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의 노동강도를 강화한 탓에 집배원들이 과로로 쓰러지고 죽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적자를 이유로 정규 집배인력 증원 약속을 내팽개쳤다. 

과로로 쓰러진 전국집배노조 부산지역본부 최헌정 부본부장 ⓒ출처 집배노조

지난 4월 9일 오전 배달을 준비하던 전국집배노조 부산지역본부 최헌정 부본부장 겸 남부산우체국지부장이 어지러움 증세를 느껴 병원으로 이송됐다. 뇌 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입원 중이다. 안타깝게도 1주일간 두 차례 뇌혈관 조영검사를 했음에도 출혈 부위를 찾지 못해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최헌정 부본부장은 부산 지역에서 집배노조 출범과 확대에 애써 왔다. 집회 현장에서도 동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등 열성적으로 활동해 왔다. 쾌유를 진심으로 빈다.

그리고 이틀 뒤에는 동천안우체국에서 30년 경력의 50대 집배원이 오한을 느껴 출근을 못 하고 집에서 쉬던 중 급작스런 심정지로 쓰러졌다. 이 노동자는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한 주간 집배원 2명이 급작스럽게 쓰러지고 죽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누적된 과로와 최근 강화된 노동강도 탓이다. 

최 부본부장은 3000세대가 넘는 구역을 담당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왔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그의 택배 물량은 무려 40퍼센트나 증가했다(2019년 3월 기준). 그래서 하루에 평균 70개, 한 달에 1000~1400개의 택배를 배달했다. 2018년 1년간 사측이 인정한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만 40시간이 넘었다.

이러한 장시간·중노동 탓에 최 부본부장은 지난해 7월 배달 업무 중 마비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었다. 사망한 동천안우체국 소속 집배원도 당뇨약을 복용했으며, 지난 달 건강검진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사업본부는 뇌심혈관계 질환 및 각종 질환 고위험군을 관리하겠다는 말만 할 뿐,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은 안중에 없었다.

최 부본부장과 같은 우체국에서 일하는 집배노조 남부산우체국지부 윤명문 사무부장은 작금의 살인적인 노동 현실에 대해 이렇게 절규했다.

“4월 9일 하루에만 집배원들이 택배 1만 개[집배원 1명 당 최소 95개]를 배달해야 했습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물량을 구분하고 9시 30분에 배달 나가 밥 안 먹고 일해도 오후 5시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관리자들은 택배 우선 배달로 배달 못 한] 일반 우편물을 다음 날로 넘기라고 합니다. 그러면 다음 날, 전날 우편물에 당일 들어 온 우편물까지 구분 다 하고 배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에게 오후 6시 안에 퇴근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그 시간 맞추려면 밥 안 먹고 숨 한 번 안 돌리고 계속 움직여야 겨우 맞출 수 있을까 말까 합니다.

우리는 매일 돌아가는 기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피가 흐르는 사람입니다. 이대로 성수기에 들어가면 50대 이상 선배님들은 팍팍 쓰러질 것입니다. 적자라고 우리한테 모든 희생을 감내하라고 해선 안 됩니다.”

심지어 남부산우체국은 2019년 4월 현재, 연수 및 병가, 휴직 등으로 집배원이 5명 결원인데도 충원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윤명문 사무부장에 따르면, 앞으로도 5월 말까지 휴직 등으로 결원이 1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집배원들이 과로로 연이어 쓰러진 책임은 적자를 빌미로 노동자들을 쥐어짜 온 우정사업본부와 정부에 있다. 얼마 전 청와대는 우정사업본부에 ‘재정 건전화 방안’(긴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들어 우체국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켜 왔다. 지난해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권고한 2019년 정규 집배 인력 1000명 증원을 합의했음에도, 지난 3월 28일에 일방적으로 이를 보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집배원의 과중한 업무를 경감시키겠다며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 명을 3월 초에 대량 해고했다. 그래서 집배원들이 배달할 우편물을 직접 구분하는 시간이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우체국 택배를 전문적으로 배달하는 위탁 택배원의 하루 물량 개수를 제한하여 이들의 임금을 줄이려 했다(위탁 택배원들은 개당 수수료로 임금을 받는다). 이렇게 제한하고 남은 택배는 집배원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졌다.

"집배원이 죽고 있다. 인력 충원 약속 지켜라!" 4월 12일 집배노조 기자회견 ⓒ출처 공공운수노조

또한, 우정사업본부는 인력 증원은 하지 않고 주 52시간으로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을 (수치 상으로만) 맞추려 하면서,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무료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집배노조 부산지역본부 정국환 노동안전국장(부산강서우체국 집배원)은 “업무량은 늘어나는데 우정사업본부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 52시간을 맞춘다며 업무량은 줄이지 않고 예산은 줄여 나가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우편사업은 전체 우편물 감소로 2011년부터 적자를 이어 오고 있다. 그러나 집배원들의 업무량은 줄지 않았다. 택배와 등기 등 직접 전달해야 할 물량이 는 데다 1인 가구와 신도시 확대 등 배달 가구와 구역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편, 우정사업본부의 금융과 보험 부문은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최근 우정사업본부 경영 수지를 보면, 우편사업 적자에도 흑자 합계액이 매해 5000억 원이 넘는다.

따라서 정부가 필수서비스인 우편사업의 적자분을 정부 일반예산으로 지원하거나 우정사업본부의 금융과 보험에서의 흑자 분으로 메우게 하면 된다. 과로사를 없애기 위한 정규 인력 증원에 드는 비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와 우정사업본부는 정규 집배 인력 증원 약속을 즉시 이행하고, 모든 우체국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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