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5월 21일 공동파업에 나선다. 3개 산별연맹이 함께하는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공동투쟁 연석회의’는 5월 15일 3차 회의를 열어 이후 투쟁 계획을 결정한다. 이번 호에는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투쟁 소식을 싣는다. 


4월 20일 청와대 앞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 촉구 결의대회’ “함께 싸우며 자신감이 생기고 있어요” ⓒ이미진

손상량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시설분회장:
“부산대병원이 먼저 뚫겠다는 각오로 싸울 겁니다”

ⓒ정성휘

부산대병원에서 5년 동안 일했습니다. 처음 왔을 때는 제가 비정규직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 월급을 가지고 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딱 최저임금에 연차수당 외에는 10원도 없었습니다. 5년을 일하건 10년을 일하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야 3교대에 시설 일은 대부분 지하에서 하니까 습기와 온갖 벌레들 때문에 환경이 너무 안 좋습니다. 휴게실이라고 있는 것은 엉망이고, 샤워실은 그나마 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병원 직원들이 우리에게 직접 지시를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이 그렇게 되겠습니까?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시간을 다투는 일들이 있고, 이런 일들을 급하게 해결하려면 병원 직원들이 우리를 직접 통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불법이라는 것을 노동자들도 알지만 생명과 안전이 걸려 있는 병원의 일이 되게 하려면 그렇게 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민주노총 간부들과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정규직 지부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부산대병원 정규직 지부와 우리는 한 몸처럼 느낍니다. 제가 노조를 처음 했는데 혼자 뛴다면 얼마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정규직 지부 동지들이 든든하고 의지가 됩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처음 제주 영리병원 반대 투쟁에 참가할 때는 ‘우리 병원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왜 이런 데 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회장은 왜 우리 병원 문제는 안 다루고 밖으로만 도느냐’고 말하는 조합원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활동에 참가하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다른 병원의 문제와 우리 병원의 문제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1980년에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저 하나 살리려고 피신도 시키고 했는데 평생 그 경험을 모른 척하고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모른 척했던 것이 다시 생각이 납니다. 사회 정의라는 것이 이곳에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문재인 지지자인데 이번에 국립대 병원 비정규직들 공동투쟁을 하면서 청와대 앞에 가서 1인 시위도 해 봤습니다. 제가 지난 대선 때 악수도 했는데 청와대 앞까지 와서 1인 시위하면 한 번 나와는 봐야 하지 않나 생각했지만 안 나왔습니다.

우리는 21일에 100명 넘는 조합원들이 파업하고 교육부 앞으로 갈 겁니다. 시설분회에서는 3분의 2가 참가하는 것입니다. 이번 투쟁을 하면서 이렇게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습니다.

부산대병원은 비정규직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협상해야 합니다. 지금 14개 국립대 병원이 함께 싸우고 있는데 부산대병원이 무조건 먼저 뚫겠다는 각오로 싸우고 있습니다.

ⓒ출처 부산대병원노동조합

박일순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 민들레분회장:
“정규직화를 위한 공동투쟁, 엄청 힘 받고 있어요”

ⓒ장호종

경북대병원과 [분원인] 칠곡병원에 파견용역직 노동자가 385명이에요. 용역회사는 9개고요. 청소·시설·경비·주차·전기·원무과 같은 데서 일합니다. 특히 칠곡병원 원무과는 30여 명이 있는데 다 비정규직이에요. 이제 30대 갓 넘은 젊은 여성들과 아줌마들이에요.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체는 17일에 8차 회의를 해요. 지금까지는 전환 대상만 지루하게 논의했어요. 물론 그나마 이 협의체도 우리가 지난해 파업해서 하게 된 거예요. 그 전에는 병원 측이 눈도 깜짝 안 했어요.

8차 회의부터는 전환 방식도 얘기하자고 했는데 경북대병원은 서울대병원 하는 거 보고 [전환 방식을] 따라 하겠대요. 그래 놓고는 우리가 천막농성을 할 거라고 하니까 그건 곤란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서울대병원에 얘기하세요’ 했어요.

5월 21일에 우리도 같이 파업해요. 지난해 얻은 파업권이 그대로 있거든요. 21일에는 칠곡병원 민들레분회도 파업권이 생길 거예요. 주차 노동자들도 파업에 참가할 수 있을 거예요. 버스 4대 정도 타고 교육부 앞으로 갈 거예요.

지금 교섭 중인 분회가 4개 있는데 여기도 6월 초가 되면 파업권이 생길 거예요. 그때는 다 같이 파업할 수도 있어요. 주차·원무과·청소·콜센터 이렇게 다 파업하면 힘을 보여 줄 수 있을 거예요. 병원에 들어올 때부터 사람들이 엄청 불편해질 테니까요.

우리가 이번에 파업권을 잘 활용해야 해요. 6월 말에 계약 기간이 끝나면 회사가 떠나 버릴 수 있어요. 용역업체가 바뀌는 거죠. 그러면 파업권이 없어질 수 있고 한순간에 임금도 삭감될 수 있어요.

이런 판국에 파업을 하루이틀 해서 되겠나 하는 생각도 해요. 파업하면 임금이 지급 안 돼 힘들긴 하지만, 지금 인증평가 기간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다 뒤집고 치우고 난리에요. 그래서 너무 힘드니까 인증평가 때 파업하자는 얘기도 있어요.

그래도 정 안 되면 하반기에 정규직도 같이 싸워 보자 하고 있어요. 3개 산별연맹 회의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어요. 거기 정규직들도 다 오거든요. 얼마나 좋아요. 

그 회의 분위기도 엄청 좋아요. 서울 청와대 앞에서 집회도 같이 했잖아요. 사람들이 각자 잘 하는 것 모아서 하니까 좋은 것만 보이잖아요. 그래서 분위기가 엄청 뜨거웠어요. 그렇게 집중력 높은 집회는 처음 봤어요. 다들 같은 걸 바라고 있고 같은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21일 집회는 더 그럴 거예요.

경북대병원만 해도 비정규직이 이렇게 같이 파업하는 일은 처음이에요. 병원 측도 좀 놀랐을 거예요. 이전보다 조합원이 훨씬 늘었거든요. 우리 [노조] 100명 넘는 수준이었다가 지금은 385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절반이 넘었어요. 지금도 계속 가입 문의가 오고 있어요. 정규직 되자고 이렇게 많이 가입하고 있는 거예요. 박근혜 정부 시절에 원무과·시설·주차 이런 데에서 노동조합이 다 무너졌다가 이번에 많이 가입해서 이렇게 파업까지 하게 된 거예요. 엄청 힘 받고 있어요.

지난해 우리 경북대병원 민들레분회 60대 넘는 아줌마 조합원들이 그렇게 싸웠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러겠어요. 반면에 이제 갓 서른 살 넘긴 비정규직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앞으로의 30년이 걸려 있는 일이에요.

제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젊은 조합원들이] ‘그동안 몰랐다. 미안하다’ 하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여기 농성장에도 계속 찾아오고 그래요. 원무과뿐 아니라, 전기·시설 쪽은 다 젊거든요. 이 사람들은 자격증도 있고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이예요. 이렇게 설명하니까 그 분들이 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팻말 시위도 나오고 그래요.

정규직 분회도 많이 늘어났어요. 대구지부가 지난해 3000명을 돌파했어요. 수백 명이 새로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원장님도 이전 조병천 원장과 달리 부드러운 분이 됐어요. 조병천 원장은 연임하려고 하다고 노조가 반대해서 못했죠. 설문조사에서 11퍼센트인가 나왔을 거에요. 엄청 쪽팔리는 거죠.

대구 지역이 분위기가 좋아요. 적어도 대구에서는 병원끼리 [연대를] 잘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영남대병원에서 해고되신 분들의 복직을 위해 1박 2일 행진도 같이 했어요. 지금은 우리 일이 바빠서 못 가지만 대구에서는 노조[상급연맹]를 떠나서 자주 오고 가고 해요. 5월 15일에는 민주노총 주최로 2.28민주운동 기념공원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규탄 집회’를 해요. 마치면 경북대학교병원으로 행진할 거예요.

정규직 분회도 많이 도와 주고 있어요. 농성 천막도 주말에는 비정규직이 지키고 평일에는 정규직 분회가 지켜요. 팻말 시위도 대의원들이 계속 나와서 돕고 있어요. 비정규직은 점심시간이 11시 반부터 12시 반까지고, 정규직은 12시부터 1시까지거든요. 우리가 먼저하고 [있으면 30분 뒤에] 정규직이 와서 쫙 서 줘요. 16일에는 정규직 분회가 로비에서 중식집회도 하기로 했어요. 많이는 안 나와도 시작이 중요하잖아요. 얼마나 고마워요.

ⓒ장호종

정년을 미끼로 자회사 방안 압박하는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정규직 노조는 기업노조인데, 아쉽게도 우리 투쟁에 함께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전국의 대학 병원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니 큰 힘이 납니다.”(윤병일 공공연대노조 분당서울대병원 분회장)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미화·병동사원·환자이송·시설 노동자 450여 명은 직고용을 염원하고 있다. 윤병일 분회장은 “물 들어올 때 배 띄어야 한다”면서 결의를 다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1800명이나 된다. 국립대병원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 〈의학신문〉을 보면, 국립대병원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평균 45.76퍼센트였다(2016년). 그런데 분당서울대병원은 지역거점 국립대병원 11곳 중 유일하게 인건비 비율이 4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34.56퍼센트). 2018년 분당서울대병원의 세전순이익은 271억 원으로 서울대병원보다 무려 4배가 많은데도 말이다.

ⓒ김승섭

병동에서 일하는 강미경 조합원은 말한다. “우리는 서울대병원 본원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서울대병원 병동 사원은 직고용이고 우리는 간접고용이라 월급 차이가 100만 원이 나요.”

인력을 확충하지 않으니 노동 강도도 매우 높다. “투석실에 침상이 29개인데, 오후에 응급 환자 몰려오면 너무 바빠요. 어떤 날은 토할 것 같습니다.”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환자 직접 부서’와 ‘환자 간접 부서’로 나눠 일부만 직고용하고, 직고용 방식도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공개 경쟁 채용 방식으로 하려 한다. 정년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한다(정년 단축). 이는 노동자들을 이간질시켜 자회사 방안을 받아들이게 하려는 야비한 술책이다.

청소 업무든 환자 이송 업무든 환자와 관련돼 있긴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은 공개 경쟁 채용을 하겠다는 사측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일해 왔는데, 이제 와서 경쟁 채용이라니 우리가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형평성’ 운운하며 정년을 단축하겠다는 것은 잘 조직된 미화 노동자들을 흔들려는 시도다. 자회사를 받아들이면 정년을 유지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은 “60세 이상자가 근무하는 직종이 청소, 경비 등 고령자 친화 직종에 해당하는 경우 별도의 정년을 설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윤병일 분회장은 “정규직 전환한다고 해서 임금이나 복지, 연금을 정규직과 똑같이 줄 것도 아니면서, 정년을 똑같이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사측의 논리를 비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해 처우를 개선해 왔다. 2014년 미화 노동자들이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 단체를 변경한 후 2015년 투쟁을 통해 임금을 23만 원을 인상시켰다. 이에 자극 받아, 병동사원·이송 노동자들도 노조에 가입했다. 한 미화 노동자는 투쟁을 통해 처우를 개선해 온 것에 자부심을 보였다. “2013년에 월급이 104만 원이었어요. 그런데 민주노총으로 옮겨 투쟁을 하니까 상여금과 교통지원비도 생기고, 식비도 인상됐어요.”

노동자들은 지난해 연말 사상 첫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파업으로 인한 즉각적인 성과[상여금 4만 6000원 인상]가 노동자들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노조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파업에 참여해 병원에 타격을 준 경험은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였다.

이제 노동자들은 그동안 다진 조직력과 투쟁력을 바탕으로 직고용 전환 투쟁에 나서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본관 앞 노숙 농성과 중식 집회, 외래 병동 침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쟁의권이 없어 21일 공동 파업에 동참하지는 못하지만, 같은 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집회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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