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CCTV관제사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며 수개월간 투쟁하고 있다. 4월 중순 민주노총 대구일반노조 CCTV관제사지회 간부 십수 명은 파업을 하고 여러 구청 앞에서 농성도 벌였다. 노조는 4월 30일까지 직접고용 무기계약직 전환 합의를 해 주지 않으면 5월 1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때까지 지자체들이 전환 결정을 하지 않으면 내년 예산에 반영이 안 돼 연내 전환은 어려워진다고 보고 있다.

4월 17일 대구 동구청 앞에서 농성 중인 CCTV관제사 노동자들 ⓒ양효영

대구 시내 군·구청 8곳에 관제사 252명이 있는데, 노동자들은 도로와 동네 곳곳에 설치된 CCTV를 지켜보며 범죄나 사고가 발생하면 필요한 조처를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예컨대 대구 북구청의 관제사들은 한 사람당 CCTV 150~170대를 맡아 근무 시간 내내 꼼짝 않고 화면을 지켜본다고 한다.

CCTV는 24시간 돌기 때문에 24시간, 365일 내내 근무가 돌아가야 해서 노동자들은 주기적인 밤샘 근무를 해야 한다. 3교대 근무 체계로 8일마다 이틀 밤샘 근무를 한다. 이렇게 일하는데도 임금은 최저임금 시급으로 계산된다.

이 업무는 상시지속업무지만 대구 지역 지자체들은 용역 노동자를 투입해 왔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매년 재계약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언제나 고용승계가 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에 CCTV관제사 3600여 명이 이런 열악한 처우를 받으며 기간제 또는 용역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국에 CCTV 수가 대폭 늘었지만 인력은 찔끔 늘려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상당히 높다. 

희망고문  

CCTV관제사들도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기대감에 부풀었다. 정부가 정규직화 대상으로 꼽은 상시지속업무이고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이었다.

대구 지역 노동자들은 1년이 넘도록 지자체들과의 협의를 지켜보며 기다렸는데, 지난해 9월 하순 지자체장들은 갑자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환 불가 입장을 밝혔다. “희망고문”만 하다 내쳐 버린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들의 전환 실적을 봐도, 지자체의 실적이 가장 형편없다. 지자체 중 파견용역 노동자에 대한 전환 결정 완료 기관은 고작 23.1퍼센트에 불과하다.(2019년 1월, 노동부)

대구일반노조 CCTV관제사지회 최경미 지회장은 울분을 토로했다.

“예산 부족은 핑계예요. 정말 비정규직의 설움이라는 게 너무 큽니다. 밤잠도 못 자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데 이런 식의 처우는 불합리해요. 용역을 줄 바에는 용역 비용을 우리 임금으로 달라는 건데, 왜 안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하기 위한 건지, 용역 배만 불려 주려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지자체들의 약속 파기 한 달 뒤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CCTV관제사들의 90퍼센트 이상이 노조로 모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해 10월 30일쯤 노조 결성하고 그때부터 투쟁해 이제 [군·구청들이] 답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노조가 있어 말을 할 수 있고 정규직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었어요. 그간은 희망고문이었는데 이젠 희망이 생긴 겁니다.”

노조가 투쟁한 덕분에 일부 지차제들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구두 답변을 내놓은 상태다. 이런 성과가 나오자 노동자들은 꽤 사기가 올라 있다.

4월 17일 노조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구청 앞을 필자가 방문했을 때, 노동자들은 대구 서구청의 해고 협박을 철회시키고 고용승계와 무기계약직 전환 약속을 받은 상태였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거둔 성과에 고무돼 이 기세를 몰아붙이려고 계속 버티고 있는 동구청으로 농성 거점을 옮겨 온 것이다. 그리고 동구청도 다음 날 무기계약직 전환 입장을 밝혔다.

일단 간부 파업과 농성은 풀었지만, 노조는 아직 버티고 있는 나머지 지자체들에게 직접고용을 확약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임금와 처우 문제도 교섭 중이다. 대구 지자체들은 무기계약직 전환자들에게 직무급제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저임금 고착 방안으로 내놓은 ‘표준임금모델’과 유사한 내용을 내놓은 듯하다. 노동자들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자 최저임금보다는 높은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려는 듯하다. 관제사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과 처우가 모두 개선되길 바란다.  

대구일반노조 김현탁 사무처장에 따르면, 아직 대구 지역 지자체 절반가량이 버티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들이 끝까지 버텨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지회장 말처럼 “앞에선 이렇게 말해도 뒤 돌아서는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도장 찍을 때까지 가 봐야” 한다. 노동자들은 투쟁 속에서 단결 의식을 성장시키고 성과도 내며 자신감이 높여 온 만큼 파업에 나설 자신감도 있을 것이다.

대구 CCTV관제사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4월 17일 대구 동구청 앞에서 농성 중인 CCTV관제사 노동자들 ⓒ양효영
4월 17일 대구 동구청 앞에서 농성 중인 CCTV관제사 노동자들 ⓒ양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