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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노동개악 시도 경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인가, 더불어한국당인가

12월 17일 임시국회가 시작됐다. 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열려고 야당들의 요구안 중에 한두 개씩 골고루 약속어음을 발행했다.

소수 정당들(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에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식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우파 야당들에게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 산하 기관 노조들을 겨냥한 국정조사와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등을 약속했다.

그런데 합의 문구를 보면 무게감이 다르다. 선거제도 개혁은 “검토한다”이지만,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등은 “처리한다”이다.

일각에선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 심사를 시작해 2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악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열흘 남짓인 임시국회 기간에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것과 ‘못할 것이다’는 다른 얘기다.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은 이미 청와대-민주당-자유한국당 등이 올해 처리하자고 합의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방침에 반발하자, 여당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경사노위의 합의에 민주노총을 포함시켜야 해서다.

이번에 여당은 우파 야당의 연내 통과 압박에 재차 이행각서를 써 줬다. 그러나 노동자들과의 약속은 2년이 다 돼 가도록 감감무소식이거나 포기했다.

ⓒ출처 민주노총

대놓고 기업 존중으로

정부·여당은 우파 야당(전임정부 세력)과 기업주 환심 사기 경쟁을 하는 듯하다. 12월 17일 정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도 문재인은 친기업·반노동을 분명히 했다. 이미 그 길로 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눈치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 주재로 14개 주요 부처 장관들, 청와대 비서실장·정책실장, 기타 장관급 기관장 등 정권의 주요 간부들이 모여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경제 활력”이 정부의 새로운 기조로 제시됐다. 경제 활력은 기업 존중과 투자 활성화의 목적으로 제시된 말이다. 이는 노동 존중의 공식 폐기이기도 하다.

“정부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나서서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박근혜가 망친 걸 원상 회복하고 공약을 지키라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던 노동자들이 병원에 실려가도 모른 체하던 문재인이 한 말이다.

지금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제 침체 때문에 투자 전망이 밝지 않아서 투자를 미루거나 주저한다. 그러므로 기업 투자 활성화는 정부가 적정 수익성을 기업들에 보장하는 정책들을 편다는 뜻이다.

직접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세금 삭감, 기업 제품 구매를 통한 지원뿐 아니라 알짜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규제 완화, 임금 및 노동비용 억제 정책이 뒤따를 것이다.

실제로 확대경제장관 회의에서는 내년 경제정책으로 의료 영리화, 공공시설의 민간투자 전면 허용, 친기업 규제 완화 방안이 제시됐다.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임금체계 개악(직무급제), 최저임금 개악(또는 인상 억제) 등도 주요 추진 정책이다.

문재인이 말한 “투자 걸림돌 제거”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한 움큼 가져다 쓰겠다는 얘기다. 우회전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지난 여름 문재인의 우경화를 비판했던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 발표했던 정책이라고 봐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공공시설 민간투자 전면 허용이나 보건·관광 등의 서비스업 활성화를 강조한 것은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건설·서비스업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인 듯하다. 공공부문 양질의 일자리 80만 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에서 민간 투자에 의존한 일자리 창출로 후퇴한 것이다.

기업이 고임금을 투자 걸림돌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 걸림돌을 제거해 주고 나오는 일자리가 양질일 리가 없다. 가뜩이나 산재 사망이 많은 건설업에서 외주화의 위험성이 줄어들 리도 없다.

정부·여당은 우파 야당(전임정부 세력)과 기업주 환심 사기 경쟁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여야 간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출처 청와대

문재인은 경제·노동 정책에서만 후퇴한 게 아니다. 적폐 청산도 용두사미가 됐다. 사법 농단, 기무사 세월호 사찰 등이 폭로됐지만, 지금 사법 개혁은 ‘사법 농담’이 됐다. 전 기무사령관 중 이재수는 자살했고, 조현천은 사실상 망명 상태다. 수사가 될 리 없다.

여권 핵심부는 당내 좌파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친노조를 이유로 박원순 서울시장도 공격함으로써 적폐 청산 동력도 스스로 약화시켰다.

지금 국회 환노위에는 탄력근로제 말고도 최저임금 동결 등 개악 법안들이 여럿 계류돼 있다. 문재인 정부의 방향과 속도를 볼 때, 노동자 운동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노동 개악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고故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을 고무하면서 이런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재계의 관계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기업 투자에 신경을 쓴다고 해서, 기업주들과의 관계가 찰떡궁합으로만 가지는 않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재계는 자유한국당을 선호해 왔다. 전경련은 우익 단체들의 주된 후원자였다. 재벌들이 적폐로 몰리는 동안에도 자유한국당은 재계를 일관되게 대변해 왔다. 이제 우파와 기업주들은 문재인에게 ‘적폐 청산의 중단’을 요구한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여야 합의로 노동개악들을 통과시켜도 기업주와 문재인 사이에 여전히 긴장이 있고, 여야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

가령 정부는 이재용을 풀어 주고 인도와 평양 등지에 동행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조작 사건 등은 질질 끌며 삼성을 압박했다. 재계 존중과 민간 투자 독려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저녁 뉴스 한켠에는 재벌 부패 수사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와 삼성 등 재계 사이에 신경전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다시 촛불의 환심을 사려고 포퓰리즘적 언사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기업주들의 마음을 사려고 더 반동적인 정책을 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노무현은 집권 2년차에 국가보안법 폐지와 비정규직 악법, 노조법 개악을 동시에 들고 나왔었다. 노무현은 집권 말기에도 한미FTA, 비정규직 악법, 제주 해군기지 추진, 국민연금 개악 등 최악의 우파 정책들을 강행했는데, 바로 그때 임기 초에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풀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운동 내 혼란이 계속됐음은 물론이다.

지배계급이 분열해 있기 때문에, 문재인의 노동개악에 맞서 싸워서 이기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노동운동은 현 정치 상황의 위험과 기회를 이해하며 대중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김문성(〈노동자 연대〉 편집팀을 대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