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서 우리 아들딸들이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대통령 만나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도와 주십시오. 저도 힘 내서 싸울 것입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 갑시다.” 

12월 22일 오후 5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故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약칭 故김용균 시민대책위) 주최로 1차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고 김용균 씨의 부모가 무대에 올라 “용균이가 바라던 세상을 만들려면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하다”며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추모 집회에선 김용균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윤 중심의 사회 구조를 규탄하는 발언들이 많았다. 또, 김용균 씨의 억울한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기업 기조를 강화하는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는 발언들도 잇따랐다. 연사들은 문재인을 “공범”으로 규정했다. 

비슷한 시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가 주최한 불법촬영물 항의 시위에서도 문재인을 ‘웹하드 카르텔’의 “공범”으로 규탄했다.(‘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시위 — 웹하드 카르텔의 “공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다’를 보시오.)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하고,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던 문재인이 그 당사자들에게 정확히 ‘범죄자’로 지목되는 순간이었다. 동일한 범인을 상대로 싸운 두 운동이 이 날 함께 만났더라면 그 힘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한편, 아스팔트 우익도 비슷한 시간대, 비슷한 공간에서 두 운동과는 정반대로 반동적인 목적을 위해 문재인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서 공격받아 압착되는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서울 한복판의 풍경이었다. 

“공범”

추모 집회에는 2000여 명이 참가했다. 김용균 씨 부모님이 맨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김용균 씨의 동료인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은 범국민 추모제에 앞서 자체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대학생들의 참가도 눈에 띄었다.  

김용균 씨 아버지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강력한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해서 잘못된 원청 책임자들과 이렇게 우리 아이들을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 놓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마땅합니다. 정부는 우리 아이를 죽인 살인자입니다.” 

김용균 씨 어머니는 정부에 즉각 위험한 작업 환경을 개선시킬 것을 촉구했다. “비록 우리 아들은 원통하게 갔지만 아직도 아들 동료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위험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 돈보다 권력보다 제일 우선인 인간 가치가 존중 받는 그런 나라를 만들길 바랍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약속을 내팽개친 문재인을 비판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우리의 아픔과 고통을 전달하려 했지만 대통령은 침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을, 용균이가 죽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눈물로 외쳤다. 

또래의 비극을 접한 대학생들도 군데군데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청년·학생들은 ‘청년 추모 행동’을 결성하고, 지난 19일 집회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청년 추모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8월 태안발전소 앞 집회에 참가했던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양선경 회원은 그때 외친 요구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양선경 씨는 학교에서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 김용균 씨 사망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소식을 전하며 학생들이 노동자와 연대해서 싸우자고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제주도 음료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 사망한 이민호 군의 아버지도 연단에 올랐다. 그는 “돈 없고, 힘 없고, 빽 없는 부모의 자식들, 청춘들의 목숨으로 사주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대한민국이 참 한심스럽다”며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은 사업을 할 수 없게끔 벌금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외주화를 중단하고 정규직화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행진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와 지난해 제주에서 현장실습 도중 목숨을 잃은 고 이민호 군의 어머니가 서로를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미진
고 김용균 씨의 부모와 지난해 제주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고교생 고 이민호 군의 부모,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포구 아현동 철거민 고 박준경 씨 유가족을 비롯한 범국민추모대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청와대 행진을 방해하는 무장경찰에게 항의하며 울부짖고 있다 ⓒ조승진

그런데 청와대 길목으로 접어들 무렵, 방패를 들고 무장을 한 경찰들이 행진 대열을 가로막았다. 대통령을 만나자며 평화롭게 행진해 온 유족과 참가자들에 대한 문재인의 대답이었다. 행진 대열은 진압 경찰을 행진 경로에서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며 10여 분 간 대치하며 항의했다. 진압 경찰이 물러난 뒤 참가자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해 갔다. 

참가자들은 문재인을 만나 유족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모일 것을 약속했다. 

정치적 쟁투

돌아오는 한 주가 이 운동에서 중요하다.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을 둘러싼 정치적 쟁투가 치열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정치권의 우파 정당은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을 문재인 정부에 공세를 펼 호재로 보고 있다. 우파 정당의 칼끝은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도 겨누고 있다. 우파 정당은 꾀죄죄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 개정안에 대해서조차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우파 정당의 반대를 탓하며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 할 것이다.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은 우파의 노골적인 반대를 규탄하면서도, 문재인 정부를 더 세게 몰아쳐야 한다. 우리 운동은 문재인을 “공범”으로 규정했다! 

12월 29일 2차 범국민 추모제에 더 많이 모이자. 

22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2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범국민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청와대로 행진하는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가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들고 있다 ⓒ이미진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한 고 김용균 씨의 아버지가 도로변에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묶으며 오열하고 있다 ⓒ이미진
고 김용균 씨의 동료를 비롯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인의 사진이 담긴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범국민추모대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스물네살 비정규직 故김용균
2차 범국민추모제

2018년 12월 29일(토) 오후 5시 광화문광장


청년들을 더이상 죽이지 마라
2차 청년 추모행동의 날 “너는 나다”

2018년 12월 26일(수) 오후 7시 광화문광장

스물네살 비정규직 故김용균: 2차 범국민추모제 / 2018년 12월 29일(토) 오후 5시, 광화문광장(세종대왕상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