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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한국 경제:
사용자들의 거센 공세에 대비하라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국 경제 위기 등 악화하는 세계경제 상황 때문에 한국 경제도 다시 위태로워지고 있다.

10월 한 달간 한국 증시는 폭락했는데, 그 하락 폭은 주요 국가 중 최대였다. 올 들어 아르헨티나·터키 등지에서 신흥국 경제 위기가 진행될 때 한국은 예외라는 말들이 있었는데, 사실이 아님이 입증된 것이다.

금융 시장뿐 아니라 실물 경제도 침체하는 경향이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개선 추세”라고 하더니 말을 바꿔 침체로 접어들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올 들어 투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3분기 설비 투자는 지난해보다 7.7퍼센트 줄었다. 건설 투자도 8.6퍼센트가 줄었다.

물론 올해 투자 감소의 상당 부분은 지난해 급증한 반도체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투자가 60퍼센트 이상 늘면서 전체 설비투자 증가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반도체 말고는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외국계 기업 10곳 중 4곳이 내년 한국 투자를 줄이겠다고 해, 내년 투자 전망은 더 어두운 상황이다.

실업률도 증가했고, 고용률은 올해 2월부터 8개월째 내리막을 걸었다. 특히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올해 3분기 제조업 노동자 수는 지난해보다 9만여 명 줄었다.

경기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소비는 증가세이긴 하지만,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비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주도 성장은 계속될까?

투자 부진 상황에서 수출 증가가 한국 경제 성장을 지탱해 왔다. 그러나 수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은 사상 최대이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체로 감소세다. 자동차, 선박, 철강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들의 상황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수출은 신흥국 비중이 58퍼센트나 되기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제 악화의 영향은 크다.

게다가 2016년 중반부터 이어 온 반도체 호황이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올해 1분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 악화의 여파로 스마트폰 판매는 감소 추세이고, 컴퓨터 시장도 정체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이 반도체에 투자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경쟁이 심해질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 성장이 주로 반도체 수출에 의존해 온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빠지면 그 타격이 상당히 클 것이다.

2019년 예산안 ― 노골적인 친기업 우향우와 국방비 증액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친기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은 부자·기업 증세를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오히려 감세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향후 5년간 12조 6000억 원을 감세할 계획이다. 정부는 ‘서민 감세’라고 포장했지만, 실상은 법인세 감세 등 대기업 감세도 포함됐다.

구속해야 할 재벌 총수들과 ‘칵테일 파티’를 즐긴 문재인 ⓒ출처 청와대

문재인은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으로 꼽히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신 규제 “혁신”(완화·해제)과 경제 성장(자본 축적)은 여러 차례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경제 악화의 책임을 물어 경제부총리 김동연과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을 해임했다. 그러나 새 경제부총리 후보 홍남기는 박근혜 시절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지내며 규제 완화, 노동 개악 등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추진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새 정책실장 후보 김수현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사회수석을 하며 핵발전소와 대학입시 문제 등에서 개혁을 배신한 데 책임이 있는 자다. 결국 새로운 경제 수장들의 임명도 친기업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실제로 2019년 예산안에서 가장 큰 증가를 기록한 분야도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이다(14.7퍼센트).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와 별 다를 바 없는 ‘혁신 성장’을 추구하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대폭 늘린 것이다.

두번째(12.1퍼센트)로 많이 늘어난 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도 실제로는 기업 지원책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고용장려금이 56.3퍼센트나 늘었는데, 시간선택제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전일제 노동자를 시간제로 전환하거나 유연근무제 도입을 해도 지급한다. 정부가 노동 유연화를 적극 권장한다.

반면, 정부가 직접 늘리겠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대부분 임금이 월 100만 원 수준이거나 그 이하인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일자리다.

공공부문 일자리의 질 개선을 위해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내년 예산에는 사회서비스원의 시범사업으로 고작 14억 원을 배정하는 데 그쳤다.

보건 예산에서도 건강보험 지원 예산은 법정 의무조항에 비해서도 2조 원 이상 부족하게 책정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하던 의료 영리화 사업 등을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 공공병원 설립 공약을 위한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건산업 시장 부양을 위한 정책 예산은 145퍼센트나 증가했다.

복지 지출은 증가했지만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의무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고 실질적인 개선세는 미약하다.

그에 비해 국방비는 8.2퍼센트나 증가해 2008년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 등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와 관련한 예산은 16.4퍼센트나 증가했다.

이처럼 정부 예산은 기업 지원과 국방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군비가 아니라 복지를 늘려라 쓰레기통을 뒤지는 빈민 ⓒ조승진

(反)노동 정책

결국 문재인이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소득주도성장 운운한 것은 노조 지도자들을 사회적 대화에 끌어들여 투쟁의 발목을 잡으려는 미사여구일 뿐인 듯하다.

악화하는 경제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들의 공격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기업주들과 우파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책이 부족하다며 더 강력한 친기업·반노동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반값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 국민연금 개악, 최저임금 추가 개악 같은 임금 삭감 계획과 온갖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내년에는 구조조정(실제로는 고용 ‘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도 더 강화될 듯하다.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2018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해고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이번 예산안에서는 실업급여 확대 등 고용안전망 강화 예산이 26.7퍼센트 증가했다.

이런 때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에 미련을 갖는다면 정부의 개악에 들러리만 서 주는 꼴이 될 것이다. 투쟁의 태세와 준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작은 양보를 따내기 위해서도 단호한 투쟁과 연대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쌓여 가고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노동계급의 단결과 계급 투쟁의 전진을 도모할 혁명적 좌파의 구실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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