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서울 도심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같은 날 그리스, 독일, 영국, 폴란드,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한 시위가 열렸다. 

바로 전날 벌어진 뉴질랜드 무슬림 사원 총기 난사 사건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에 맞서는 과제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한국에서 열린 집회들에서 참가자들은 집회 시작 전 뉴질랜드 무슬림 사원 총기난사 피해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사건 직후 문재인은 “차별과 증오 대신 포용과 사람 중심의 가치”를 언급하며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이날 열린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 집회들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한국의 인종차별 현실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기념 집회는 두 곳에서 열렸다. 

‘2019년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가 3월 17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사업장 이동의 자유

‘이주노동자 증언대회 — 이주노동자, 이곳에 삶’에서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열악한 조건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 증언대회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주최했고, 이주공동행동, 민주노총, 지구인의 정류장, 경기이주공대위가 연대단체로 함께했다.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참가자들은 집중해 발언을 경청했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이 멈춰 서서 이주노동자들의 절절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조건과 부당한 상황을 감수하도록 강요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특히 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고 비자 연장 권한이 사용자에게 있는 것이 계속해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음을 보여 줬다. 

서허뎁 요기 씨는 공장 안에 먼지가 너무 많아 시력이 떨어지고, 머리와 눈과 가슴이 너무 아파 사업장 이동 의사를 밝혔는데도 사장은 ‘일 안 할 거면 네팔로 돌아가라는 협박만 했다’고 전했다. 

파룩 씨는 기계에 손이 끼어서 손가락이 부러졌는데도 “성실근로자 재입국을 하고 싶기 때문에 산재신청을 못했다”고 했다. “내 비자를 사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체류 기간이 만료된 이주노동자들 중 사업장을 바꾸지 않고 ‘성실히’ 일한 노동자들에게, ‘사업주가 원한다면’ 최대 4년 10개월까지 비자를 연장하는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를 운영한다. 

‘2019년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가 3월 17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했다가 비자 연장을 거부당해 숨어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체불 임금과 숙식비 공제, 최저임금 삭감 등 임금 문제에 대한 고발도 줄을 이었다. 

참가자들은 이런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책임임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라고 이야기 한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이자 사람이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 사업주에게 비자 [연장 권한] 주지 말라는 요구는 문재인 정부가 바꿀 수 있는 문제다.”(섹 알 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한국의 이주노동자 역사는 30년이 넘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인종차별적]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미등록 체류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인데 노동자들만 희생당한다. 단속추방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다.”(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문재인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를 함께 외쳤다. 

2019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가 3월 17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인종차별과 혐오 아웃”

보신각에서 열린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리스펙트(존중)’ 행사는 난민인권네트워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최하고, 인권재단 사람과 이주공동행동이 후원했다. 

300명가량이 모였다. 난민과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고, 이주·성소수자·노동 단체들이 연대했다. 자녀들과 함께 나온 아프리카, 중동 출신 난민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날 주요 요구 중 하나였고, 성소수자 단체들이 깃발을 많이 띄웠다.

집회에 참가한 한 이집트 난민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덕분에] 연대감을 느끼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난민 반대 단체가 맞은 편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지만, 확성기만 컸지 규모는 20명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초라했다. 

참가자들은 “고용허가제 폐지”, “인종차별과 혐오 아웃”, “차별금지법 제정”, “강제 단속 중단” 등을 함께 요구했다. 

이날 집회 개회사는 지난해 중학교 친구들의 청와대 국민 청원과 시위 등에 힘입어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 군이 맡았다. 김민혁 군은 “중동과 독일에 파견됐던 대한민국의 이주노동자, 유럽과 미국으로 건너갔던 수많은 이주민들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주민들은 한국사회의 친구이자 동료이며 가족”이고 “이주민들은 한국사회의 당당한 주민으로서 사회 변화를 위해 당당히 일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친구들과 교사들의 연대 운동으로 난민 인정을 받은 이란 청소년 김민혁 군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조승진

이 집회에서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로 말미암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고, 많은 이주 여성들이 불안정한 체류 때문에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입고도 문제제기 하지 못하는 현실이 폭로됐다. 

이집트 난민 사브리는 한국 정부의 무슬림 혐오를 고발하며 “정치적 박해 피해 이곳에 온 우리들은 현재 종교적 박해라는 더욱 추악한 박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장 한편에서는 80일 넘게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는 앙골라 출신 난민 가족의 입국 허가와 체류 보장을 위한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집회 참가자들과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 서명 가판대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집회장 다른 한편에서는 난민법 개악 반대 서명도 진행됐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했다. 난민과 이주노동자, 내국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활기가 있었다. 종로 거리를 지나던 젊은이들이 손을 들어 보이는 등 따뜻한 관심을 보여 줬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을 지속하는 한편, 난민과 이주민들을 속죄양 삼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인종차별을 조장해 노동자 민중을 분열시키려 한다. 정부가 이번주 중에 난민법 개악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도 알려졌다. 내국인들과 이주민들이 연대해 정부의 속죄양 삼기에 맞서 싸워 나가야 한다.

‘2019년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가 3월 17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2019년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가 3월 17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2019년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가 3월 17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2019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가 3월 17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공동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뉴질랜드 무슬림 사원 총기 난사로 희생된 자들을 고개 숙여 추모하고 있다 ⓒ조승진
2019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가 3월 17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2019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가 3월 17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2019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가 3월 17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공동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80일째 인천국제공항에 구금되어 있는 루렌도 가족의 입국과 체류 허가를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조승진
2019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가 3월 17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2019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가 3월 17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공동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문화공연 음악에 맞추어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조승진
공동행동 집회 마지막으로 합동 선언문 낭독이 진행되고 있다 ⓒ조승진
공동행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보신각을 출발해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공동행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보신각을 출발해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공동행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보신각을 출발해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공동행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보신각을 출발해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공동행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보신각을 출발해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공동행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보신각을 출발해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행진 참가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도착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