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은 노동: 숨겨진 여성의 일 이야기》 | 여성노동자 글쓰기 모임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6년 | 13,000원

오늘날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노동자로서 경제에 기여하고 있고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요즘 학교비정규직, 공공서비스, 병원 등 곳곳에서 낮은 처우와 차별에 맞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은 이런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13명의 필자가 여성 노동자 31명을 인터뷰해 들은 경험담을 모았다.

이 책이 고발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은 너무나 열악하다. 돌봄 노동자들은 ‘사명감을 가져라’, ‘사랑으로 보살피라’는 책임성을 요구받지만, 처우는 형편없다. “두 명이 서너 살 아이들을 스물다섯 명까지 돌봤어요. … 그러면서 80~90만 원 받았죠. 거기에 시간외 수당과 처우개선비가 구청에서 지급되어서 100만 원 정도 됐어요. 못해도 10시간 근무하고, 많으면 12시간까지 하는데.”

온종일 비좁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관리자의 통제에 시달리고, 매연에 시달리고, ‘진상 고객’에 시달린다. 심각한 인력 부족도 이들을 괴롭힌다. “화장실 한 번 가려도 해도 (교대) 안 해주고, 난 막 운 적도 있어요. 에어컨이 고장 나면 완전 철판이잖아요. 찜질방이예요.”

이 책은 주로 계약직, 하청·파견업체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매년 해고를 당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쥐꼬리 만한 임금에 허덕이고, 수수료를 떼이기 일쑤고, 근로계약서도 없이 온갖 피해를 입는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을 적용을 받지 못한다.

야쿠르트 판매 노동자는 말한다. “개인사업자지만, 회사의 직접적인 지시도 많고, 따라야 할 것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희한테 돌아오는 것은 없어요. 퇴직금도 없고, 4대보험도 없고. … 판매액의 23퍼센트가 저희가 받는 수수료인데, 그날 신청한 제품을 다 못 팔면 저희가 알아서 처리해야 돼요. 그러니까 월급을 받아도 그게 전부 다 월급은 아닌 거죠.”

간병인들은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못해 가혹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도 심각하다. 호텔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룸메이드를 “호텔의 꽃”이라고 부르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부장은 옆에 앉은 룸메이드에게 거리낌 없이 스킨십을 했다. 룸메이드들에게 ‘남자 직원 옆에 앉아라’, ‘술을 따라라’, ‘노래를 불러라’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직업소개소장, 공장장, 팀장, 차량 운전기사에게까지 성희롱을 당한 여성 이주노동자의 고통은 끔찍하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들이 이런 현실에 움츠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당당히 투쟁에 나선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볼 수 있다. 호텔 룸메이드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에 반대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한 경험, 바른미래당 의원 이언주에게 ‘밥하는 아줌마’라는 막말을 들었던 급식 조리원들이 투쟁을 통해 조건을 개선하고 의식이 변한 경험 등을 소개한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던 문재인이 집권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줬다 뺏기, 노동시간 단축 무로 돌리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과 복지 공약 안 지키기 등은 반노동 정책이자, 반여성 정책이다. 오늘날 여성 노동자들의 울분과 투쟁에 관심이 있는 분은 이 책을 읽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