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문재인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부모와 미혼모에 대한 포용과 지원이야말로 다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의 시금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 문재인 정부가 과연 “한부모 포용” 정부라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문재인이 극찬한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 돌봄 서비스’만 하더라도,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필요한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 

‘돌봄 서비스’는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에 입소한 한부모가 학업·취업 준비 등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을 때 중앙정부 예산으로 아이 돌보미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자유한국당 의원 송언석이 해당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해 “비정”하다는 지탄을 받고 철회한 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국회 여성가족위 단계에서 관련 예산 17억 원가량이 삭감됐고,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그 결과, 원안에 비해 ‘돌봄 서비스’ 제공 시설과 이용 시간이 모두 줄게 됐다. 또한 여성가족부에 따르더라도 시설당 필요한 아이 돌보미 적정 인원은 4.9명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시설당 2명만 배치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수준도 안 되는 지원기준액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한부모 아동양육비를 소폭 인상해 놓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는 한부모 가족은 매우 제한적이다. 매우 낮은 소득기준액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아직 내년 소득기준액을 밝히지 않았는데, 만약 현행대로 중위소득 52퍼센트를 기준으로 할 경우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한부모들이 대거 늘어날 공산이 크다. 2019년 중위소득 52퍼센트에 해당하는 액수는 151만 원가량인데, 이는 내년 최저임금 수준(월 174만 5150원)보다도 낮다. 중위소득 60퍼센트를 기준으로 해도, 최저임금보다 낮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최저임금을 받는 한부모는 아동양육비를 한 푼도 못 받게 된다.  

한부모 가족들은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최저임금도 포기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부당한 기준 때문에, 일부 한부모들은 월급이 지원기준액보다 오르면 되레 월급이 더 낮은 직장으로 옮기거나, 직장에서 지급하는 수당을 포기하기도 한다. (‘워라밸 시각에서 본 한부모의 노동과 삶’, 한국한부모연합 토론회 자료집, 2018년 9월 7일)

12월 18일 한국한부모연합이 주관한 ‘한부모 지원 체계 구축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한부모들은 가혹한 현실을 절절하게 고발했다.

여섯 남매를 홀로 키우는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아들이 대학생 1학년이 돼 3개월 실습 근무를 했어요. 그런데 [실습 근무에서 번] 아들의 소득이 잡히자 정부 지원금 80만 원이 바로 깎였어요. 살 길이 막막해 죽고 싶습니다.”

아내가 출산 중 사망해 홀로 아기를 키우는 한 남성도 매우 제한적인 지원 정책을 성토했다. “정부 지원을 받고 싶어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제가 연봉이 2000만 원 조금 넘는다는 이유로 한 푼도 지원받을 수 없었어요. 너무 절망스러웠습니다.”

한부모 가족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중복지원 불가 방침에 따라 아동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 또한 외국인 한부모 가족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11월 21일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동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한국 국민과 혼인해 한국 국적을 가진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로 제한돼 있던 조항을 “한국 국적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로 수정해 미혼 외국인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회적 낙인 강화하는 선별 지원 정책

그러나 가난을 입증해야 지원금을 주는 선별 지원 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인천한부모가족지원센터 장희정 센터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불합리한 한부모 지원 방안을 비판했다.

“현재 정부는 저소득 한부모만 국한해서 지원하고 있어요. 한부모 가족 10가구 중 3가구만 지원을 받을 수 있죠. 저소득 한부모만 지원 대상으로 삼는 한부모가족지원법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여성가족부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수급 기준 등을 시행령이나 지침으로 다 바꿀 수 있습니다.”

장희정 센터장은 정부의 선별 정책이 한부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부추기고 한부모와 그 자녀들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문제를 외면한 채 “한부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부모 가족 지원 정책은 보편적 복지로 보장돼야 한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부자들에게 제대로 세금을 걷어 대폭 확충해야 한다.

민주당 지자체의 한부모 예산 삭감

비정하기로는 민주당 지자체도 예외가 아니다 ⓒ출처 인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한편 중앙 정부가 한부모 가족 지원 예산을 소폭 인상하는 데 그쳤음에도, 그것을 빌미로 지자체에서 얼마 안 되는 한부모 지원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인천시는 내년 한부모 가족 지원 사업비 전액(5200만 원)을 삭감했다. 인천시장은 민주당 소속이고, 인천시의원 37명 중 34명이 민주당 의원이다. ‘비정하다’는 말은 자유한국당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인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항의에 나서자 인천시는 부랴부랴 삭감된 예산을 복원시켰다. 

장희정 센터장은 “정부 정책이 저소득 한부모만 지원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보니, 지자체가 그외의 다른 한부모 사업은 줄여도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한부모 복지에 인색한 지자체와 정부를 비판했다.

돌봄 사각지대

정부의 한부모 가족 돌봄 지원도 매우 열악하다.   

한부모들은 생계·양육·가사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당연히 돈도 시간도 부족하다. 2015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 한부모 가족은 87.4퍼센트가 일을 하고 48.2퍼센트는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한다. 그럼에도 월평균 소득은 전체 월평균 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189만 6000원에 그쳤다.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받는 미혼모들은 홀로 집에서 양육을 하는 경우가 91.6퍼센트에 달하지만 지원 방안이 없다.(2018년 육아정책연구소 실태조사)

저소득 한부모들은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좀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제공 시간이 한정돼 있고, 본인부담금도 걸림돌이다. 저소득으로 인정받지 못한 약 70퍼센트의 한부모들은 어떤 지원도 제공받지 못한다. 그래서 한부모 자녀들은 홀로 남겨져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열악한 현실 때문에 최근 한부모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무허가 위탁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일이 늘어나면서 ‘무허가 위탁모 아동학대 사건’ 같은 참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 언론은 ‘괴물 위탁모’ 운운하며 개인의 잔인함을 부각했지만, 한부모 가족의 돌봄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민간시장에 의존케 한 국가에 더 큰 책임이 있다.

문재인은 번지르르한 말로 생색내지만, 한부모 가족의 고통을 해결하려면 보편적 복지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질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