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섯 번째 4월 16일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함께 슬퍼한 평범한 다수에겐 여전히 잔인한 봄이다.

그러나 우파 정치인들은 여전히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모욕한다. 그 중 한 명이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김순례다.

2015년 대한약사회 여약사회장이던 김순례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이러니 ‘시체 장사’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는 망언을 했다. 그 덕분에 박근혜에게 잘 보여 2016년 총선에서 비례후보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의원 되고 나서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것 말고 한 일이 없던 김순례는 올해 2월 국회에서 5·18 항쟁과 피해자들을 모독하는 망발을 늘어놓았다.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 …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유공자를 색출해야 한다. … 5·18 진실을 규명하고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김순례는 이 발언 직후 당내 강성 우파들의 지지로 자한당 최고위원이 됐다.

김순례는 숙명여대 출신으로(제약학과, 1978년 졸업),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한 다음 해인 2016년에 숙명여대 총동문회로부터 ‘올해의 숙명인상’을 수상했다.

김순례의 5·18 망언 직후, 곧바로 숙명여대 학생 대표자들의 기구인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가 규탄 입장을 냈다. 학생 대표들은 김순례가 받은 ‘2016년 올해의 숙명인상’을 철회하라고 총동문회에 촉구했다.

“김순례 의원은 수상 1년 전인 2015년에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그들을 모욕하는 등 이미 ‘인격과 덕망을 겸비하지 못한’ 태도로 ‘숙명의 이름에 먹칠’한 바 있다. 2016년 올해의 숙명인상을 수상한 뒤에도 반성 없이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모욕하여 또 다시 논란의 화두에 올라 숙명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있다. … 후배들을 부끄럽게 만든 동문으로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성명서 일부 발췌)

이 성명에 일부 학생들이 반발했고, 매우 아쉽게도 이 성명이 4월 초에 철회됐다.

그 반발은 사실상 김순례를 편드는 것으로서 우파적 성격의 것이었다. 중운위는 성명에서 총동문회도 비판했으므로, 우파적 반발의 배후에 총동문회도 관계돼 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파는 이 성명 철회 주장을 “학생회 민주주의”에 관한 것으로 포장했다. 학생회는 학생 전체를 대변해야지 특정 입장을 주장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체를 대변하려면 학생회가 정치적이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로 진보적 학생회의 활동이 방해 받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거센 열기 속에서 불붙기 시작할 때,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했다고 어느 대학에서는 총학생회장 탄핵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압도적이었던 박근혜 반대 정서와 어긋난 이 협박을 정당화했던 논리가 시국 선언이 학생 전체(전부)의 의견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대표제도 자체가 무용할 것이다.

이처럼 우파는 자신들의 (인기 없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엉뚱하게도 ‘민주주의’ 논리를 활용하곤 한다. 경험 없어서 민주주의를 추상적으로 이해해 혼란을 느끼는 학생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보적 학생회 활동가들과 좌파 학생들은 이런 우파적 방해에 잘 대처해야 한다.

학생회와 정치

앞서 언급했듯이, 진보적 학생회의 활동에 대한 우파적 반발에 흔히 이용되는 논리는 두 가지이다. 첫째, 학생회는 정치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학생회가 사회적 쟁점에는 신경 끄고, 학내 쟁점에 집중해야 한다는 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황지수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의 말처럼, “개인의 문제가 사실은 학교와 사회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됨을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 학생회의 역할”이기도 하다.

‘학내 쟁점’으로 보이는 것의 대부분은 사실은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 상황과 연결돼 있다. 가령, 현재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주요 공약으로 ‘상대평가제 원칙 폐지’를 내세워 당선했다. 그런데 상대평가 강화는 대학 서열 구조 속에서 대학 간 경쟁이 심화돼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 때 교육부는 정부의 재정 지원 책임을 회피하고 학생·교수·교직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고 대학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엄정한 성적 부여’를 대학 구조조정 평가 지표로 내세웠고, 이에 발맞춰 각 대학들은 상대평가를 강화했다.

따라서 학생회가 ‘상대평가제 원칙 폐지’를 진지하게 추구하려면 대학과 정부에 대해 정치적 발언과 활동을 해야 한다.

대학은 사회의 일부다. 민주적 권리와 정의, 차별 문제와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다. 비정규직이 늘고, 노동자 임금이 삭감되고, 안전하지 못한 사업장에서 여러 참변이 일어나는 것은 학생들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학생회가 사회적 쟁점에도 논평을 내거나 행동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사실, 학생회가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매우 정치적인 것이다. 어떤 일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하지 말자거나, 세월호 참사에 항의하지 말자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선택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계급으로 나눠져 있고, 누구의 편을 들 것이냐에 따라 첨예하게 찬반이 나뉘는 쟁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경우에 진정한 ‘비정치’는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실제 현실에서 ‘비정치’ 요구는 그 말에 진정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인 정치를 거부하려는 꼼수로 사용되는 것이다.

학생회의 중립성?

둘째로 흔한 논리는 학생회가 학생 전체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회는 선출된 기구이므로, 이 논리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공상적인 주장이다.

학생들이 여러 사안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데도 전체가 합의를 해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사실 아무 것도 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토론과 논쟁, 심의와 다수결을 통한 결정의 절차를 미리 정해 놓은 것이다.

또,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형식적 절차만이 아니라 내용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이 사회의 권력자들에 맞서, 노동자와 여타 차별받는 사람들의 힘이 커질 때 진정으로 민주주의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18 학살 옹호 발언을 규탄하는 게 민주주의적인가? 옹호하는 게 민주주의적인가?

김순례 눈에는 5·18 유공자들이 “이상한 괴물 집단”으로 보일지 몰라도, 5·18 유공자의 외손녀인 숙명여대생에게는 김순례야말로 “이상한 괴물”일 것이다. 이 학생은 이런 말을 남겼다. “저희 외할아버지는 5·18 유공자이십니다. 저희 가족들은 5·18 민주화 운동을 통해 겪은 아픔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자유한국당에서 그런 망언이 나왔다는 사실에 분노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우리 동문이라는 사실에 치가 떨렸습니다. … 이렇게 성명을 내 주신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분들께 정말 감사 드립니다. 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 내겠습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성명이 철회된 것은 이 학생에게는 비통함을, 김순례에게는 기쁨을 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김순례 규탄 성명을 철회한 것은 다양한 의견에 공정을 기한 것이 아니라 반민주적 선동을 한 김순례를 이롭게 했을 뿐이다.

오히려 진보적 학생회는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표명하고, 학생들 사이에서 논쟁과 토론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입증받으며 사회 진보에 기여하려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민주적인 것이다.

여성 정치인이라고 모두 옹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이번 사례에서는 ‘여성 정치인’인 김순례를 공격하는 것은, 공식정치 영역에서 가뜩이나 소수인 여성 정치인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었다.

물론 일반적으로 말해, 고위 공직자 내 여성의 비중이 작은 것은 여성 차별 사회의 반영이자 단면이다. 여성들이 정치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박근혜나 김순례, 나경원 같은 자들이 늘어나는 게 과연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일까?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이해관계가 같은 것은 아니다. 여성 정치인이 꼭 여성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보장은 없다.

김순례가 모욕한 5·18 유공자에는 여성이 없는가? 아니다. 심지어 최근에 계엄군에게 성폭행, 성고문을 당했다는 증언도 새롭게 나왔다.

김순례는 2017~2018년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장을 지냈지만, 평범한 여성을 위해 한 일이 없다. 오히려 김순례는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국가대개혁위원회 저출산·고령화 위원장을 맡았고, 대선 후에는 홍준표가 당대표이던 시절 자유한국당의 중앙여성위원장을 맡았다. 돼지 흥분제를 이용한 강간 미수 사건의 공범인 홍준표에 대해 아무런 비판도 없는 채 말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은 최저임금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최저임금 때문에 고통을 겪는데 말이다.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는 낙태죄를 유지했고, 불법 촬영물 “카르텔”을 용인했고,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여성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오히려 그 여성을 퇴진시킨 운동으로 많은 평범한 여성들이 자신감을 얻지 않았나? 그 자신감은 지난해에 대규모로 일어난 불법 촬영물 반대 운동에서 표출됐다.

그리고 김순례에 대한 규탄은 그가 여성이어서 가해진 것이 아니다. 정진석, 차명진 등 자유한국당의 남성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5·18 항쟁에 대해 망발을 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여성이냐 아니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정치를 가졌냐 하는 것이다. 진정 착취·차별에 맞설 수 있는 정치냐 아니냐 하는 것에 따라 평범한 여성들의 권리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지 여부도 결정된다.

동문이 잘 나가야 학교가 발전한다?

김순례 규탄 성명의 철회를 요구하는 주장 중에는, 그 성명이 학교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있었다. 동문 중에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학교가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의 반영일 것이다.

어쩌면 극소수 학생들은 김순례와 동문이라는 학연으로 이익을 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학교 발전의 조건 중 하나는 학교 재단의 비리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숙명여대도 2012년에 재단의 비리 의혹이 불거져 홍역을 치렀었는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김순례가 속한 자유한국당은 비리 사학을 비호하기로 악명이 높은 정당이다.

2005년 자유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박근혜의 지도 하에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장외투쟁을 벌였다. 비리사학들을 비호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계기로 박근혜는 우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결국 대통령까지 됐다. 박근혜가 대통령이던 시절, 박근혜의 심복인 이정현이 당대표를 할 때 치러진 2016년 총선에서 김순례는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런 김순례가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하고 그에 힘입어 자유한국당이 성공하는 게 과연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

그 밖에도 자유한국당은 노동개악을 추진해 저질 일자리를 양산해 청년들을 힘들게 한 주범이다. 그런 정당이 성공하는 것은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불리한 일이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의 성명은 철회됐지만, 다행히 김순례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는 숙명여대 동문들의 연서명이 시작돼, 서명자가 1000명을 훌쩍 넘었다. 또, 김순례는 사회적으로 크게 지탄받았다. 그리고 전혀 성에 차지 않지만, 자유한국당도 그를 징계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 수준은 시늉에 불과하다.)

즉, 숙명여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의 김순례 규탄 성명 발표가 옳은 일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숙명여대에서 최근 벌어진 논란은 진보적 학생회 활동가들과 좌파 학생들이 답해야 할 쟁점들을 여럿 던져 줬다. 학생운동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도 이런 쟁점에서 잘 배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