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집회 맞이하는:
불법촬영 항의운동의 쟁점과 전망
〈노동자 연대〉 구독
불법촬영
이번 집회는 두 달 만에 열린다. 그동안 주최 측이 운동 방향을 두고 고심한 듯하다. 8월 4일 4차 광화문 집회 직후부터 내부 논쟁이 벌어져 왔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8월 13일 홍대 ‘몰카’ 사건 피의자인 워마드 회원 실형 판결과 주로 관계 있는 듯하다. 하지만 8월 30일, 민주당 의원 진선미가 여가부 장관에 내정됐다는 발표도 주요 고려 사항이었을 것이다.
주최 측이 5차 집회에서 ‘편파판결’을 부각하려는 데는 우선 워마드 회원 실형 판결에 항의하는 성격이 짙다. 이 판결은 주최 측에 큰 충격을 줬다. 이 운동에 참가한 다른 여성들도 이 판결이 불법촬영 범죄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국가에 항의해 온 자신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으로 느끼며 분노했다. 워마드 회원 실형 판결에 이어 안희정 무죄 판결까지 나오면서 사법 불평등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이 커졌다.
워마드 회원의 실형 판결이 불공평하다는 주장은 맞다. 불법촬영물을 1회 유포한 초범이 1심에서 실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운동과 거리를 뒀던 주류 여성단체들도 이 판결이 불공평하다고 비판했다.
물론 워마드 회원 실형 판결이 불공평하다고 해서 그 여성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상당수 워마드 회원들은 ‘홍본좌
논쟁
4차 집회 뒤 초강경파들은 이 집회가 “실패했다”며 주최 측을 맹비난했다. 4차 집회가 홍대 ‘몰카’ 사건 1심 판결 전 마지막 집회였는데, ‘온건한’ 집회를 해서 시위가 무기력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비판은 주최 측이 워마드와 거리 두기를 하는 것에 반발한 것이다.
4차 집회가 실패했다는 평가는 부정확하다. 그 집회는 이 운동이 일어난 이래 최대 규모의 집회였다.
4차 집회가 실패했다는 평가는 흔히 워마드의 영향력에 대한 과대평가와 결부됐다. 그런 사람들은 워마드에 대한 언론들의 호들갑을 언론이 워마드를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언론이 워마드를 끔찍하게 묘사한 것은 뻥튀기와 침소봉대를 통해 이 운동을 마녀사냥해 약화키려는 것이지, 워마드를 정말로 무서워해서가 아니었다.
시위대 일부가 사용하는 과격한 표현이 이 운동의 힘을 보여 준다는 생각은 이처럼 말에 대한 과대평가와 자본주의적 언론의 성격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와 관련 있다. 자본주의 국가의 힘은 그렇게 미약하지 않다.
운동의 강점
물론 이 운동은 진정한 강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워마드 식 표현이 아니라 운동 지지자들의 폭넒음과 활력, 투쟁성
여성 대다수의 분노와 투쟁할 자신감이 컸기에 이 운동은 5~8월까지 계속 성장하며 한국 여성운동의 신기록을 갱신했다. 그러나 이 운동이 커 가면서 지지가 늘어났지만 이 운동 조직자들의 분리주의적 정치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도 커져 왔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해 친문 인사들과 언론들이 3차 집회 뒤 이 운동을 마녀사냥한 것이다.
사실, 3차 집회 뒤 주최 측은 초강경 분리주의가 낳는 역효과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주최 측은 워마드가 아니라고 공식 선언했고, 4차 집회에서는 “원색적인 비난과 심한 조롱”이 담긴 팻말을 규제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워마드 식 거친 표현의 자제를 요청한 셈이다.
불법촬영 편파수사에 항의하는 운동을 일으키는 데 워마드가 가장 중요한 구실을 했고 주최 측 내에서도 워마드 회원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 따라서 주최 측이 워마드와의 관련성을 공식 부인하는 방침은 내부 논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주최 측이 워마드와의 관련성을 부인해도 분리주의를 포기한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이 점은 이 운동의 결속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주최 측이 여가부 측과 만난 뒤 ‘온건해진 것 아니냐’고 4차 집회 직후 강경파들이 의심했던 데는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다. 주최 측이 3차 집회 뒤 여가부 측과 만나고서도 그 만남의 내용을
이런 행동은 운동의 성장에 이롭지 않다. 운동 참가자들은 5차 집회가 광화문에서 다시 혜화역으로 돌아가는 이유도 궁금할 것이다. 많은 참가자들에게 이 결정이 후퇴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에 집회 장소가 다시 혜화역 근처로 된 것이 혹시 진선미 장관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온건해진 태도를 취하는 것인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항의운동은 어디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운동은 올해 일어난 여성운동 중 단연 가장 두드러진 운동이다. 연성 아나키즘 성향의 젊은 여성들이 기존 여성운동 밖에서 일으킨 이 운동은 한국 여성운동 역사상 최초의 대중운동이다.
이 운동의 적극적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활동에 자부심을 느낄 법하다. 이 운동으로 그동안 수사당국이 무시해 온 불법촬영 피해의 심각성을 드러냈고, 여성을 모욕하는 범죄에서 이윤을 얻는 기업들의 행태 등을 고발했다.
5차 집회에도 여성들이 많이 참가할 것 같지만, 4차 집회보다는 규모가 다소 줄어들 듯하다.
물론 이 운동은 어떤 계기를 얻으면 다시 성장할 수 있지만, 일반으로 단일쟁점 운동
5차 집회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여러 발표를 했다. 진선미가 9월 27일 여가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여성 대상 폭력 문제를 최우선에 놓고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고위직 비율 향상,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도 약속했다. 같은 날 경찰청장 민갑룡은 20만이 참가한 ‘웹하드 카르텔’ 수사 청원에 답하면서 그동안의 수사 실적을 설명하면서 적극 수사를 거듭 약속했다.
10월 1일 법무부는 불법촬영 범죄 처벌 강화
이런 대책들이 어느 수준으로 실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알량한 성평등 공약조차 어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반으로 말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대중 운동이 부상하면 그 운동이 신뢰하는 극소수 사람을 요직에 앉히고 운동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거나 수용하는 척하면서 운동을 포섭하려 한다.
따라서 불법촬영 등에 항의하는 여성들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말을 신뢰하기보다 독립적으로 투쟁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 운동이 계속 매우 제한적인 쟁점을 놓고 그것도 항의하는 방식에 머문다면 결국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장차 여성 차별 일반에 항의하는 더 정치적인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려면 분리주의
4차 집회에서 사회자는 “모든 여성을 대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익명성을 고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성 고수와 무관하게 모든 여성을 대변하는 운동은 실현 불가능하다. 여성이 체계적인 차별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여성이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운동 참가자의 다수
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
- 일시: 10월 6일 토요일 오후 3시~6시 40분
- 장소: 혜화역 1번 출구
- 주최: ‘불편한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