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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법인분할 반대 투쟁의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사측의 법인 분할에 맞서 5월 16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21일까지 4시간 파업을 하고 22일에는 하루 전면 파업과 서울 상경 투쟁을 한다. 법인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가 열리는 5월 31일을 하루 앞둔 30일에도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한다.

5월 16일 파업 첫날, 집회 시간이 다가오자 대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인원이 많았다. 최근 집회 대열이 800여 명 정도로 줄었었는데, 이날은 3000여 명이 참가했다. 정말 수년 만의 일이다. 노조 간부들은 늘어난 인원만큼 깔판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5월 16일 3000여 명이 모인 현대중공업 파업 집회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아침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내가 있는 팀에서도 60퍼센트 이상이 파업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어떤 부서에서는 승진해서 비조합원이 된 분들도 휴가를 내서 파업에 참여했다. 놀라웠다. 활동가들끼리 ‘우리 팀이 더 많이 참가했다!’면서 자랑하듯 말했다. 확 늘어난 인원에 모두들 상기됐다. 노동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공장 안을 행진하며 가스와 전기 스위치를 내렸다.

17일에도 3000여 명이 오토바이 행진을 벌였다. 일부 대열은 울산 동구청으로 항의 방문을 갔다. 동구청이 노조의 ‘법인 분할 반대’ 현수막을 민원을 핑계로 철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최근 법인 분할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는데, 조합원들은 여기에도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 노조의 참가 거부 호소에 호응한 것이다. 중간 관리자들은 참가 거부를 주도적으로 조직한 활동가들에게 경고장을 주면서도 당당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나도 속으로는 노조를 지지한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오토바이 경적을 울리며 법인 분할 반대를 외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권준모

치솟는 부채 비율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은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위한 중요한 절차다. 사측은 대우조선 인수에 앞서 현대중공업을 쪼개서 한국조선해양(가칭)이라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생산 공장을 자회사로 만들려 한다. 대우조선도 그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측은 자체 구조조정도 강화하려 한다. 5월 31일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라갈 ‘법인 분할 계획서’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지주회사는 8000억 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비롯해 자본금 절반 가까이를 가져가면서 부채는 모조리 현대대중공업 자회사로 넘기겠다고 한다. 부채 중 단 1500억 원만 빼고 7조 5000억 원이 모두 현대중공업으로 몰아준다. 현재 진행 중인 발주사와의 소송들도 현대중공업에 떠넘기는데, 여기서 패소하면 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노동자들은 높은 부채율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강요 받게 될 것이다. 지난 4년간 구조조정으로 부채 비율을 낮춰 놨더니, 또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이다. 사측이 법인 분할의 목적으로 제시한 “경영 효율성”, “사업부문별 경쟁력 강화”는 바로 우리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쥐어짜겠다는 뜻이다.

사측은 임금·노동조건을 공격하려 할 것이고, 고용을 위협하고 외주화 등을 확대하려 할 수 있다. 사측은 단체협약 승계 약속조차 하지 않고 있다. 법인 분할 계획서에는 신설 자회사가 되는 현대중공업으로 자동 승계되는 자산, 권리, 계약관계 등의 목록이 명시돼 있는데, 그 목록에 단체협약은 빠진 것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이 엄청 분개하고 있다.

앞으로 통상임금 소송도 불리해질 수 있다. 지난번에 진행된 2심 재판에서 법원은 회사에 4조 4000억 원의 부채가 있어 ‘신의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이런 뻔뻔한 논리가 더 강화될 수 있다.

최근 하청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해결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불만을 터뜨리고 항의에 나서고 있는데, 이런 요구와 투쟁에도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하청 노동자들은 그동안 소리소문 없이 공장에서 해고돼 대거 길거리로 몰리고 밥 먹듯 임금이 체불되는 등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말이다.

분노

사측은 노동자들을 더 깊은 구조조정의 암흑 터널로 몰아넣으려 한다.

법인 분할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은 매우 높다. 도대체 사측의 탐욕은 끝이 어디인가? 아무런 죄가 없는 우리가 왜 경제 위기의 책임을 다 져야 하는가? 우리는 더 이상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수천 명씩 파업 집회에 나서고 열기가 높아진 데는 최근 전체 노동자 투쟁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도 좋은 영향을 줬을 것이다. 우리와 같은 업종·지역에서도 투쟁이 벌어지고 성과를 냈다는 소식이 현장에 알려졌다. 얼마 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수천 명이 집회를 통해 요구했던 성과금의 대부분을 지급받았다. 울산에서 버스 노동자들이 짧은 시간이나마 파업을 벌여 어느 정도 임금 인상을 따냈다는 얘기도 들었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중단! 하청 노동자 체불 임금 해결 촉구 울산지역대책위’가 벌인 울산시민 설문조사에서 82퍼센트가 법인분할을 반대한다고 나온 것도 노동자들에게 힘을 줬다. 이 대책위에는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 민주노총 울산본부,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노동자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울산진보연대, 울산인권운동연대 등 20여개 울산지역 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사측은 지역 여론을 의식해 법인 분할이 현대중공업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린다며 지역 전역에 유인물을 뿌렸다. 그러나 반대 여론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파업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측은 이번 파업을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징계를 협박했다.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경고장을 보내기까지 했다.

다행히 아직 노동자들은 이런 협박에 흔들리지 않고 있다. 활동가들은 우리를 위축시키려는 사측에 맞서 단결해서 함께 싸우자고 호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에도 기업 분할을 한 적이 있다. 그때도 주주총회 저지 투쟁을 했지만 막지는 못했다. 그런 만큼, 법인 분할을 막으려면 강력하게 싸워야 한다. 단호하게 파업을 확대하고 사측에 타격을 줘 제동을 걸어야 한다.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은 대우조선 매각과 인수합병이라는 정부 정책의 일환인 만큼, 대우조선 노동자들, 민주노총·금속노조 등과 함께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5월 22일 서울 상경 집회와 30일 노동자대회에도 많이 참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