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가 1월 23일 임금협상을 완료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4일에는 ‘고용형태 개선 합의’를 했다. 이로써 지난해 여름 직접고용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작된 투쟁이 마무리됐다.

합의 결과를 보면, 임금 문제에서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 반면, 정규직화 문제에선 지도부가 부분 자회사 방안을 수용해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AS/설치 기사들의 기본급은 23만 원가량 인상됐다. 매해 평균적으로 13만 원가량 인상해 온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또, 기사들보다 임금이 적은 내근직 노동자들(대부분 여성)의 기본급이 33만 원 가량 올라 차별을 줄였다.

조합원 우선

문제는 이번 투쟁의 핵심 요구였던 직고용 정규직화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사측이 처음 ‘부분 자회사 방안’을 내놓았을 때 노동자들은 “기만적”이라며 반대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LG유플러스와 희망연대노조 지도부는 ‘조합원 우선 전환’이라는 조건을 추가해 부분 자회사 안에 합의했다.

그 핵심 내용은 홈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2600명 중 절반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자회사로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1월 1일자로 조합원 800명을 우선 고용하고, 1년 뒤 500명을 추가 고용한다. 나머지 1300명은 자회사 전환에서조차 배제됐다. 

무엇보다 자회사 방식은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화 요구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형제 지부’의 SK브로드밴드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하청업체 때와 다를 바 없는 조건을 강요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은 노동자들은 “자회사는 차별 여전한 또 다른 하청”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그나마 ‘조합원 우선 (자회사) 전환’을 관철한 것이 성과라고 한다. 조합원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노동조합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견일 수 있다. 

오히려 노조가 ‘부분’ 전환 합의로 사실상 비조합원들을 배제했기 때문에 단결을 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구체적 합의 내용을 봐도 자회사 전환 대상은 2018년 12월 13일자 이전 조합원으로 한정됐다. 내후년에야 추가로 자회사 전환이 되는 비조합원 500명을 선발할 결정권은 LG유플러스 원청이 쥐고 있다. 이 자리를 놓고 비조합원들을 사이에 경쟁이 더 강화될 위험이 크다. 

전환 대상에서 배제된 1300명의 노동자들은 앞으로 더 취약한 위치로 내몰릴 위험도 있다. 사측은 지금 CJ헬로와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적잖은 노동자들은 LG유플러스 사측이 끝까지 부분 자회사를 고집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여겨 왔다. 그리고 실제 비조합원의 구조조정이 벌어진다면 사측은 이런 불안감을 이용해 조합원들의 조건에도 하향 압력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열망

비록 이런 부분 자회사 합의안이 조합원 총투표로 가결됐지만, 지난 수개월의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은 더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과 투지를 보여 줬다. 

특히 이번 투쟁에서는 새롭게 조직된 노동자들의 활력이 돋보였었다. 몇 해 전까지 사측의 공세 속에서 조합원 수가 줄었다가 박근혜 퇴진 촛불 이후 조직이 확대됐고, 신규 조합원들이 투쟁에 적극 나섰다. 

ⓒ이미진

직접고용에 대한 노동자들의 열망도 높았다. LG유플러스 원청은 간접고용 유지 대신 ‘자회사 수준 복지’를 제공하겠다며 노동자들을 회유했지만, 노조는 95퍼센트의 압도적 지지로 이를 거부하고 ‘직접고용 투쟁 전면화’를 결정했다. 이후 노동자들은 몇 차례 전면 파업과 지회별 순환 파업, 원청 앞 농성을 벌이며 투쟁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와 희망연대노조 지도부는 그 시기 함께 싸우고 있던 노동자들과의 연대 투쟁을 확대하기 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에 기대거나 지도부의 단식·고공 농성으로 투쟁을 축소했다.  

지도부의 막판 단식과 고공 농성은 대다수 조합원들의 투쟁을 활성화시키기보다는 그 반대의 효과를 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활동을 강화하기보다 고공 농성을 떠받치게 만들고 노동자들 사이에서 투쟁의 향방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이 오가기 힘든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 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전 같은 경우엔 자회사 전환을 얘기하면 지회장들이 불만을 토로했을 거에요. 근데 고공 농성을 하니까 뭐라 비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노조 지도부가 고공농성에 돌입한 직후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 이사를 직접 면담하는 등 노사 합의를 중재하는 구실을 했다. 그리고는 불충분한 합의를 끌어낸 데 대해 “한 발짝 전진”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무늬만 정규직’화인 부분 자회사가 아니라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될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리고 그를 위해 투쟁과 연대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