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18일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와 천막이 철거됐다. 희생자들의 조그마한 영정 사진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유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완전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남은 과제가 많고, 고 김용균 씨 사고 등 끔찍한 참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천막 철거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천막 철거의 정치적 의미를 다뤘던 기사를 재게재한다.


대중 안전에 실질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한, ‘제2의 세월호 참사’는 결국 또 일어날 수 있다 ⓒ조승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환기시켜 온 광화문 세월호 천막과 분향소가 철거됐다. 서울시는 천막이 있던 곳에 기억공간을 만든다고 한다.

유가족과 협의 하에 진행 중이긴 하지만, 서울시의 태도는 현재로서는 유가족의 의사를 반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 초부터 광화문 광장을 전면 재조성할 계획인데, 이때까지만 기억공간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애초 공개된 설계안에는 세월호 공간에 대한 구상이 아예 없었다.) 반면, 유가족들은 이런 서울시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서울시 의원들은 “광화문을 시민들에게 돌려 줘야” 한다면서 기억공간 설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일 년 내내 시민들의 추모와 응원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세월호 천막인데, 누가 누구에게서 광장을 빼앗았단 말인가.

그러나 서울시는 이 헛소리에 우물쭈물한다. “이념이나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면서 “다양한 여론을 존중”하겠다고 한다.

이미 2017년 5월 서울시는 ‘천막 설치가 불법이라는 의견이 있다’, ‘태극기 부대의 천막을 불허했으니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 등의 이유로 세월호 천막 14동 가운데 3동에 불법 점거를 이유로 1000만 원이 넘는 변상금을 물렸다.

참사 4주기(2018년 4월) 때 안산 합동 분향소가 철거됐는데, 서울시는 그때도 광화문 천막을 철거하고 조형물로 대체하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9월경 2기 특조위 본격 가동을 앞두고는, 청와대가 광화문 천막의 철거를 원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참사 항의를 마무리하려는 분위기를 내면서 말이다.

2017년 11월 해수부는 일부 미수습자의 유해가 수습되자 급하게 장례식을 치르려다, 장례식 직전에 추가로 발견된 유해를 은폐하려 하기까지 했다.

항의의 상징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의 상징인 분향소와 농성장을 없애고 기억공간으로 바꾸는 일은 단지 외형적 변화만 뜻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세월호 참사 ‘항의’ 투쟁이 투쟁에 대한 ‘기억’으로 옮겨 간다는 의미다.

물론,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을 탄압하던 때와는 적잖이 변했다.

배가 인양됐고, 그 덕분에 진상 규명이 한 걸음 진전했고, 일부 미수습자의 유해가 발견됐다. ‘세월호 7시간’의 윤곽이 드러났고, 박근혜가 퇴진하고 구속됐다.

세월호 유가족은 바뀐 정부한테서 더는 모욕당하지 않았고, 집회도 방해받지 않았다.

이런 변화들 때문에, 유가족들도 서울시의 태도가 못마땅하지만 천막 철거와 기억공간 설치를 수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과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2기 특조위는 미완의 과제를 위해 여전히 싸우고 있다. 배 인양 후 진상 규명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지만, 세월호와 국정원 사이의 관계, 구조 방기·방해 과정 등 더 밝혀야 할 것들은 남아 있다. 완전한 책임자 처벌까지도 갈 길이 멀다.

한때 재활 불가능해 보였던 자유한국당과 ‘세월호 적폐’ 황교안의 부활을 보라. 남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전진들은 결코 민주당 정부가 가져다 준 ‘선물’이 아니었다. 계속 이어져 온 세월호 항의 운동과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의 성과였다.

그것을 입증하듯,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세월호 참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안전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종로 고시원에서 불이 나 수십 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됐다.

영흥도에서는 배가 침몰해 십수 명이 사망했고, 고양 저유소와 KT아현지사에서 위험천만한 화재가 발생했다. 온수관과 배수관이 폭발하고, KTX 열차가 탈선했다.

202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산업재해는 도리어 늘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던 공공기관 작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죽어간 24살 청년 고 김용균 씨의 소식은 세월호 참사 못지 않은 충격을 일으켰다.

국방부가 발주하는 한화 방산공장에서도 고작 9개월 동안 8명이 폭발 사고로 사망했는데, 2월 14일 사고 희생자 세 명의 나이는 24살, 24살, 31살이었다.

“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사람”이라는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의 기치는 민주당 정부 하에서도 철저히 외면당한다.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박근혜 정권의 악행으로만 치부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이 남긴 진정한 과제와 책임으로부터는 손떼려고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참사 때문에 그런 위선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세월호 참사가 있어야 할 곳은 단지 기억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투쟁들 속이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다른 참사들과 연결돼야 한다. 더 바람직하기로는 노동운동과 연결돼 “이윤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향한 투쟁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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