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머지않았다는 기대가 커졌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3~4월 김정은 답방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나온다. 3·1절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는 그림도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반대할 일이 아니다. 답방 실현은 노동계급이 정치적 교훈을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 제국주의 체제 속에서 부차적인 플레이어인 남북 정부 당국 간 협상으로 항구적 평화 실현이 가능하지 않음을 배우는 정치적 경험이 될 것이다.

많은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서울에서 열릴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적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남북 정상 간 외교로 한반도의 평화 체제 진입이 대세가 됐다는 믿음이 이런 기대의 저변에 깔려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남북 정상 외교보다 제국주의 세계 체제의 상황이 한반도 상황에 훨씬 결정적인 요인이다. 지금도 북·미 관계가 풀릴 듯하니까 답방 성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남북 정상들의 의지로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무망하다.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를 비롯해 많은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옳게 비판한다. 그럼에도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노동운동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와 “부분적으로 공존”하는 바가 있다고도 말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적 분수령”이라고 믿고 그 한 축인 문재인 정부와 (평화 문제에서 부분적으로라도) 공통점이 있다고 여긴다면 노동운동이 평화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와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런 논리적 귀결이 될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가능성이 낮은 일, 즉 “분단 적폐”(한미동맹, 국가보안법 등) 청산을 위한 투쟁은 이와 별개로 벌이면 될 일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한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가장 능률적으로 구현하려 애쓰는 정치 세력이다. 문재인 정부를 평화 문제에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까닭이다. 사드, ‘위안부’ 문제에서 드러나듯이 말이다. 정부는 전임 우파 정부가 세운 대북 선제 타격 계획을 이름만 바꾼 채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 심지어 그 예산을 대폭 늘렸다.  

평화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분단 적폐” 청산을 위한 투쟁과 근본적으로 상충할 수밖에 없다. 당장 주한미군 철수 요구는 (그것을 단지 말이 아니라 진지하게 추구하려 한다면,) 평화협정 후에도 주한미군이 남아야 한다고 믿는 문재인 정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두 힘을 모으려 한들 그것으로 힘이 배가되는 것이 아니라 0이나 마이너스가 되는 꼴이다.

역사적 경험을 돌아보건대,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운동이 자본주의 개혁 정부를 견인하기보다 정반대로 견인당하는 일이 벌어져 왔다. 그리고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만한 것(경협 등)을 중시하면 할수록, 정작 노동계급에게 중요한 문제(자유왕래, 주한미군 철수 등)는 후순위가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평화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부분적) 협력을 추구할 게 아니라, 그 정부와는 독립적으로 아래로부터의 반제국주의 운동 건설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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