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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과 함께하는 송년회가 성황리에 진행되다

12월 23일 경기도 오산에서 ‘예멘 난민들과 함께 하는 송년회 — 예멘 평화를 위한 연대와 후원의 밤’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오산과 천안에서 제주 예멘 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며 여러 지원을 해 온 ‘한국디아코니아’와 신생 난민 연대 단체 ‘난민과 손잡고’가 공동주최했다.

예멘 난민 8명을 포함해 총 80여 명이 참석했는데, ‘한국디아코니아’ 소속 목사들, ‘난민과 손잡고’ 회원들, 오산의 진보적 교인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 대학생들, 노동자연대 회원 등이 모여 따뜻한 마음을 나눴다.

"난민은 우리의 이웃" 따뜻한 연대를 확인한 송년회 ⓒ사진 출처 난민과 손잡고

예멘 난민들은 작은 도시 오산에서 열린 이날 송년회가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에 감격했다. 한 예멘 난민은 “전쟁으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다시 평화가 와서 고향에서 가족들과 만나고 싶다.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 그런데 지금 여기의 내 가족은 바로 여러분들이다”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년회 사회를 본 ‘난민과 손잡고’의 싸마는 송년회에 참석한 난민들이 예멘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줬다. 싸마는 말했다. “약사였고, 고등학교 선생님이었고, 대학 입학 허가를 받아 꿈에 부푼 고등학생이었던 이들이 전쟁을 피해 왔다.” 실제로 이날 참가한 한 예멘 난민은 대통령 궁 옆에 있는 자신의 집이 폭격 맞아 가족을 모두 잃는 비극을 안고 한국에 왔다.

싸마는 이어서 주장했다. “아랍에미리트에 파병해서 예멘 전쟁에 개입한 문재인 정부도 그 전쟁에 책임을 느끼고 난민들을 인정해야 한다.”

화성의 한 회사에서 예멘 난민 3명과 함께 일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들도 참석했다. 우파들의 악의적인 왜곡·비방과는 달리, 예멘 난민들과 함께 일하거나 대화를 나눠 본 한국인들은 이들이 평화를 염원하고 이웃과 함께 잘 어울리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안다.

“환영해 줘서 고맙습니다”

수원의 김승섭 노무사는 난민들을 위한 노동법 강의를 진행했다. 전교조 소속 영어 교사가 영어로 통역한 뒤 예멘 난민이 아랍어로 순차 통역했다.

대부분의 예멘 난민들은 이곳에서 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노동법이 난민들을 온전히 보호할 수는 없지만, 난민들이 사장들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싸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승섭 노무사는 아랍어 버전의 노동법 교안을 제작해 교육에 나서고 있다.

제주 예멘 난민들 일부는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왔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문재인 정부는 제주 예멘 난민 중 2명(0.4퍼센트)에게만 난민 지위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인도적 체류 지위는 당장의 생계나 주거는 물론이고, 언어나 일자리 지원도 제공하지 않는다. 전혀 인도적이지 않은 조치인 것이다. 인도적 체류자는 취업 안내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구직 신청을 할 수 없다.

결국, 예멘 난민들은 흔히 꺼려지는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제주 예멘 난민들 상당수가 위험한 단순 노무직에서 일하지만 제대로 된 통역 없이 허술한 안전 교육만을 받고 있다.

전통 복장을 하고 예멘 춤을 추는 예멘 난민들 ⓒ사진 출처 난민과 손잡고

예멘인들은 전통 복장을 하고 예멘 춤을 추며 따뜻한 환영 분위기에 답했다. 케밥 식당의 요리사였던 예멘인들은 훌륭한 예멘 음식을 만들었다. 한국인들도 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눴다. 장소를 무료로 대여해 준 오산의 한 교회도 음식을 기부했다. 난민 혐오 반대 캠페인을 벌여 온 시립대 학생의 멋진 바이올린 연주는 분위기를 돋웠다.

종교·인종·국적이 다르지만 서로 이웃처럼 어우러지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난민 지원 모금에 200만 원이 모였고 ‘한국디아코니아’는 전액을 송년회에 참가한 예멘 난민들에게 전달했다.

예멘 난민들은 연대를 보여 준 한국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무슬림에 대한 오해가 많다고 느껴서 힘들었는데 오늘 참 좋았다”, “존중해 주고 환영해 주니 정말 고맙다.” 송년회 참석자들은 “난민은 우리의 이웃이다” 하고 외치면서 앞으로도 계속 연대할 것을 결의했다.

보수 언론과 보수적 종교 단체들, 우익 정치인들이 예멘 난민들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기층에서 난민들을 환영하고 연대하는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다.

전쟁과 가난이야말로 난민이 발생하는 원인이다. 난민들은 한국에서 각종 차별을 받고 있다. 전쟁과 가난을 낳는 체제에 맞서 난민들에게 적극 연대하자.

ⓒ사진 출처 난민과손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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