찍한 차별이 가해진다면,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도, 노동자들의 권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 경제 위기 속에 일자리 부족, 실업과 빈곤, 범죄의 증가 등이 벌어지는 것은 난민이나 이주민 탓이 아니다.”(노동자연대 이정원)

[난민 혐오 세력이] 교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난민을 배척하고 있는 게 부끄럽다. 성서는 우리가 모두 ‘나그네’라고 가르친다. ... 세계교회협의회는 마을을 잃은 사람들, 집을 잃을 사람들을 따듯하게 환대하고, 그들의 집이 되어 주라고 말했다. 난민을 배척하는 이들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박승렬, 목사)

연단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온 난민들의 처절한 이야기도 전해졌다.

“긴 내전은 우리의 꿈을 파괴했다. 우리는 우리 나라를 탈출해야만 했다. 그러나 한국에 사는 것은 마치 감옥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것과 같다. 우리는 여기서 열심히 일하고 세금도 내지만, 우리는 오로지 비정기적이고 임금이 낮은 일에만 의존해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현재 비자로는 다른 나리에 갈 수도 없다.”(시리아 난민의 편지)

“아이를 위한 기본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취업이 어려울 경우 따로 개인 의료보험을 들 수도 없다. ... 몇 주 또는 몇 달치 임금을 못 받고 회사를 떠나야 하는 때도 있다.”(에티오피아 난민의 편지)

참가자들은 공동성명서에서 “유럽 주요 국가 중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독일은 최근 30년 이내 가장 낮은 범죄율을 기록했다”며 난민이 ‘잠재적 범죄자’라는 난민 혐오 세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리고 “서방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IS나 알카에다 같은 사람들은 소수 극단주의자들인데 이것이 마치 전체 이슬람을 대표하는 듯 과장되고 있다”며 이슬람에 대한 노골적인 편견도 비판했다. 또한 “의도적인 왜곡 통역을 통해 많은 난민 신청자들이 피해를 보았다”며 “‘가짜 난민’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법무부”라고 규탄했다.

도심 행진

집회 도중 난민 혐오 세력은 난민 연대 집회장 바로 옆 차선으로 행진을 하려 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혐오 선동 중단하라”를 외치며 이에 맞섰다. 훨씬 많은 수와 당찬 기세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만들어 버리는 통쾌한 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집회 후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로 행진했다. 행진은 아주 활력 있었다. 난민과 한국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행진하는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난민 혐오 반대”, “이슬람 혐오 반대”, “Refugees welcome here!”, “Racism go out” 목소리가 도심 한가운데에서 울려퍼졌다. 주말을 맞아 시내에 나온 많은 사람들이 행진 대열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번 집회는 한국에서 난민 방어 행동이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 줬다. 난민 방어 행동은 더 커져야 한다.

가을비 내리는 9월 16일 오후 난민 연대 집회 “난민과 함께 하는 행동의 날”이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에 참가한 난민 가족이 아이를 안고 난민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조승진
난민도 인간이다! 가을비 내리는 9월 16일 오후 난민 연대 집회 “난민과 함께 하는 행동의 날”이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가을비 내리는 9월 16일 오후 난민 연대 집회 “난민과 함께 하는 행동의 날”이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이날 성소수자들도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에 참가해 난민 혐오에 반대했다 ⓒ조승진
난민 혐오 세력이 난민 연대 집회 인근을 행진하며 ‘가짜난민 OUT’를 외치고 있다. 이에 난민 연대 집회 참가자들은 "혐오 선동 중단하라”를 외치며 맞서고 있다 ⓒ조승진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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