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한교조) 임순광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부터 올 초까지 대학 시간강사 약 2만 명 이상이 해고됐다. 7만 6000명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해고된 셈이다. 대학 시간강사들이 맡아 온 강의는 전임교수들과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겸임·초빙·객원·초빙대우·객원 조교수 등에게 넘겨졌다.

강의 폐강, 대형 강의, 온라인 강의 증가도 시간강사 대량 해고의 결과다. 규모가 작은 지방의 한 사립대학은 모든 교양 강의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고 한다(‘분노의 강사들’에 제보한 시간 강사들의 설문 응답 중). 아주대학교는 학부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현대인의 정신 건강’ 교양강좌의 오프라인 수업을 폐강했다. 여러 대학에서 전공선택 과목도 격년제로 개설돼 졸업을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돈이 많은 대학들도 강사를 해고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도 총학생회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1학기 학부생 대상 강의가 200개 이상 줄어들었다. 재단적립금 4000억 원을 쌓아 놓은 고려대학교의 경우 개정 강사법 적용 시 추가 비용이라는 55억 원도 고려대 연간 총수입의 0.8퍼센트에 불과한 돈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시간강사 대량 해고를 방조·묵인하고 있다. 교육부 장관 유은혜는 1월 말 대학 총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부탁한다면서도 ‘전임교수 강의 시수 제한’ 같은 규제책은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대신 유은혜는 ‘시간강사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마련한 예산은 겨우 288억 원이다. 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추산한 예산 3000억 원의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2월 12일 오전 해고된 강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분노의 강사들’과 ‘강사공대위’,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대학생들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승진

이쯤되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 만하다. ‘강사법 적용으로 그렇게 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대학은 왜 시간강사들을 해고하지 못해 안달이고 교육부는 이를 묵인하는 것일까?’

지금 각 대학들은 ‘학령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나름의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올해부터 대학 입학생이 대폭 줄어든다. 지난해 고3 학생 수는 57만 661명이었으나 올해는 51만 241명으로 감소한다.

또 지금 시간강사 대량 해고는 대학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수익형 교육기관’으로 만들려는 한국 자본과 국가의 지배 전략과도 관련 있다. 그리 되면 학문과 이론은 더욱 더 주력 산업을 위한 실용적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대학들은 강사들에 대한 매우 제한적인 고용 안정 보장과 교원 지위 부여조차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 방학 중 임금 지급이나 4대 보험, 퇴직금 관련 비용만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교육부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부는 많은 시간강사들이 자포자기하고 학생들의 반발도 크지 않다면 사립대학의 ‘자율적’ 구조조정에 손을 댈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정부는 계속해서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많은 비정규직 교수들은 8월 강사법 시행에 따라 신규 채용 절차를 시작하는 5~6월에 더 큰 대량 해고의 칼바람이 닥칠 거라 예상하고 있다.

조직화, 투쟁, 연대

그렇다면 앞으로 시간강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지금부터라도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대다수의 시간강사들은 자신의 불만을 표현할 적절한 구심을 찾지 못했다. 특히 수도권 강사들은 스스로 불만을 제기하고 동료 시간강사들과 그 분노를 나눌 통로조차 사실상 없었다. 이제 우리의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자신이 나서야 한다.

나는 매일 온라인·오프라인에서 해고 이후 울분과 우울증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강사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우리가 잉여 인간이었냐’, ‘왜 그토록 열심히 일했나 싶다’ 하고 분노하고 있다. 최근 투쟁하기 시작한 시간강사들의 모습을 언론에서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분들도 많다. 새롭게 투쟁에 나선 대학 시간강사들은 분노는 높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동료들에게 한교조로 가입해 함께 싸울 것을 제안하면서 투쟁의 구심점 구실을 해야 한다.

더 많은 수도권 지역과 국립대와 사립대에서 더 큰 해고를 막을 수 있는 한교조 분회들이 건설되기를 바란다.

둘째, 한교조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대학과 정부에 맞서 더 강력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한교조의 어깨가 무겁다.

셋째, 한교조, 강사구조조정 반대 공대위, 교수노조 등과 학생들과의 연대 확대가 중요하다. 

강사들의 열악한 처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크다. 강사들이 투쟁의 구심을 형성하며 연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3월 23일 서울 도심에서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학주체 결의대회가 열릴 계획이다. 이날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투쟁과 연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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