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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길병원 노동자 파업:
부패한 재단에 항의하며 전면 파업에 나서다

12월 19일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병원 설립 이후 60년 만에 첫 파업이다. 앞선 찬반투표에서는 조합원의 97퍼센트가 찬성표를 던졌다.

가천대길병원지부는 올해 7월 설립됐다. 기존 ‘기업노조’가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해 ‘새노조’를 만든 것이다. 처음 30명으로 시작한 노동조합이 설립 1주일 만에 1052명으로 늘어났고 지금은 1400명을 넘어섰다.

12월 19일 가천대길병원노조 파업 출정식 ⓒ출처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은 1958년 이길여 산부인과로 개원해 1400 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인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이다.

그러나 이런 성장은 부패로 얼룩져있다. 지난해 가천대길병원은 법인자금 횡령 혐의와 뇌물 혐의 등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병원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가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이니 얼마나 많은 부패가 있었을지 상상이 간다. 올해에는 노동자들에 대한 갑질 논란이 크게 벌어졌고, 노조 설립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은“직원한테 줄 돈은 없고 비리하는 뒷돈만 있냐? 이길여 공화국”이라고 쓴 손팻말을 벽에 붙여놨다.

무엇보다 이런 병원의 성장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불만과 분노가 높았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인원 충원, 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가천대길병원은 인력이 충분한 것처럼 정부의 눈을 속여 부당청구를 해왔다. 현재 인원은 간호등급제 상 2등급 판정 기준에서 590명이나 부족한데도 2등급으로 속여 부당청구를 해 온 것이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됐다.

“한 병상에 필요한 인원에서 2~3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근무를 해야 했다. 일부 병동에서는 간호사 1명이 2개 층의 병실을 담당하기도 했다. 응급 상황이 벌어져도 대처할 수가 없다”(9년차 간호사)

“올해 7월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임신 7~8개월 무렵이 될 때까지도 나이트(야간) 근무를 해야 했어요. 동의서도 거의 강제적으로 쓰고요.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해서 무급 근무를 1~2시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인력 부족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올해 노조가 만들어지고 나서야 간호사들에게 이틀의 오프(쉬는 날)을 줬어요. 그 전에는 휴가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쓰지 못했어요. (16년차 간호사)

ⓒ소은화

부패하고 냉혹한 가천 재단

병원 내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도 고통을 호소했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월 300시간 넘게 일하고 있습니다. 몸이 너무 아파서 처음 노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았습니다”(가천대길병원지부 정영민 사무장)

“우리는 건물의 모든 전기, 시설 등을 관리해요. 이를테면, 환자에게 필요한 산소 공급 등이 우리에게 달린 거죠. 저는 23년을 일했는데요. 처음에는 건물 한 개를 3~4명이 관리했었는데, 최근에는 야간 근무자 2명이 13개 건물을 전부 관리해요. 언제 무슨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예요. (23년차 시설관리 노동자)

임금 등 노동조건도 열악하다. 다른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초임 연봉이 100만~400만 원 정도 낮다고 한다. 경력이 늘어날수록 그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시간외수당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각종 수당 미지급으로 체불된 임금도 상당하다.

“2016년부터 일했는데 초반 6개월은 계약직으로 일하고, 초임은 40만 원 받았어요. 올해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는데, 이후 입사자들 중에도 이런 경우가 꽤 있어요.(3년차 간호사)

“보통 비슷한 규모의 병원이 수익의 42퍼센트를 인건비로 지출하는데, 가천대길병원은 인건비 비중이 28퍼센트밖에 안 된다. 그만큼 노동자들을 쥐어짠 것이죠.”

“병원에서 출근 시간은 기록하지만 퇴근 시간은 기록도 없어요. 처음 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16시간을 근무한 경우도 있었어요.”(9년차 간호사)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의 이직율도 높다. ‘길병원에는 old(고참) 아니면 신규 뿐’이라고 쓴 자신의 피켓을 들어 보여 준 한 노동자는“이게 정말 그래요. 1년을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도 많고, 그렇게 초반에 버티면 3년까지는 다니다가 나가고, 다시 5년까지 버티다가 나가고 그래요.(13년차 병실 근무 간호사)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만큼 파업 참가율도 높다. 필수유지업무를 빼면 거의 모든 조합원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파업 집회가 열린 본관 1층과 2층 로비는 파업 중인 노동자들로 가득 찼다. 로비 곳곳에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불만과 요구를 손수 쓴 팻말들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파업에 나선 것은 최근 다른 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고무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한림, 강북성심 병원 등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봤고, 아마 다른 병원도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제 막 입사한 신규 막내들에게 부당한 일이 참 많았습니다. 너희들이 준비해서 장기자랑 하라고 하면, 누가 그 시간을 그렇게 버리고 싶겠습니까. 노조를 만들면서 분위기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다른 부서들끼리도 서로 알게 되고, 도와주려 하고. 그동안에는 일이 너무 힘드니까 모두 서로 말 한마디 걸기 힘들 정도로 힘든 표정이었는데, 지금 파업하는 조합원들의 표정이 정말 밝습니다.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가천대길병원지부 강수진 지부장)

생애 첫 파업에 나선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

ⓒ소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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