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농협물류 안성농식품물류센터에서 수도권, 강원, 충청지역의 하나로마트, 학교, 군부대 등에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실어나르는 화물 노동자들이 있다. 길게는 15년, 평균 7~8년간 이 일을 해 온 노동자 140여 명 중 81명이 지난 3월 31일 무더기로 계약해지(해고) 통보를 받았다.

사측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조건 개선에 나섰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이 노동자들은 올 초 화물연대에 가입해, 계약 갱신을 앞둔 3월 말부터 사측과 교섭해 왔다.

그런데 사측은 계약 갱신일인 3월 31일을 하루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확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확약서에는 “운송관련단체 등에 가입하지 않을 것”, “어떠한 경우에도 운송 거부 및 단체행동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조합원들이 이를 거부하자 사측은 다음 날 문자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무더기 해고 즉각 철회하고, 노동조합 인정하라 ⓒ장우성

사측은 화물 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일 뿐”이라며, 화물연대에 가입해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잘못을 저질러 온 것은 십수 년간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온 사측이다. 

10년 동안 운송료는 단돈 10원도 오르지 않았다. 반면 노동강도는 갈수록 높아졌다. 차량에 농협 광고를 도색하는 비용조차 노동자가 부담해야 했다.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며 연식이 오래된 차량에는 운송료도 적게 지급했다. 인력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아 화물차 기사가 상하차 작업에 투입되기 일쑤였다.

배차반장이 불공정하게 배차를 하고, 돈을 빌려 갚지 않는 등 온갖 횡포를 부렸지만 노동자들이 회사에 진정을 넣어도 별다른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사측이 재계약을 무기로 노조를 탄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집단 해고에 항의하며 노동자들이 안성센터의 물류를 막으려 하자, 사측은 물량을 빼돌리고 안성농협 물류센터를 폐쇄했다. 또, 조합원들에 대해 업무방해 금지와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을 통해 압박하면서, 화물연대 탈퇴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 탈퇴 강요, 계약 해지, 조합원 개인에 대한 법적 탄압’은 화물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때마다 기업주들이 택하는 탄압 방식이다. 화물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이용해 투쟁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농협물류안성분회 노동자들에게 벌어진 일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 보장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농협물류는 화물연대를 인정하고 무더기 계약해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또,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

농협물류가 화물기사에 제시한 확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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