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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존중 말하며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은 친기업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를 출범시켜 올해 노동자대회가 뜨뜻미지근하게 치러지고 연말도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구상은 크게 어그러지고 있다.

오히려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와 노동자들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향신문〉 데스크의 노골적인 민주노총 비난, 이에 대한 노동조합들의 반발은 그런 갈등의 단면을 보여 준다.

이것은 단지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파기와 노골적인 우선회가 근본적인 쟁점이다.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가 결정이 불발된 것도 바로 이에 대한 적잖은 조합원들의 불만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 첫 1년을 관망하던 노동자들은 불만이 증대하면서 일부가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고, 특히 올해 여름 이후에는 항의 수준을 넘어 파업도 하기 시작했다. 정책대의원대회 이후에는 불만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친기업 본색을 노골화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매몰차게 외면해서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기로 정부와 여야 정당이 합의한 것이 대표 사례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에 대한 정부·여당과 중도진보 언론들의 압박이 민주노총 내 경사노위 참여파에게 힘을 실어 줄 법도 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 오히려 경사노위 참여를 지지하는 인사들조차 “이러면 노동계 반발은 불가피하다”고 할 정도다. 심지어 한국노총조차 정부가 “사회적 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름만 바꿔 계속되는 규제완화, 노동개악

문재인 정부 우선회의 배경에는 경제 위기 심화가 놓여 있다. 올해 한국 경제는 지난해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빠졌다. 투자가 급감하고 고용 사정도 악화했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건 결국 기업”이라는 논리로 친기업 정책을 노골화하고 나섰다.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10월 24일 발표)에서 정부는 기업들에 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다.

규제 완화(문재인 정부 용어로는 “규제 혁신”)는 두루 알다시피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조건은 물론이고 서민층 일반의 삶을 악화시킨다.

가령 정부는 “연구가 부족해도” 기술혁신성이 높으면 신의료기술로 인정하고 “시장 진입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명분으로 한 이런 규제 완화는 노동자와 서민층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정부는 “공유경제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디지털 특고” 양산과 연결된다.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사용자들이 고용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시간을 정조준해 공격하고 있다. 임금 억제와 장시간 노동은 착취율을 높여 자본가들이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 격차 해소 방안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임금 스펙트럼 가운데 중간 어디쯤으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광주형 일자리처럼 “[임금] 세팅을 같게 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 추진은 대표적인 임금 공격 사례다. 기존 임금의 절반을 주고 소형차 생산공장을 돌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

반값 임금

산별 표준임금률을 정하는 것은 노동운동 상층에서도 유력한 연대임금 방안으로 제안돼 왔다. 이 점에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장 출신이자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인 박병규 씨가 원탁회의 의장으로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것은 의외가 아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는 고임금 노동자 임금 삭감 정책일 뿐이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다른 노동자들보다 높으므로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최근 교육청들이 거의 삭감 수준으로 정해진 공무원 기본급 인상률(2.6퍼센트)을 근거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도 그 이상 올려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최저임금을 연거푸 개악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산입범위 확대로 이미 한 차례 줬다 뺏는 개악에 이어, 이번 국회에서는 차등 적용 개악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영세 업종 노동자나 이주 노동자처럼 저임금 개선이 가장 필요한 노동자들의 임금마저 억제하겠다는 뜻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은 노동시간 공격인 동시에 임금 공격의 사례다. 정부와 여야는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악하기로 합의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탄력근로제는 사용자들이 원할 때 별도의 연장근로 수당 없이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는 제도다. 단위기간 동안 평균 노동시간(52시간)을 맞추면 되기 때문에, 일이 많을 때는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지난 7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건 말짱 도루묵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수당마저 못 받게 된다.

수리 노동자들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이렇게 우려했다. “성수기 전체인 5개월간 주 60~70시간 일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과 살인적 노동강도로 산재 위협에 놓인다. 그나마 손에 쥐었던 시간외 수당도 빼앗아 가려 한다.”

이것은 일거리가 늘어도 사용자들이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장시간 노동에 의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으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모순된다. 또,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사회적 대화”로 추진하자더니 이마저도 내던져 버렸다.

노동자대회 이후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올해 6월 30일 8만 명이 모인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이후 민주노총 집행부는 투쟁을 확대했어야 했다 ⓒ조승진

이런 공격을 저지하려면 단호하게 싸워야 하고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그럴 잠재력은 있다.

노동자들은 2008년 촛불의 경우와 달리 2016년 박근혜 퇴진 투쟁의 주요 참가자들이었기 때문에 사기가 괜찮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투쟁에 나섰다. 그런 투쟁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한계를 드러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 일부도 투쟁 대열에 합류해 왔다.

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투쟁에 나섰는데도 분산돼 싸워 투쟁이 보편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주로 노동운동의 상층 지도자들 다수가 문재인 정부와 맞서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가령 올해 상반기에 8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6월 30일) 이후 김명환 민주노총 집행부는 투쟁을 확대하기는커녕 청와대 면담을 추진하면서 대결보다는 대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노동자대회 이후에는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지금은 상반기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더 많이 쌓여 있고 확대 잠재력도 더 크다. 단지 비정규직뿐 아니라 더 많은 노동자들이 공약 파기와 임금 삭감과 유연 근무 같은 공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잘 조직된 대규모 노조들도 투쟁에 나설 수 있다. 이런 노조들은 몸집이 커 움직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움직이면 정부를 압박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그러려면 “상대적으로 나은 조건의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거짓말들을 잘 반박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의 목적

문재인 정부와, 노동운동 안팎의 친정부 온건파들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가하지 않으면 정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주변화될 뿐이라고 여전히 압박하고 있을 것이다. “교섭장 바깥을 기웃거리다가는 얻는 게 없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정부와 사용자들이 양보할 기미도 없는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화에 미련을 두고 투쟁을 협소한 개별 부문들에 가둔다면 그것이야말로 영향력을 잃고 주변화되는 길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단지 민주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의 조건이 걸린 문재인 정부의 공약 파탄과 탄력근로제 개악 등에 맞서 잠재된 힘을 실제로 사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각계의 친문적 인사들이 민주노총을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키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첫째, 임금 억제 등 조건 삭감 양보를 얻어 내는 것이다. 둘째, 노사갈등을 줄이고 ‘산업 평화’를 이루는 것이다.(도대체 누구의 평화이고, 누구에게 득이 되는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런 목적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을 비난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금 수준이 오르면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할 국면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하의 사회적 대화는 전과 달리 경제 위기 시 양보를 압박하려는 게 아니고 진정한 사회 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다소 순진하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지도자들을 국가 정책을 논의하는 테이블에 끼워 주겠다고 한다. 혹자는 이것을 “권력 공유”라고도 한다. 하지만 한국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한다며 노동조건을 양보해야 하는 그런 “노동존중”은 보통 노동자들에게 전혀 달갑지 않다.

현 상황의 잠재력과 투사들의 과제

노동조합 투사들은 현 상황의 잠재력을 알아야 한다.

김명환 민주노총 집행부는 경사노위 참가 뜻을 거듭 밝혀 왔지만, 그 길은 순탄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부의 노동자 공격이 점점 노골적이 돼서, 기층 노동자들의 불만이 점증하고 있어서다.

노동자들은 정부 정책뿐 아니라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 취한 후퇴에도 불만이 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의 공공병원 표준임금제 합의, 민주노총 지도부가 경사노위 노사관계위원회 공익위원 안에 명확하게 반대하지 않은 것 등이 그런 사례다.

위아래 모두로부터의 이런 압력 때문에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경사노위 문제에서 합심하고 있지 못하다.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사회적 대화보다 투쟁에 힘을 실으라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좀 더 받고 있다.

투사들은 이런 분위기가 투쟁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 노동계급을 더욱 분열시키는 갖가지 주장들을 못 들은 척하지 말고 반박해야 한다. 그리고 지도자들에게 투쟁과 연대투쟁을 촉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