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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길병원 파업 종료:
부패한 재단과 병원에 맞선 첫 파업에서 승리하다

1월 1일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 지부가 파업 14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

노조 설립 다섯 달 만에 첫 파업에 나서 거둔 승리이다. 가천대길병원 지부는 당일 조합원 설명회에 이어 2018 교섭 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주요 요구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먼저, 노동자들은 임금 15.3퍼센트 인상을 요구하며 싸웠고, 이번 합의로 총액 9.35퍼센트 인상을 쟁취했다. 병원 측은 지난 몇 해 동안 임금 인상률을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억제해 왔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규모의 병원에 비해 임금이 갈수록 적어졌다. 병원 측은 지난해에도 고작 2.33퍼센트 인상안을 고집해 노동자들의 분노를 샀다.

인력 충원도 쟁취했다. 노동자들은 ‘밥 좀 먹고 일하자’라고 요구할 만큼 인력 부족으로 고통받아 왔다. 이 때문에 장시간 노동에 내몰렸고, ‘시간 외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해 불만이 컸다. 사측은 4월까지 ‘간호 인력 156명과 간호보조 인력 28명을 충원한다’고 합의했다. 그리고 간호 인력 590여 명을 충원하기로 약속했다. 상시지속 업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약속도 받아냈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부패하고 악랄한 사측에 맞서 단호하게 전면 파업에 나섰다. 파업 종료 직전 필수유지업무를 제외하면 병원 가동률이 1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사측은 ‘2주면 파업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버텼지만, 파업 대열은 이탈자 없이 굳건했다. 결국, 온갖 핑계를 대며 교섭을 거부하던 사측은 교섭에 나와야 했다.

지난 60년 동안 가천대길병원은 개인 병원(이길여 산부인과)에서 시작해 전국 5위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한 ‘성공 신화’로 불려 왔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 과정은 정경 유착과 부패,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 잦은 의료 사고와 과잉 진료로 원성이 높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법인 자금 횡령과 뇌물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재단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었다.

병원 측의 위기는 노동자들이 싸울 수 있는 자신감을 줬다. 노동자들은 설립자 이길여(재단 이사장)가 책임지라며 부패와 비리의 ‘몸통’을 겨냥했다. 냉혹하고 자신만만하던 재단 측은 파업에 제대로 대응할 명분조차 찾지 못했다. 사측은 이길여 자택 앞 집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에 보건의료노조 소속 사업장, 인천 지역 노조, 진보정당과 노동단체들의 지지와 연대가 확대되기도 했다. 이는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조직을 발전시켰다. 첫 파업에 나선 기층 노동자들은 서로를 고무하며 파업 대열을 굳건히 유지한 끝에 승리했다.

“우리는 이젠 안 무섭다. 우리는 파업도 할 수 있다. 앞으로 언제든지 또 할 수 있다. 너희는 이젠 더는 안 통한다. 우리는 이젠 인간처럼 살 것이다. 우리는 이젠 찬밥 그만 먹고, 따슨 밥 먹을 거다.”(노동조합 밴드에 올라온 한 조합원의 글)

이번 투쟁을 통해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부패하고 악랄한 병원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런 자신감은 조직 확대와 이후 투쟁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