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오랫동안 ‘혼합경제’의 대표 주자로 여겨져 왔다. 자본주의를 ‘수정’해서 국민 대다수에게 복지국가, 평등, 질 좋은 일자리와 높은 생활 수준을 제공하는 사회민주주의 국가로도 여겨졌다. 그러나 [9월 9일] 스웨덴 총선 결과로 그런 신화가 산산조각났다.

총선 결과, ‘혼합경제’의 기수라 일컬어지던 사민당은 제1당 자리를 지켰지만 간신히 28퍼센트를 득표했다. 1908년 이래 최저 득표율이다. 핵심 친기업 정당인 온건연합당도 이전보다 표가 줄어, 19.7퍼센트를 득표했다. 수십 년 동안 번갈아 집권하던 양당 체제를 뒤흔들며, 네오나치에 뿌리를 둔 반(反)이민 정당인 민주당(실제와 전혀 맞지 않는 이름이다)이 17.7퍼센트를 득표했다. 그보다 작은 중도우파·좌파 정당들도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는데, 좌파당은 이전보다 지지가 늘어 8퍼센트를 득표했다. 중도계 정당 녹색당은 큰 타격을 입어, 의회 진입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인 4퍼센트도 얻지 못할 뻔했다. 사회민주주의 연합과 친기업 정당 연합은 각각 40퍼센트 정도를 득표해 사실상 무승부가 돼, 민주당이 새 의회에서 캐스팅 보트(결정권)을 쥐게 됐다.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다.

사실, 스웨덴이 규제 없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스탈린주의] 공산당의 독재적 지령 경제 사이에 난 ‘제3의 길’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했다. 20세기 초 스웨덴 노동운동이 거둔 위대한 성과는 그 이후 조금씩 허물어졌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스웨덴은 (소수 가문들이 소유한) 금속·제조 부문의 수익 일부를 공공 복지로 돌렸는데, 이는 이미 몇십 년 전에 중단됐다. 1990년대 중반 이래로, 스웨덴도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 정책(자유시장으로 회귀, 부자·기업 감세, 복지 삭감, 실질임금 삭감, 불평등 증대 등)을 시행했다.

왜 스웨덴에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됐는가? 다른 자본주의 경제들과 마찬가지로, 스웨덴 자본의 이윤율도 196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하락했다.(스웨덴에서 이윤율 하락은 19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다.) 신용 거품이 꺼지고 금융 위기가 강타하면서, 스웨덴의 유명한 제조업 부문은 큰 타격을 입었다. 바로 그 시기에 스웨덴의 유력 정당인 사민당과 온건연합당은 복지국가와 공공 복지를 희생시켜 자본의 수익률을 반등시키려는 정책을 적극 도입했다.

불평등

스웨덴이 미국이나 영국에 견줘서는 아직은 소득과 부의 분배가 상대적으로 ‘평등’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매우 불평등한 것 또한 사실이다. 1990년대 이래 선진 자본주의 경제 모두에서 불평등이 매우 빠르게 심해졌다. 2012년 스웨덴에서 소득 상위 10퍼센트의 평균 소득은 하위 10퍼센트보다 6.3배 많았다. 그 수치는 1990년대 대부분의 시기 동안 4배였고, 2007년에는 5.75배였다.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전체 세전 소득에서 최상위 1퍼센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 4퍼센트에서 2012년 7퍼센트로 늘어, 갑절 가까이로 커졌다. 자본 소득을 포함하면 이 수치는 9퍼센트까지 올라간다. 동시에, 전체 소득세에서 최상위 1퍼센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1979년 87퍼센트에서 2013년 57퍼센트로 줄어들었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스웨덴에서도 1990년대 내내 법인세 인하와 부유세 감면 등의 세제 개혁이 시행돼, 부유한 가구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는 삭감됐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스웨덴은 이제 더는 복지국가의 모범이 아니다. 스웨덴은 [공공 복지를 외주화해] 민간 부문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 재정이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추고 있다. 스웨덴 중등교육기관 중 3분의 1 정도가 소위 ‘자유 학교’인데, 그중 다수를 영리 기업이 운영한다. 한편, 1차 의료 기관의 40퍼센트 정도가 민영이다. 공공 복지가 외주화되면서 질도 하락했다. 스웨덴의 학교들은 세계 최고 수준에서 “그럭저럭 수준”으로 질이 낮아졌다.

민주당의 부상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덴마크 등 유럽연합 회원국들[에서 극우 정당이 부상하는 것]을 비롯해,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벌어지고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하는 등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추세의 일환이다. 포퓰리즘의 성장은 1960년대 중반 황금기가 끝나면서 자본주의가 겪은 실패의 산물인데, 특히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대불황이 찾아오고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향이 강화됐다.

스웨덴 경제는, 독일 경제(보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처럼, 2008년 이후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사정이 나았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 성장이 둔화됐고, 특히 2008년 이후에는 더 그렇다.

[스웨덴의] 실업률은 유럽연합 기준으로는 낮을지 모른다. 그러나 공식 실업률 수치는 직업훈련(독일 식)을 받는 사람들과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산정한 것이다. 스웨덴도 독일처럼 많은 일자리가 불안정·저임금 일자리인데, 특히 소도시에서 그렇다. 병원, 학교, 주택, 연금, 교통 등의 부문에서 공공 지출이 크게 삭감됐다.

이민

여기에 더해 이민자 문제가 있다. 시리아·이라크 참사 이후 중동 지역 출신 이민자 60만 명 이상이 스웨덴으로 유입됐다. 이민자 중 다수는 젊은 미혼 남성으로, 이들의 유입은 미숙련 노동력이 급격히 부족해진 스웨덴 공공부문과 기업들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스웨덴 인구 1인당 이민자 숫자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 월등히 많다. 이는 안 그래도 신자유주의적 조처로 인해 비틀거리는 스웨덴 공공 복지에 부담을 키워 왔다.

저금리와 신용[팽창]으로 인한 대규모 주택 호황이 있었다. 이 호황으로 중산층과 상류층은 혜택을 입었지만 노동계급과 이민자들은 웬만한 주택을 얻기 위해 고생해야 했다.

스웨덴은 아직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세계 교역량이 증대하고 유럽의 경제 활동이 강해야 지속될 수 있다. 현재 스웨덴의 강력한 성장세는 1980년대와 마찬가지로 신용 확대로 말미암은 소비 호황, 이민자들의 저임금에 힘입은 것이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주택 시장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양된 곳으로, 이는 금융 부문의 호황에 힘입은 것이다. 스웨덴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은 스웨덴 국내총생산 GDP의 네 배 규모로, 스위스에 이어 2위다. 1980년대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실질 GDP 성장율은 연간 3퍼센트 수준을 굳건히 유지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민자들의 저임금 노동이 제공하는 부가적 가치를 빼고 보면,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은 훨씬 낮다.(2017년에 1퍼센트 미만) 스웨덴 국립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인당 실질 경제 성장률은 2026년까지 약 10년 동안 평균 1퍼센트를 유지할 것이다.

스웨덴의 소도시들은 임금 수준이 낮고 복지가 축소되는 와중에 새 이민자들이 유입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는 민주당의 인종차별적이고 국수주의적인 구호인 ‘스웨덴을 스웨덴답게’가 판칠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 지금 사민당은 지난 20년 동안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지해 온 대가를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