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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해지는 양극화와 실업:
말만 요란하고 실행은 안 된 ‘소득주도성장’

최근 통계청의 두 발표가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하나는 지난해 4분기 소득 격차가 역대 최악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해 1월 실업자 수가 19년 만에 최대라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분)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퍼센트(1분위)의 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17.7퍼센트 감소했다. 1분위에서 ‘근로자 가구’의 비율은 2017년 4분기 42.6퍼센트에서 2018년 4분기 28.5퍼센트로 줄었고, 근로 소득은 가구당 월 68만 원에서 43만 원으로 36.8퍼센트나 감소했다. 즉, 실업 증가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반면 상위 20퍼센트(5분위)의 소득은 10.4퍼센트 증가했다. 상위 20퍼센트로 뭉뚱그려져 있지만, 그중 최상위층의 소득 증가 폭이 특히 크다. 예컨대 지난해 10대 재벌 총수의 배당금은 42.4퍼센트나 늘었다. 이건희는 병석에 누워 있으면서도 배당금이 55퍼센트 증가해 4748억 원을 가져갔다.

자산 격차는 소득 격차보다 훨씬 더 크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자산 격차 지수는 소득 격차의 3배 수준이다. 예컨대 10대 재벌의 자산은 2011~2018년 사이에 70퍼센트나 증가했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총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몫)은 10퍼센트 줄었다. 일각에서는 소득 격차 증대를 두고 노동자 내 임금 격차를 강조한다. 그러나 실상은 계급 간 격차 증대가 불평등을 낳는 핵심 원인인 것이다.

이런 불평등 증대에서 실업 문제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월 15~64세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만 5000명이나 줄었다.

최악의 실업난 속에 깊어지는 청년들의 한숨 ⓒ조승진

이를 두고 보수진영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낳은 결과라며 제 논에 물 대기 식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소리만 요란했지,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줬다 뺏기 식으로 개악해 인상 효과를 무력화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용하지 않고 남긴 세금이 지난 2년 동안 매해 10조 원이 넘었다는 것에서 보듯,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균형재정 논리에 입각해 사실상 긴축 재정을 폈다.

게다가 임금 인상 때문에 곧장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주장은 참말이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지난 수년간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취업자는 증가하고 있다.

고용 상황은 전체적인 경기 상황과 이윤율, 그리고 이에 따른 자본가들의 투자로 결정된다.(임금은 이윤율에 영향을 미치는 한 요소일 뿐이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설비 투자는 4.2퍼센트 감소해, 2008년(-4.8퍼센트) 이후 최대였다. 지난해 평균 제조업 가동률도 72퍼센트대로 2008년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조선업과 한국GM 구조조정에서 보듯 자본가들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겼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했다. 즉, 전 세계적인 불황과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지배자들의 정책이 ‘고용 참사’의 핵심 이유이다.

부의 축적, 빈곤의 축적

양극화와 실업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은 자본주의에서 “한편에서는 부의 축적이, 다른 한편에서는 빈곤의 축적”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 마르크스의 말이 옳았음을 보여 준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성장함에 따라 노동자들의 ‘상대적 빈곤’이 커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흔히 마르크스의 주장을 노동자들의 ‘절대적 빈곤’이 커진다는 식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생활 수준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조차 상대적 빈곤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본가들이 이윤 경쟁을 위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려 애쓰고, 이는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기계 등 생산수단에 대한 투자를 더 빨리 늘리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 생산수단의 양에 대비한 노동량의 감소로” 나타난다.

그래서 자본가들의 손에 축적된 자본이 늘어날수록 고용된 노동자는 상대적으로(절대적이 아니다) 감소한다. 마르크스는 이를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 법칙”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형성된 “상대적 과잉인구” 또는 “산업예비군”이 취업자에게 압박을 강화해 “취업자는 과도노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처럼 오늘날 한편에 거대한 실업이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김용균 씨처럼 부족한 일손으로 무리하게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를 낳은 신자유주의에 대처하겠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을 공약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내팽개쳤다.

최저임금 제도를 개악했을 뿐 아니라,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을 하자마자 탄력근로제를 도입해 또다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말했지만, 실상은 이를 위한 정부 지원을 거의 하지 않아 ‘허울뿐인 정규직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 소득 분배가 악화했다는 통계가 나온 이후 열린 긴급회의에서도 정부 관계자는 “민간 활력 제고에 최우선 방점을 두고 규제혁신,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 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또다시 경제 성장을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린다는 ‘낙수 효과’론을 가지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미 지난 수십 년간 실패로 드러났다.

불평등과 실업을 완화하려면,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 제대로 된 복지 확대 등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거부할 때 이런 대안을 더 일관되게 추구할 수 있다. 이윤이 아닌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위한 투쟁과 연대가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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