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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건설현장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방침을 즉각 중단하라

1월 16일 경기도(도지사 이재명)가 도내 공공부문 건설현장에 대한 ‘외국인 불법체류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건설노조들에도 단속활동에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경기도의 이런 움직임은 이주노동자를 경제 위기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특히 건설현장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의 행보와 궤를 같이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미 지난해 9월부터 SNS를 통해 “불법체류자들이 건설노동시장을 장악하면서 우리 건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임금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가?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와 조건 하락은 내국인 노동자의 조건과 투쟁력도 약화시킨다 ⓒ조승진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는 건설현장의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낳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이 늘면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IOM이민정책연구원 분석을 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대체탄력성(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정도)은 미국이 -0.044, 캐나다는 -0.072, 영국은 -0.005로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

일자리의 양은 경기상황과 그에 대한 기업주와 정부의 대응방식(고통전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건설 노동자의 70퍼센트 이상이 일용직으로 고용불안에 신음하고 건설경기가 후퇴할 때마다 그 고통이 더욱 커지는 현실은 전적으로 정부와 사용자들의 책임이다.

2018년 말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능인력의 생산성은 비교대상 101개국 중 12위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것은 건설노동자들이 소득수준, 임금과 대비할 때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강도를 낮추면 일자리도 늘고 건설현장의 심각한 안전문제 개선에도 효과적이지만 사용주들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다. 정부도 건설현장의 안전, 일자리 문제를 말로만 걱정할 뿐 관리감독조차 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부와 기업주들의 우선순위가 이윤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윤지상주의야말로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모두를 고용불안과 위험의 굴레에 묶어두는 원인이다.

민주당 주류와 문재인과 달리 노동자·서민들의 목소리를 일부 대변해 온 이재명 지사가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양 삼으려 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단속을 정당화하는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이주노동자들은 이 사회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국내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2016년을 기준으로 74조 1000억 원에 달하고, 2018년에는 80조 원를 돌파, 2026년에는 162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들은 온갖 차별과 천대에 시달리며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받는다. 2012년과 2016년 전체 사업장의 산재발생률은 각각 0.59퍼센트, 0.49퍼센트로 4년 만에 0.1퍼센트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이주노동자의 산재발생률은 6.9퍼센트에서 7.4퍼센트로 오히려 0.5퍼센트 늘어났다.

임금수준도 형편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임금은 내국인 대비 임금은 64퍼센트로 OECD 국가 중 제일 낮은 수준이다. 사용자들은 이마저도 더 깎으려고 혈안이다.

단속강화는 이런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전체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려는 사용자들의 압박이 한층 더 커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주노동자 배척은 내국인 노동자들에게도 해롭다

〈노동자 연대〉 신문 독자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지금도 건설현장의 이주노동자들이 꾸준히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것은 중요하다.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단결해 싸울 수 있고, 그것이 사용자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투쟁해 정부와 사용자들을 압박한다면, 다단계 하도급 근절, 근로기준법 적용, 포괄임금제 폐기 등 오랜 요구들을 성취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노조 소속 일부 지부들이 경기도의 이런 제안에 호응해선 안 된다. 단속강화로 특정 기업주들을 일시적으로 곤란케 할 수는 있겠지만, 대신 사용자들을 한층 더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을 감수하더라도 더욱 더 사용자에게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노동자 간 격차를 이용해 노동자 간 분열을 더 부추길 것이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임금과 일자리 모두 더 열악하게 만드는 압력이 더 커질 것이다.

경기도는 단속강화 방침에 협조를 구하고자 1월 24일 노동조합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단속강화에 대한 경기도의 방침이 확고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협조를 구한다는 목적이 분명한 간담회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노동조합이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노동자 계급의 양보를 강요할 것이 분명한 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도 이주노동자를 내치는 경기도의 계획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건설경기가 추락하고 있는 지금, 건설현장의 이주노동자와 연대 강화로 현장을 장악해 싸우는 것이 정부와 사용자들의 공격에 맞서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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