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를 앗아가는 죽음의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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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엥겔스는 1840년대에 산업화 중이던 랭커셔 공업 단지에서 노동계급이 마주한 환경 상태를 묘사하며 이렇게 평했다. “대도시의 삶 자체가 건강에 해로운데, 온갖 물질이 한데 모여 공기를 오염시키는 노동계급 동네의 비정상적인 대기는 얼마나 해롭겠는가.”
산업혁명 이후 대기 오염은 도시 노동계급의 삶의 일부가 됐다. 당시 랭커셔 공단의 현실은 오늘날 인도 뉴델리나 중국 싱타이의 현실이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엥겔스가 획기적인 저서 《영국 노동계급의 상태》를 쓸 1845년 당시보다 오늘날에는 환경 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대기 오염을 유발하는 물질에 관해 더 잘 알게 됐다는 것이다.
최신 의료 연구에 따르면, 대기 오염은 영유아의 인지발달 지체, 성장 저하, 폐활량 축소와 연관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은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과도 연관 있다. 수십 년 동안 의료계에
1956년 제정된 유명한 대기정화법
전 세계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모두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 대기 오염의 50퍼센트 이상은 도로 교통 때문에 발생한다.
전 지구적 살인마
대기 오염은 전 지구적 살인마가 됐다. 세계보건기구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정확하게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2016년 영국 왕립외과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대기 오염 때문에 매년 약 4만 명의 삶이 단축된다. 대기 오염은 태아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모가 들이마시는 오염 물질이 태반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대기 오염은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더 광범한 생태 위기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 화석 연료 때문에 기후 변화, 생물종 멸종, 공중 보건 위기가 발생했다.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신경 쓰는 사회라면, 화석 연료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제쳐 놓더라도, 건강 문제 때문만에라도 수십 년 전에 화석 연료 사용을 중단했을 것이다.
오늘날 위기의 뿌리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수십 년 사이에 내려졌던 정치적 결정들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대중교통이 아니라 개인 차량을, 전동차가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을 중심으로 하는 교통 체계를 선호한 석유·자동차 대기업들이 로비해 압박을 넣었던 것이 주요했다.
영국 도시들 다수는 20세기 상당 기간 동안 전동 트롤리버스와 전차
영국 버밍엄·글래스고·리즈 같은 도시들에서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대기 오염의 최신 사례는, 지난 20년 동안 유럽 전역에서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경유 엔진은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등 암 유발 입자가 함유된 매연도 배출한다. 오염 물질 필터가 설치된 최신 차량은 미세먼지를 일부 제거할 수 있지만, 아산화질소나 매연 자체는 제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영국의 경우, 경유차로의 전환은 2000년대 영국 노동당의 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부총리이자 환경교통지역부 장관 존 프레스콧은 대중교통·자전거·보행을 장려하는 “모달 쉬프트” 정책을 야심차게 제시했다. 그러나 연립정부 하에서 이 정책은 자동차 산업의 로비에 직면하자마자 좌절됐다. 2001년 당시 재무장관 고든 브라운은, 2000년 9월에 고유가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진 직후 자동차 기업들을 달래기 위해 보건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경유에 부과된 유류세를 감면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 경유차가 4배 증가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산업의 로비
국제적 차원에서 보면, 대기 오염 위기는 유럽연합
유럽연합집행위원회야말로 유럽연합 내 자동차 산업의 로비에 굴복해 경유차로의 전환을 장려한 당사자였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완화하고 지연하기 위해 자동차 기업들의 로비 단체와 적극 결탁했다. 유럽연합 산하
2013년 독일 총선 당시 독일 자동차 기업들의 압력을 받은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배기가스 규제를 완화하려고 당시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유럽의회 의장이자 아일랜드 총리 엔다 케니에 로비했다. 독일의 고급 자동차 산업의 수익성을 보호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 규제는 환경 NGO들이 오랫동안 캠페인을 벌인 성과로 제정된 것이었다. 지배계급이 전화 몇 통으로 그런 규제를 되돌렸다는 사실은 어떻게 유럽연합의 밀실 거래가 효과적인 규제를 무력화시키는지를 보여 준다.
영국에서는 보리스 존슨이 그다운 회피와 기만을 저지른 사례가 있다. 2012년 당시 보수당 소속 런던 시장이었던 존슨은 가장 가난한 지역의 학교들이 대기 오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묵살했다.
영국에서 대기 오염은 인종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다르다. 흑인 인구가 밀집한 뉴햄·브렌트 지역, 런던 순환도로 남부·북부 일부 지역은 런던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한다.
존슨 시장 재임 당시 런던시 당국이 계측기를 조작해 도로변 오염 감지 결과를 왜곡하기도 했음이 의회 보고서에서 폭로되기도 했다.
현 테리사 메이 정부는 대기 오염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2016년 6월 정부는
영국 정부는 영국·유럽연합 대기정화법 위반으로 법정 소송 세 건을 치렀는데, 단 한 번도 승소하지 못했다. 정부는 저예산에 시달리고 그나마 있는 규제를 집행할 자원과 법적 권한도 부족한 지방 정부에 문제 해결의 부담을 떠넘기는 식으로 대응했다.
석유·자동차 산업이 로비해 전기차를 사장시킨 이야기는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정설이 됐다.
현재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다. 체제가 방해하지만 않았다면 20년 전에 일어났을 일이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 단체들과 일부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기차가 대기 오염의 해결책일까?
화석연료 자본
자본주의는 어떤 면에서는 매우 보수적인 체제이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협하는 규제와 혁신 일체에 저항한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본들이 패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보수성을 두드러지게 보여 주는 증거다.
내연기관은 20세기를 지배한 다목적 기계였고, 그 지배력은 21세기에도 유지되고 있다. 가솔린 엔진은 1875년에 발명됐고, 경유 엔진은 한참 후에
자본은 자동차와 내연기관의 생산 공정에서만 혁신을 꾀했지, 기술 자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자동차 생산 공정은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된 부문의 하나다. 자본주의는 내연기관을 완전히 새로운 동력원으로 교체하려 하기보다는, 기존 기술을 개선하고 예열 플러그나 기화기 같은 부품들을 컴퓨터로 제어하는 연료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오늘날 자동차 엔진은 가장 오래된 기술과 최신 기술의 흥미로운 조합이다. 자동차 기업들은 지난 십 년간 수백억 달러를 들여, 주로 디젤 엔진을 생산하는 새로운 공정을 연구·개발했다. 자동차 엔진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깨끗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
그런데도 자동차가 유발하는 오염은 줄지 않았다. 왜일까? 사상 최대치인 자동차 교통량과 SUV 판매
더구나 자동차 산업의 생산·공급망 전체가 가솔린·디젤 엔진에 맞춰져 있다. 새로운 공급망을 만들려면 원자재 공급원을 새로 찾아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려면 리튬과 코발트가 필요하고, 고출력 모터에 들어가는 자석을 만들려면 “희토류” 금속도 필요하다. 그런 금속을 채굴하는 것 때문에 콩고 등지에서 새로운 갈등이 불붙고 있다.
그럼에도 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데,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구조적으로 편법을 저지른 것이 폭로되고 규제 강화 전망 때문에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경유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2019년 포드, 재규어 랜드로버, 혼다는
노동조합의 대응은 어땠을까? 노조는 사측의 편법·근시안·늑장 대응이 아니라 사측의 “디젤 악마화”
그러나 노조 관료들의 이런 입장은 모순이다. 노조 웹사이트에는 “직장에서 노출되는 디젤 매연 때문에 암이 발병하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하는 글이 있으며,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배기가스 배출 기록부를 작성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연결된 사고”가 부재한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다. 사회·정부·언론 전반에 그런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다. 본디 자본가 계급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그렇다. 그들은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만 문제를 제기한다. 그때조차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결코 제기되지 않고 단편적인 방식으로만 다뤄진다.
문제들 사이에 칸막이를 치고 각각을 고립시켜 대하는 이런
이 때문에 자본주의 하에서 인간의 본성적 능력인 “연결된 사고”는 모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대기 오염을 해결하려면 개인적으로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개인 소유 자동차를 화석연료 자동차에서
연대체 ‘기후변화에 반대하는 노동조합·단체들의 캠페인’
그러나 정부 정책은 정반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이 아니라 개인 소유 자동차를 이용하도록 내몰고 있다.
재무장관 필립 해먼드는 도로 신설 예산으로 수십억 파운드를 책정했다. 한편, 교통부 장관 크리스 그레일링은 디젤 열차를 없애 대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전력화’
영국 대중교통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시내버스 민영화의 충격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민영화 때문에 런던 외곽 거주자 대부분은 파편화되고 안전하지 못하며 비싸기까지 한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10년 동안 개인 자동차 구입·유지비는 내려간 반면, 철도와 버스 요금은 올랐다. 영국 왕립자동차협회
가시적 효과
대기 오염이 사람들의 건강에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다가 특히나 기후 변화 문제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간 이 문제로 시위가 더 많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 놀랄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뀔 수도 있다. 아홉 살 아동 엘라 키시-데브라가 몇 년간 심한 천식 발작에 시달린 끝에 급성 호흡부전으로 2013년에 숨졌다. 키시-데브라는 런던 남부 순환도로에서 고작 25미터 떨어진 곳에 살았다. 키시-데브라의 어머니 로즈먼드가 끈질기게 캠페인을 벌인 덕에, 엘라의 천식 발작은 대기 오염이 불법적으로 심각했기 때문이었음이 입증됐다. 이 캠페인 때문에 대기 오염 문제가 전례 없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사람들은 자녀의 건강이 위험하면 거리 시위를 벌일 태세가 돼 있다. 기후 변화와 대기 오염 문제는 활동가들에게 종종 별개 문제로 취급된다. 그러나 이제는 대기 오염에 맞선 운동과 기후 변화 저지 운동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의 원인은 같다. 기후 정의를 쟁취하는 투쟁에서 두 운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