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주기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쓰고 있다

11월 22일 문재인은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 30주년을 맞아 열린 산재노동자 한마당에 축사를 보냈다. “[정부는] 출범 전부터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힘써 왔습니다. … 파견이나 용역, 특수 노동자라는 이유로 안전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24살 청년 고 김용균 씨가 “위험의 외주화”로 사망하기 고작 한 달 전이었다.

정부가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산업재해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7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의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0명 증가해 총 1957명에 달했다. 2018년 9월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76명이 늘었다.

안전보건공단 웹사이트의 산재 통계 최신 페이지만 봐도 얼마나 많은 “김용균들”이 잊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쏟아진 적재물에 깔림”, “발판 설치 작업 중 떨어짐”, “컨베이어 이물질 제거 중 기둥 사이에 끼임” …

문재인의 대선 공약이었던 중대사고 기업처벌법 제정은 온데간데 없고, 법에 명시된 작업중지권은 대공장 정규직 노조원조차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

2018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은 이렇게 말했다. “대규모 재난과 사고에 대해서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상시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겠습니다.”

당시는 사망자 29명과 부상자 수십 명을 낳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직후였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악몽은 반복됐다. 1월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망자 39명을 포함해 사상자가 무려 190명에 이르렀다.

정부는 큰 사고가 날 때마다 ‘국가 안전 대진단’을 시행하겠다고 떠들썩하게 내세웠다. 이것이 속 빈 강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연이은 사고로 드러났다. 

두 화재 사고 모두 피해를 키운 결정적 원인은 쉽게 타는 값싼 건물 외장재였다. 스프링클러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은 것, 소화기가 없거나 충전되지 않은 것 등도 마찬가지였다. 130명의 사상자를 낳은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나 2014년 고양터미널 화재 사고 때도 똑같은 원인이 지목됐었다.

소방 인력에 대한 투자 부족과 안전 규제 문제도 크게 불거졌지만,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 예산에서 가장 많이 배정된 곳은 소방·구조 인력이 아니라 경찰이었다. 소방 인력 확충은 문재인의 대선 공약이었는데도 말이다.

올해 11월 종로의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고령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한 달 뒤에는 막 수능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강릉 펜션 가스 누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두 사고 모두 필요한 안전 규제가 없거나 있어도 안 지켜진 게 원인이었다.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6·13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가 더욱 노골적으로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 성장”을 외쳤기 때문이다.

안전은 계급 문제 검게 그을린 종로 고시원 화재 현장 ⓒ조승진

누구의 안전이냐

이런 일은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도 일어났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규제총량제’와 ‘규제일몰제’를 도입했다. 이 중에는 소방법, 건축법, 청소년기본법이 포함돼 있었다. 이것이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23명이 사망한 1999년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고의 배경이었다.

2003년 2월에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로 192명이 죽고 151명이 다쳤다. 세계적으로 지하철이 생긴 이래 두 번째로 큰 인명 피해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철도 민영화로 나아가려고 철도에 수익성 중심의 운영 체계를 도입하고 철도청을 철도공사로 바꾸는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안방의 세월호’라 불린 가습기 살균제들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를 받고 출시된 시기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였다. 2018년 1월 가해 기업인 옥시의 대표 존 리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자본가들은 무한 이윤 경쟁을 한다. 그들에게 비용 절감은 지상 명령이 되고 안전을 위한 규제는 이윤 활동의 걸림돌일 뿐이다. 노동자의 안전과 상품을 사용하는 대중의 안전은 쉽게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정부가 이런 자본가들을 억제할 수 있을까? 일시적·예외적으로라면 모를까, 근본에서는 그럴 수 없다. 자본가 계급의 착취와 자본 축적이 성공하지 못하면 국가(따라서 정부)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애당초 문재인 정부는 그런 억제를 시도할 생각도 없다. 고 김용균 씨의 사망 직후 보란 듯이 공공시설에 대한 민간투자 허용을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제주 영리병원을 사실상 허가해 준 것을 보라.

문재인의 온화한 듯한 태도 이면에 있는 진정한 기반을 봐야 한다. 민주당은 (이 나라 지배계급의 제2 선호 정당이긴 해도)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자본가 계급에 기반한 친자본주의 정당이다. 단지 우파들의 공격에 떠밀려 그런 선택을 하는 게 아니다.

위험에 내몰린 대중의 안전이냐, 아니면 경제 위기에 아우성치는 사장들의 이윤 ‘안전’이냐. 안전 문제는 이처럼 계급 문제일 수밖에 없다.

아래로부터 대중 투쟁에서 진정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 금지!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故김용균 투쟁승리
1.19 전국노동자대회

1월 19일(토) 오후 2시 광화문광장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이제 그만!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 5차 범국민추모제

1월 19일 (토) 오후 3시 30분 광화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