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인천지방법원 제1행정부, 정성완 부장판사)이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앙골라인 난민 루렌도 가족에 패소 판결했다. 

루렌도 가족은 본국에서의 끔찍한 차별과 폭력을 피해 그저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 하나만으로 지난해 말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정부는 고작 두 시간 남짓한 인터뷰를 진행하고는 그들이 ‘명백한 이유 없는 난민 신청’이라며 난민 심사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고 추방하려 했다. 루렌도 가족은 입국을 거부당하고 인천공항 탑승구역에 방치된 채 4개월째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루렌도 제공

그간 재판 과정을 통해 한 가족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결정이 얼마나 졸속적으로 이뤄졌는지가 드러났다. 처분 통지서엔 담당기관의 날인이나 문서 일련번호도 없었고 루렌도 가족은 불어 사용자임에도 한국어와 영어로만 기재돼 있었다. 루렌도 씨는 불회부 처분 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사실도 통지받지 못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불회부 처분 이유가 루렌도 가족에게 “적절히 안내”됐다며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판결했다.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루렌도 가족의 난민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처분 사유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앙골라에서 벌어지는 콩고 출신자들에 대한 심각한 차별과 추방, 박해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루렌도 씨는 앙골라 국적자이지만 콩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찰에게 붙잡혀 고문당하다 간신히 감옥을 탈출했다. 루렌도 씨가 집을 비운 동안에 바체테 씨는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유엔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만 앙골라에서 쫓겨난 콩고인이 무려 33만 명에 이른다. 앙골라 정부는 일반 대중들에게 콩고 출신을 공격하도록 무기를 지급하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루렌도 가족이 겪은 끔찍한 사정이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직접 진술을 통해 전달됐음에도 재판부는 루렌도 가족의 난민 신청을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 신청’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루렌도 가족에게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판결이다. 루렌도 가족은 본국으로 돌아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 판결은 한국의 난민 인권이 얼마나 참담한 수준인지를 드러낸다. 생사의 기로에서 도망 나온 난민들이 ‘가짜’라고 낙인찍히며 존재를 부정당하고 내쳐지는 현실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제14조에서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 피난처를 구하고 그곳에 망명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난민을 심사하는 국가가 이 권리를 판단할 권한을 갖게 되면서 난민의 권리가 허망하게 무너졌다. 

최근 법무부는 난민 신청을 억제하고 난민 인정이 거부된 난민들을 더 빨리 내쫓을 수 있게 할 난민법 개악을 추진 중이다. 루렌도 가족의 발목을 잡았던 난민인정심사 회부 제도의 확대가 개악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재판부가 진실을 외면하며 루렌도 가족에게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마저 박탈하기로 한 것은 이런 난민법 개악 흐름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사회적으로 크게 조명받은 재판에서 루렌도 가족이 승소하면, 개악 추진의 정당성이 훼손돼 차질이 빚어질까 봐 염려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루렌도 가족의 판결이 공항 내 억류 중인 다른 난민들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했을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외국인보호시설 실태조사’를 보면 (2019년 1월 18일 기준)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는 난민들은 루렌도 씨 가족을 포함해 모두 74명이다. 송환대기실(사실상 감금시설)에 31명, 탑승동에 37명, 여객동에 6명이 머무르고 있다. 루렌도 가족을 받아들이면 이들도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봤을 것이다. 

지난 공판에서 인천공항출입국 측은 루렌도 가족의 불회부 처분이 취소되면 “난민제도가 악용”돼 “국경의 쪽문을 열어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난민이 처한 상황에 관심 없고, 국경 통제 자체가 목적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었는데,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여기에 보조를 맞춘 결과일 것이다.

루렌도 가족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하더라도 강제 추방의 공포 속에서 공항에서 계속 지내야 하는 상황이다. 판결 직후 인천공항 측 직원이 찾아와 재판 결과를 통보한다면서 루렌도 가족에게 앙골라로 돌아가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공항 생활은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 너무나 잔인하다. 

이번 판결은 인권과 평화, 포용을 말하는 문재인 정부의 민낯을 보여 준다.  

루렌도 가족 연대 활동을 펴 온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을 강력 규탄하며 “루렌도 가족이 이웃으로 우리와 함께 살며 안정적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누구보다 참담했을 루렌도 가족에게 지속적이고 따뜻한 연대가 필요하다. 항소심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가 더 확대돼야 한다. 정부의 난민법 개악 흐름 속에서 패소 판결이 내려진 만큼 난민법 개악 반대에도 제 단체들이 연대해 싸워야 한다.

ⓒ루렌도 제공
ⓒ루렌도 제공
ⓒ루렌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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