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에 협약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것은 현대차 사측이 ‘누적 생산 35만 대까지(약 5년 동안) 임금과 단체협약 유예’를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노총은 ‘임금과 단체협약 유예’가 노조 할 권리를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광주시가 현대차 사측과의 협상에서 이 조항을 빼 한국노총을 달래려 하자, 현대차 사측이 강하게 반발해 합의가 무산됐던 것이다.

이번 합의에서 ‘임금과 단체협약 유예’ 조항이 되살아났다. 일부 협의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고는 하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노총은 이에 합의해 줌으로써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양보를 강요하는 구실을 했다.

청년들에게도, 노동자들에게도 나쁜 광주형 일자리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이 조직돼야 한다 ⓒ출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광주형 일자리’가 저질 일자리라는 문제는 여전하다. 정부는 평균 연봉 3500만 원이니 나쁘지 않은 일자리라고 말하지만, 실제 노동자들의 임금은 연봉 3500만 원이 안 된다. 매월 16시간 초과근무수당을 포함한 것인데다, 임금이 높은 관리자들을 포함해 평균을 낸 것이므로 생산직 노동자들의 실제 임금은 2000만 원대 초반으로 떨어진다. 사실상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가 고용난에 허덕이는 청년을 위한 일자리 모델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정부가 실업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제시하는 일자리가 왜 고작 저질 일자리여야 하는가?

지난해에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25조 원 더 걷혔고, 세금이 10조 원 넘게 남았다. 지지난해에도 세금 10조 원이 남았다. 정부가 세금 수입 예상을 매우 인색하게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긴축 정책을 펴 온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런 돈을 사용해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은 쓰려고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공공부문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빈 껍데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또, 정부는 임금·조건 하락 없는 노동시간 대폭 단축을 추진해 일자리를 늘릴 수도 있다. 그런데 되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2월 중에 합의하라고 경사노위를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저질 일자리 확대 정책을 두고 정부가 임금 격차 해소를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확대해 노동시장 전반의 임금·조건을 하향평준화하려고 한다. 벌써부터 ‘구미형 일자리’, ‘군산형 일자리’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경제 위기에서 기업주들의 이윤을 회복하려고 제조업 전반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려고 하는 것이다.

보수 언론들은 광주형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동차 산업 위기를 노동자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임금·저생산성 때문에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이 감소해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이 멕시코에도 밀렸다’, ‘르노삼성의 임금 투쟁 때문에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연장되지 않을 것이다’ 등등의 주장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 위기는 노동자들 탓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 위기는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세계 각국의 관세 전쟁, 그리고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 과잉 설비 문제에서 비롯한 것으로,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가들의 이윤 경쟁의 결과이다. 이런 책임을 노동자들이 져야 할 이유는 없다.

노사민정 합의

한편, 정부와 사용자들은 이번 합의가 임금은 양보하고 대신 일자리를 늘리자는 노사민정 합의의 성과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된 직후 정부가 광주형 일자리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앞으로도 사회적 대화를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조건 양보를 강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출처 청와대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지부 지도자들은 정부의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맹비판했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그것의 추진에 제동을 걸만한 투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부문의 노동자들은 사측에 압박을 가하고 정부의 저임금 일자리 양산 정책에 제동을 걸 힘이 있는데도 말이다. 

현대차·기아차지부 집행부는 협약이 체결된 직후 사측에게 ‘광주형 일자리 관련 특별고용안정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그리고 사측이 고용안정위원회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시간을 끌어 투쟁의 김을 빼는 일일 뿐 아니라, 고용 안정만 보장되면 임금·노동조건 하향평준화에 대해서는 사실상 눈감아 줄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개악 등으로 저임금 일자리 양산을 추진하고, 탄력근로제 확대 등의 노동 개악도 추진하려고 한다.

이런 전반적인 친기업·반노동 정책에 맞서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이 시급히 조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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