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민주당과 우파 야당들의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산안법 개정안 통과 직후, 정부와 언론들은 개정 산안법을 ‘김용균 법’이라 불렀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잠자던 산안법 개정안이 주목받은 계기가 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사망이긴 하나, 개정 산안법으론 제2의 김용균을 막을 수 없다. 발전소를 비롯 외주화 금지 범위가 극히 제한(독성·위험 물질 취급 업무 등으로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고 김용균 씨 동료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인 하청 노동자일 뿐이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도 “[개정 산안법이] 왜 김용균 법으로 들어가 있는지 정말 어처구니없습니다”라고 한탄했다.

고 김용균 씨 49재에서 정부에게 사망 책임을 묻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 ⓒ조승진

정부와 언론이 개정 산안법을 ‘김용균 법’이라고 부르는 데는 나름 의도가 있다. 고 김용균 씨 사망 문제가 해결된 양 여론을 호도하기 위함이다. 산안법 개정으로 ‘위험의 외주화’가 금지된 양 착각 효과를 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문재인은 1월 8일 바뀐 산안법을 공포하면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법률”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개정 산안법이 기존 법보다 원청의 책임 범위를 좀 더 넓히고 처벌을 좀 더 강화하고 산재 보호 대상이 조금 는 건 사실이나, 개선 수준이 너무 꾀죄죄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

위험 작업의 외주화가 금지되지 않았고 원청의 책임 범위(작업 과정과 장소)도 여전히 협소하다. 작업 전반에 걸친 책임과 재해 발생 후 책임이라도 강력하게 규율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매우 불충분하다. 노동계가 사업주 책임 강화를 위해 요구한 처벌의 하한형 도입은 또 다시 없던 일이 됐다. 그래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여전하다.

지난 1월 28일, 2017년 제주도에 있는 음료공장 현장실습 중 사망한 고 이민호 군이 일한 업체 대표에 대해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500만 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판결했다. 고 이민호 군의 아버지는 판결 결과에 분통을 터트렸다. “세금으로 수십억을 지원한 업체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애가 죽었는데 집행유예라니 말이 안 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이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개정 산안법의 미미함은 국가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도 인정할 정도다. 1월 28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도급[외주화]금지 범위가 협소하”다며 “노동자의 생명·건강에 직결된 위해·위험작업으로 도급금지 범위를 확대하고, 산재 위험 상황에서의 노동자 작업중지권 실효성 확보 등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기업주들은 개정 산안법으로 기업 [이윤] 활동이 위축된다며 아우성이다. “외주를 주지 못하게 한 위험작업의 경우 외부에 더 전문적인 기업이 있을 수도 있다. 도급 작업자의 사고를 원청자가 전부 책임지도록 한 건 지나치다.”(경총회장 손경식)

문재인은 기업주들의 민원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산안법 개정안 공포 1주일 뒤 대자본가 13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기업 경쟁력 확보에 “정부가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주들은 신속한 규제 완화를 요구했고, 문재인과 경제부총리 홍남기는 정부 지원을 확약했다. 정부는 올해 공공부문에 민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지어 교육부는 연이은 현장실습 학생들의 사망 사고에도 현장실습 기업을 확대하는 개악안을 최근 내놓았다. 지난해 교육부가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을 1년 만에 뒤집겠다는 것이다.

전교조, 금속노조,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현장실습대응회의는 ‘교육부의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개악안 당장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보잘것없는 산안법 개정으로 고 김용균 씨 사망 문제를 퉁치려 하지 말고, 외주화를 즉각 중단하고 약속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제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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