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주관한 8차 일자리위원회 회의 ⓒ출처 청와대

일자리위원회는 10월 4일 열린 8차 회의에서(문재인 참석) ‘신산업 일자리 창출 민간 프로젝트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일자리 10만 7000개(민간 9만 2000개, 정부 지원 사업 1만 5000개) 창출을 위한 140여 개 민간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5월 11일에 발표한 ‘신산업 프로젝트 투자·일자리 로드맵’을 재탕한 것인데 일자리 규모는 당시 19만 7천 개의 절반으로 줄었다.

신산업 일자리 창출 방안은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정책일 뿐이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규제프리존법을 왜 ‘기업 청부 입법’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이번 발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에너지 신산업’이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 건설을 위해 농지와 국·공유지, 공유수면 등을 싼값에 오랫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를 허용하는 내용이 바로 규제프리존법에 담겼다. 또 새로운 사업을 실증(실험)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한국전력이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기업과 손잡고 이런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미래차(자율차, 전기차, 수소차 등) 개발과 시범 운영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규제프리존법에서 자동차관리법·도로교통법·가스안전관리법, 국공유지 임대와 활용법의 규제에 예외를 둔 것이 이 때문인 듯하다.

바이오·헬스의 경우 공공기관에 축적된 개인정보(빅데이터) 활용과, 신약·의료기기 개발을 지원하는 규제완화 법률이 일부는 국회를 통과했고 일부는 국회에 상정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법적·재정적 지원을 한다고 기업주들이 실제 얼마나 투자할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사업은 여전히 기술 ‘개발’ 단계여서 나중에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는데, 정부가 투자를 강제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사업은 아직 투자가 결정되지도 않은 부분까지 포함해 수치를 부풀렸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가 기업주들을 지원하면 투자가 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신자유주의 논리를 따르는데, 실제로 그런 선순환이 일어날지는 확실치 않다. 오히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규제가 완화됐는데도 투자가 늘지 않은 것은 세계경제의 이윤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주들은 ‘충분한’ 이윤, 즉 다른 곳(부동산 등)에 투자할 때보다 더 많은 이윤을 기대할 수 있을 때에만 새로운 사업에 투자한다.

반면, 이런 친기업 정책은 노동자들에게 직·간접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선순환의 출발이 규제 완화 등 기업의 투자 여건 개선이라는 논리는 임금 등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명분도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취한 태도가 모두 일맥상통한다. 이 점에서 민주노총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 제시”를 자신의 과제로 삼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게다가 기업 투자를 돕는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규제 완화는 공공서비스와 안전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정말로 투자가 이뤄진다면) 건설될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은 민간기업 소유이다. 따라서 전체 전력 생산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전력 민영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규제프리존법에는 이렇게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도로교통법, 가스안전관리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예외를 두는 것도 기업 이윤을 위해 안전 규제를 완화하는 조처다.

한편, 민주노총은 7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바이오헬스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계획’이 안건으로 상정된 것에 항의하며 불참을 통보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불참한 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그대로 결정됐고 그 내용 중 일부가 발표되는데도, 8차 회의에는 별다른 비판 없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과 산하연맹 지도자들은 사회적 대화에 기댈 것이 아니라 이런 정책들이 논의되고 추진되는 것에 일관되게 맞서야 한다.

민간 기업의 재생에너지 건설로 일자리 창출?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의 위협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 이를 내맡겨서는 효과도 작을 뿐 아니라 오히려 문제만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건설 사업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컸던 것도 근본에서는 이 문제와 연관이 있다. 그게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도 모를 발전소를 건설한다며, 멀쩡한 삼림을 훼손하고 주거 환경을 위협하는 대형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완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수십 년에 걸친 대규모 장기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들이 이를 책임질 수는 없다.

예컨대 최근 울산시는 울산 앞바다에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송철호 시장은 민간 투자를 받아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현대중공업 등을 참여시켜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추진 중인 계획은 부유식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인데 현대중공업의 해상플랜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송철호의 정치적 이미지 제고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당장 일감이 떨어져 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부유식 풍력발전 기술은 이제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고 앞으로 몇 년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발전기 관리 업무를 제외하면 제조와 건설에 필요한 기간은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데 현대중공업이 이를 정규직 일자리로 채울지도 알 수 없다. 임금 등 노동조건은 더욱 낙관하기 어렵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불과 2년 전까지도 풍력발전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돈벌이가 안 된다며 문을 닫아 버렸다. 앞으로도 이러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자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만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양질의 안정된 일자리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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