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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직 노동자를 위해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할까?

경사노위가 신뢰를 잃으며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조직 노동자들을 대변하려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경사노위를 개악 추진 기구로 삼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해악적이다. 두 달간 경사노위의 행보를 보면 무망하기도 하다.

경사노위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이 될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산하 위원회에서 합의했다.

특히나 탄력근로제 시행 세부사항(임금 보전 방안, 휴식시간 보장)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추진하기로 했는데,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곳은 사용자 마음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사업장의 70퍼센트에서 근로자 대표와 합의 없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충실한 협의”를 약속했지만 실상 정부가 시한을 정해 놓고 개악 합의를 압박하는 노사정위가 재탕됐다. 특히나 정부나 국회가 나서기 부담스러운 사안을 경사노위에 떠넘겨서 합의해 오라고 했다.

그리고 이 합의의 들러리로 계층별 노동위원들을 이용하려 했다.

계층별 위원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빠르게 경사노위에서 합의해 가져와라’ 하는 것에서부터 사회적 대화의 스텝이 꼬이게 됐다.”

애초에 정부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담아”내는 데 진지하지 않았다. 계층별 위원 3인이 탄력근로제 확대안 본회의 상정에 항의하며 두 차례 불참하자,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비정규직, 여성, 청년 대표는 “보조축”이라며 깎아내린 것은 이런 인식을 드러낸다.

계층별 위원들의 압착된 처지는 경사노위의 본질을 보여준다. ⓒ출처 청년유니온

또 다른 계층별 위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의 주장도 기울어진 운동장인 경사노위 상황을 보여 준다.

“사회적 대화는 허울이고 실제 들어가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한국]노총과 경총이 좌지우지하는, 그리고 청와대와 노동부가 배후에서 조율하는 3자가 결정하는 이런 구조이고, 계층별 대표들은 정말 들러리였던 것이다.”

이 말은 경사노위가 계급 이해관계의 타협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권력 있는 쪽의 입장이 강요될 뿐이라는 점도 보여 준다.

이남신 씨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수준의 사회적 대화”만을 추구할 수 없고 “내부자로서 책임져야 할 때가 왔다”며 경사노위에 다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경사노위 상임위원들은 계층별 대표들의 대표성까지 문제삼고 있다. 계층별 대표들이 구색을 맞춰 줄 때는 이들이 ‘미조직 노동자를 대표한다’며 인정하다가, 이에 저항하자 대표성 없다는 식인 것이다.

이는 경사노위 안에서 계층별 대표들이 개악 들러리인 한에서만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미조직 노동자들 처지를 미약하게나마 개선하는 제도들을 합의하더라도, ‘대타협’을 내세우며 더 큰 개악에서 들러리 설 것을 요구받을 것이다.

경사노위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같은 조직된 노동자들이 개악을 막아 내는 투쟁으로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건도 방어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 민주노총이 미조직 노동자들을 흡족하게 방어해 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미조직 노동자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명분은 여러 번 얘기해 왔지만 그에 부합하는 실천이 충분히 뒷받침됐다고 보기 힘들다.

이번 탄력근로제 확대를 놓고도 금속노조 등 일부 산별노조 지도자들이 ‘우리 문제는 아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며 파업과 같은 강력한 투쟁 계획은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도 한 사례다. 개악이 통과돼도 조직된 부문은 단협 등으로 막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문주의적 시각으로 당장 조합원에게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개악을 진지하게 막아 내지 않으면, 미조직 노동자들의 불신과 불만을 더욱 키울 뿐이다.

이런 부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조합 안에서 칸막이를 넘어서는 혁명적 정치를 가진 활동가들이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를 단결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투쟁을 이끌려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