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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KT 산재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비용 절감과 외주화

최근 KT 노동자들의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두 달 전 경남 진주에서 KT서비스 소속 노동자가 작업 도중 감전 사고를 당해 양 손목을 모두 절단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3월 4일에는 KT서비스노조 김신재 위원장이 전신주를 오르내리며 개통 작업을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 팔다리가 마비됐다. 그는 1월 초에 방영된 〈PD 수첩〉에서 KT의 무리한 비용 절감과 위험한 업무 환경을 비판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사고를 당했다.

이처럼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한 KT ⓒ이미진

KT서비스는 KT 민영화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터넷 개통, 수리 업무가 외주화돼 만들어진 회사다. 일의 특성상 전봇대나 건물 벽과 지붕 위에 오르는 위험한 작업이 빈번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보호구조차 지급되지 않았다. 이런 위험한 업무에는 2인 1조로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업무 강도가 높고 인력은 충분치 않아 KT서비스 소속 노동자들은 혼자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감전 사고를 당한 노동자도 사고 직후 30분 넘게 방치돼 치료의 적기를 놓쳤다고 한다.

사고 후 KT서비스노조와 정의당 진주시위원회는 KT 황창규 회장과 KT서비스 남부·북부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노동청에 고발했다.

이미 KT는 산재와 사망 사고가 많기로 악명 높다.

KT민주동지회에 따르면 2006년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이 도입된 이후 사망한 KT 노동자는 400명이 넘는다. 노동자들이 KT를 ‘죽음의 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금 회장인 황창규가 취임한 2014년 이후 사망한 KT 노동자는 모두 173명이다.(KT노동인권센터 집계)

그 배경에는 비용 절감을 앞세운 악명 높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자리하고 있다. 1998년 한국통신 민영화가 시작된 후 KT는 계속 인력을 감축해, 6만여 명이던 직원이 2만 3000여 명으로 줄었다.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직후에는 강제 ‘명예퇴직’으로 8300여 명이 쫓겨났다. 당시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이었다. 이때 인터넷 개통과 수리, 케이블 설치 등 핵심 업무들은 모두 외주화됐다.

KT서비스에서도 2017년 이후에만 12명이 산재 사고를 당했고, 6명이 사망했다. 얼마 전 파업을 해 노동조건을 일부 개선한 KT상용직 노동자들은 통신케이블 설치 업무를 하는 하청노동자들인데, 여기서도 지난 3년간 산재로 노동자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안전 관리 대책이 제공되지 않는데다가, 부상과 사고를 당해도 산재 인정이 매우 어렵다.

최근에는 외주화된 KT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 파견과 부당노동행위 문제도 제기됐다. 외주화 이후에도 파견 업체 노동자들은 KT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았다. 현행법상 파견 대상이 아닌 업무도 외주화하고, 11개월씩 채용과 해고를 반복하는 악랄한 방법도 사용했다. 이 때문에 올해 2월 KT새노조와 KT서비스노조는 KT를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했다.

KT는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KT 계열사·하청 노동자들은 현재의 높은 업무 강도는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력 충원과 함께 고질적인 저임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불법 파견을 중단하고 직접 고용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KT 노동자의 요구를 함께 지지하자.

황창규의 파렴치한 경영에 분노하는 KT 노동자들

KT 사측의 이윤 추구는 악명 높은 인력 감축, 산재, 외주화, 부당 노동행위로 점철돼 왔다. 지난해 11월 아현 국사 화재로 인한 ‘통신 대란’도 인력 감축과 외주화, 투자 회피, 부동산 투자 등 황창규 식 경영이 낳은 인재였다. KT는 비용을 줄이겠다며 개별 전화국으로 분산돼 있던 기존 통신 시설을 소수의 국사로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인력을 줄이고, 건물은 매각하거나 임대를 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민영화 이후 설비투자도 줄이고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며 비용을 절감해 얻은 수익은 모두 KT주식을 보유한 국내외 자본의 몫이었고 그 피해는 국민들이 감당해야 했다.”(KT민주동지회 성명)

게다가 회장 황창규는 하청 업체 노동자들이 끔찍한 산재로 죽고 다치는 것은 모르쇠로 외면하면서 자신의 연봉은 24억 원으로 인상해 챙겨 갈 정도로 뻔뻔스럽다.

황창규는 각종 비리에도 연루됐다.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밝혀졌듯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18억 원을 불법 후원하고, 최순실 측근에게 광고비 68억 원을 몰아 준 일로도 재판 중이다.

이 때문에 KT민주동지회와 KT민주화연대는 황창규의 퇴진과 구속을 촉구해 왔다. KT노동자들이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황창규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