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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비정규직 파업:
“정규직화 약속하더니 결국 전환율 0퍼센트라니”

전남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지부)이 12월 1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연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12월 10일부터 병원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해 왔다. 연말이면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그 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파견·용역업체와 재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견·용역업체와 재계약하면,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또다시 전환이 미뤄지거나 심지어 이후 전환 부담을 줄이려고 해고(계약해지)될 가능성도 있다. 화순 병원 등 전남대병원 산하 4개 병원에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는 600명이나 된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이 0퍼센트”라고 규탄했다.

12월 17일 전남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촉구 총파업 출정식 ⓒ출처 보건의료노조

파업 출정식에서 전남대병원 노동자들은 무책임한 정부와 병원을 비판하며 투지를 다졌다. “정부도, 전남대병원도 ‘비정규직 철폐’라는 사회적 여론 앞에서 생색내기만 할 뿐 실제로 정규직 전환의 의지는 없어 보인다. 이제 정부와 전남대병원에 대한 미련을 거두고 우리 스스로의 투쟁으로 정규직을 쟁취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기자회견문)

전남대병원 측은 올해 9월 임금단체협상에서 “간접고용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열어 정규직화 대상, 시기, 조건 등을 논의하자며 시간만 끌어 왔다. 여러 공공기관들에서 그랬듯이, 노·사·전 협의체에서 자회사 방안, 무더기 전환 제외 등이 추진될 가능성도 높다. 자회사 전환이 정규직화라고 우기는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방침이 공공병원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폐기하고 싸워야

보건의료노조가 정부·서울시·공공병원 사용자들과 합의한 ‘공공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이하 공공병원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도 같은 문제점을 보여 준다.

보건의료노조 집행부는 이 합의가 “자회사로의 고용전환을 배제하고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합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공병원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에는 “자회사 배제”가 명시돼 있지 않다. 직접고용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 말은 실질적 적용 기준이 아니라 “이론적 측면”을 의미하므로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한다(국립국어원). 정부와 사용자들이 ‘원칙은 원칙일 뿐’이라며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 집행부가 헛된 기대를 하고 있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더구나 공공병원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은 노동자들이 아무리 장기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차별적 임금체계 방안이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라 온 임금·처우 개선, 실질적 정규직화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의료연대본부, 민주일반연맹 등 노동조합들과 노동자연대 등 좌파 노동운동 단체들은 이 합의가 비정규직의 저임금 등 차별을 고착화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주최한 한 토론회에서는 보건의료노조 측 발표자도 별도 임금체계가 차별적이고, 저임금 체계라는 점을 일부 인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자회사 방안 등을 정규직화로 둔갑시키고, 돈 안 들이는 말뿐인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왔다. 이 속에서 공공기관 사용자들이 줄줄이 자회사 방안을 추진했다. 국립대병원들도 지금 자회사 방안을 만지작거리며 기존 합의를 개무시하고 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보건의료노조는 이참에 잘못된 공공병원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 합의를 폐기하고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그리고 국립대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해 정부에 항의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병원 측은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 전에 뒤통수를 쳤다 ⓒ출처 보건의료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