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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민영화 반대:
매각 반대, 영구 국유화 요구로 정부 책임 분명히 해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문재인 정부에게 우선 대우조선 매각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4월 10일 경남 거제시에서 열린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순리대로 조선산업 문제를 풀려면 우선 대우조선 매각을 철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 민영화로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동자, 그리고 지역의 협력·부품업체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그들의 가족 수십만 명의 삶도 위협받고 있다.

이미 지난 4년간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은 혹독한 희생을 강요받았다. 일자리 수만 개가 줄었고, 임금 삭감, 복지 후퇴, 노동강도 강화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조선업을 위기에 빠뜨린 책임은 정부와 사용자 측에 있다. 그들은 맹목적인 이윤 추구 속에서 오히려 위기를 더욱 키워 왔다. 예를 들어, 정부는 대우조선 같은 조선업체들에게 해양플랜트 진출을 독려했지만 이는 더 큰 부채가 돼서 돌아왔다. 따라서 위기의 책임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정부가 져야 한다.

죄 없는 노동자가 왜 희생돼야 하나? 4월 10일 대우조선 매각반대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 ⓒ박충범

그런데 경남도와 거제시, 민주당 등은 대우조선 민영화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고용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매각’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매각을 반대할 수는 없으니, 고용 보장을 위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말이다. 노동운동 일각에서도 “일방적” 매각에 반대한다며 전제를 달거나, “바람직한 매각”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조선 매각은 위기에 빠진 민간 기업을 다른 민간 기업에 팔아넘기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이다. 정부 소유의 국유기업을 사기업에 팔아넘기는 민영화이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하에서 민영화는 비용 절감과 수익성 제고가 목표로 설정되기 마련이고, 어떤 식으로든 노동자의 희생을 동반한다. 따라서 대우조선 민영화는 아무 죄 없는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전가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선 매각 철회’를 분명히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마이너스 합병”

그런데 4월 9일 금속노조가 주최한 ‘조선산업 미래 찾기 기자간담회’에서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이 철회된다면, 민간 컨소시엄 매각부터 공기업화까지 다양한 방식의 매각을 모두 열어 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합병은 1 더하기 1로 2를 만드는 개혁이 아니라, 조선산업을 망가뜨리는 마이너스 합병”이니 반대해야 하지만, 노조와 사측, 정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나 노정협상 등을 통해 ‘조선산업 발전 방안’을 만드는 데에는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박종식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 객원연구위원도 최근 발표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이슈페이퍼에서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 시너지는 불분명한데 조선산업 설비나 인력 감축, 기자재 산업 축소 효과는 명확하다”고 비판하면서, “조선산업 생태계 회복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금속노조 등은 중형조선소와 기자재부품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마련에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다. 대우조선 매각으로 “대형-중소형-기자재부품사로 이어지는 조선산업 생태계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금속노조 등이 정부·사측에게 조선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협의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하는 현재의 구조조정 방안을 반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산업 발전 방안이나 부품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사측과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은 산업·기업 경쟁력이 있어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자본주의 논리를 수용한다는 약점이 있다.

노동조합이 경쟁력 강화 방안에 협력하다 보면, 결국 비용 절감 논리에 취약해져 노동자들도 일자리와 임금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기가 쉽다. 특히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어떤 발전 전략이 성공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하는 일은 더욱 빈번히 벌어질 수 있다.

물론 이번 대우조선 민영화로 위기를 겪는 경남의 대우조선 납품 기자재부품사들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해고와 임금 삭감 압박을 받는 것은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STX·성동조선 등 중형조선소 구조조정에서 봤듯이, 중형조선소나 기자재부품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여서 고용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거부하지 못한다면 노동자들도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조선업 발전 방안을 두고 정부·사측과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위기의 책임을 져야 함을 분명히 하고 그 책임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대우조선 매각(민영화) 반대를 분명히 하고, 정부가 대우조선을 영구 국유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 돈을 쓰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