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파업으로 임단협 성과 거둔 KB국민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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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노조에서 임단협만 쟁점으로 해서는 처음으로
합의안을 보면, 산별 합의안도 수용하지 않던 사측이 임금을 포함한 산별 합의를 수용하고 임금체계 개악을 철회시켰다. 점심시간 1시간을 정규 근무 시간 안에서 휴게시간으로 보장하도록 했다. 임금 차별 개선을 위한 TF를 꾸려서 신규 직원 ‘페이밴드’ 폐지와 L0 직원의 근속기간 인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페이밴드가 적용되던 신규 직원들은 일단 5년 유예시키기로 했다. 반면에 애초 추진하겠다던 전 직원 페이밴드
L0 직원의 경우는 개선을 위한 논의이긴 하지만 그러한 선행 조치가 없는 것은 아쉽다
또한 성희롱 피해 직원이 휴가를 원할 때는 즉시 5일 휴가를 주기로 했다. 이 밖에도 전문직무 직원 일부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게 됐다. 실적 경쟁 압박의 한 요인이었던 점포장 후선보임제도
쟁점이었던 성과보로금은 300퍼센트를 받기로 했으나 지난해 경영 성과에 비춰 불충분하게 느껴질 듯하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L0 직원들과 현 계약직원들은 산별 합의대로 임금 인상률을 2배
페이밴드
정부가 친기업 기조를 강화하며 인건비 절감형
특히 사측의 완강한 태도를 생각하면, 1월 8일 하루 파업이 성과를 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루짜리였지만, 은행권 최초 임단협 파업이자 19년 만의 파업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파업이 성사되자 2차 파업 계획도
사측은 파업 전 임단협 기간에 일체의 합의도 안 할 것처럼 나왔다. 노조가 채용비리, 노조 선거 개입 등을 이유로 지주회장 등 경영진 퇴진을 요구해 온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노동조건 악화와 노조 약화를 동시에 노린 것은 향후 경제 상황에 따른 인건비 절감과 인력 감축에 대비하는 시도였을 것이다.
사측은 은행장 본인이 서명한 산별 합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기, 하루에도 몇 번씩 협상 번복, 파업 참가에 대한 살벌한 적대, 부당노동행위를 방어권이라고 부르는 적반하장 등 온갖 추접한 일들을 다 벌였다.
안 그래도 평소에 개·돼지처럼 부려 먹기만 한다는 불만을 자주 토로했던 조합원들은 ‘너희가 파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 사측이 모욕을 주고 도발하자, 강력한 결집력을 보여 줬다. 노조의 예상도 뛰어넘었다. 파업 전야제와 파업 집회를 진행한 잠실 학생체육관 실내 좌석에 조합원들이 다 앉지도 못했다.
하루 파업이었지만 성공적이었던 만큼 임단협 합의안에 아쉬움을 토로한 조합원들도 적지 않았다. 정당한 불만이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온 것은 사측의 태도와 비교해 대차대조표 상 진전이 있고, 사측에게 단결한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판단에서인 듯하다.
사측을 굴복하게 할 정도까지 힘을 발휘한 것은 아니므로 사측은 호시탐탐 분위기 역전을 노릴 것이다.노조 집행부도 이번처럼 기층 조합원들의 요구와 활력을 더욱 고무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에 아쉬움이 있다면, 더 큰 투쟁으로 더 큰 힘을 보여 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 언론과 사측의 십자포화를 받고도 파업으로 조금이라도 성과를 낸 것은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 언론의 비난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뚝심있게 힘을 보여 주면 전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