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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아프리카 진출과 제국주의 간 쟁탈전

9월 초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54개국 중 53개국 정상을 불러 모았다.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음으로써, 중국은 자국의 달라진 위상을 전 세계에 보여 줬다.

시진핑은 총 1200억 달러를 아프리카에 풀겠다고 약속했다. 부채 탕감도 공언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의 가장 큰 투자자이자 채권자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고 관여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냉전 시절 중국은 비동맹 노선을 추구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손짓했다. 중소 분쟁으로 소련과의 갈등이 커지자(즉, 중국·소련 제국주의 간 갈등이 악화하자), 중국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얻고자 했다. 또한 유엔에서 대만을 축출하고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했다.

개혁·개방 이후

이후 1978년 이래 중국 국가자본주의가 시장 지향적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면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경제적으로도 돈독해졌다.

중국 경제가 엄청나게 팽창하면서, 국내 자원만으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중국한테 해외 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가 됐다. 이제 중국 지배자들은 아프리카를 중요한 자원 공급처이자 중국 대기업들이 개척할 투자처·시장으로 본다.

냉전 시절에 아프리카에 구축된 중국의 외교 네트워크는 이제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확보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토대가 됐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달라진 관계는 몇 가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6년에 중국이 아프리카에 투자한 돈은 361억 달러였다. 반면 미국은 36억 달러, 영국은 24억 달러, 프랑스는 21억 달러였다. 2000년 이후 중국이 아프리카 정부와 현지 국영기업들에 빌려 준 자금이 1000억 달러가 넘는다. 중국 경제가 의욕적으로 아프리카에 뛰어들면서 2000년대 이래 사하라 이남 지역의 무역과 투자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오랫동안 서방 제국주의가 지배해 온 아프리카에서 이런 변화는 중대한 지각 변동을 낳을 수 있다.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관들은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돈을 빌려 주는 대신에 혹독한 시장 지향적 개혁 프로그램을 강요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차관과 원조에 그런 조건을 달지 않았고, 이 점이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만큼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효과가 났다.

서방 정치인과 언론들은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를 두고 “신식민주의”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매우 역겨운 위선이다. 서방 제국주의가 아프리카를 유린해 온 긴 역사를 모르지 않다면 말이다.

중국의 관여, 서방과는 다를까?

그럼에도 중국 제국주의의 아프리카 관여는 서방 제국주의의 개입과 마찬가지로 여러 문제를 낳는다. 중국은 오랫동안 짐바브웨 독재자 무가베를 후원했다. 무가베의 통치를 신뢰할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무가베를 축출하는 쿠데타 주모자와 손을 잡았다.

중국과의 자원 교역으로 현지 지배자들은 거액을 만지지만, 아프리카 현지 노동자들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2010년 잠비아 컬룸 광산의 중국인 관리자들이 열악한 처우에 항의하는 광원 최소 13명에게 발포한 사건이 벌어졌다. 2012년 잠비아의 다른 광산에서 광원들이 중국 업체가 임금 인상을 미루는 데 항의하다가 중국인 관리자들과 유혈 충돌을 빚었다.

이처럼 제국주의는 제3세계 현지에서 계급 간 격차를 벌리고 계급 간 충돌을 낳는 요인을 제공한다.

중국 경제의 아프리카 진출은 또 다른, 그리고 더 심각한 변화의 일부다. 지금 아프리카 내에서 중국 자본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가 정치·군사적으로 우위에 선 환경 속에서 활동해야 한다. 그래서 중국은 아프리카에도 군사력을 투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수단 등지에서 유엔평화유지군 깃발 아래 중국 군대가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게다가 최근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에 현대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군사기지를 지었다. 지부티의 중국 군사기지는 작은 일보이지만, 미래의 더 큰 변화와 충돌을 예고하는 일일 수 있다.

[확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일대일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막대한 기반 시설과 운송 수단을 구축해 중국을 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으로 연결시키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해외 시장·원자재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대일로”는 유라시아 일대에서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증대하고, 미국의 통제력에서 벗어난 중국 주도의 유라시아 세력권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대일로 계획으로 중국이 세계 곳곳에 확보한 항구들은 훗날 중국 군함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적·지정학적 확장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한다. 20세기 초 독일의 베를린·바그다드 철도 부설 계획이 영국 제국주의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처럼 말이다.

예컨대 미국 전략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을 우려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점이 수년 전부터 미군이 아프리카에서 조용히 군사 활동을 늘린 배경의 하나가 됐다. 아프리카는 미국, 중국, 유럽, 러시아 등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차지하려고 달려든 쟁탈전의 한 전선이다.

그러나 어쩌면 아프리카에서의 쟁탈전은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 간 이해관계의 충돌과 비교하면 작은 일일지도 모른다. 남중국해·동중국해 등지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은 더 심각한 위험을 품고 있다. 한반도도 거기서 예외가 아니다.

무역전쟁이 계속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의 군비 경쟁도 가속이 붙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우주군 창설을 공식 선언해, 제국주의 간 경쟁을 우주로 확장해 버렸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한때 유행했던 믿음, 즉 자본주의 세계화가 주요 강대국 간 전쟁을 막고 번영을 지속해 주리라는 기대는 이제 희미해지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품고 있는 파괴적 성격에서 비롯한다. 더한층 불확실해지고 위험해진 세계에서 파국을 피할 가장 확실한 길은 체제에 도전하는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