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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토탈 플랜트 노동자가 말한다:
“파업 대체인력 때문에 공장은 지금 시한폭탄입니다”

석유화학기업 한화토탈 공장에서 정비 업무를 하는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은 사고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 3개월 전에도 폭발 사고가 일어나 플랜트건설 노동자 9명이 다쳤고 2명이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사측은 한화토탈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기 보수 기간에 파업하자 정기 보수를 졸속으로 끝내 버렸다. 이렇게 사고 위험이 큰 상황에서, 사측은 대체인력으로 공장 가동을 강행하고 있다.

유증기 유출 사고의 피해자이자 언제 일어날지 모를 사고 위험 때문에 고통받는 플랜트 노동자한테 현장 상황을 들어 봤다.

"더는 목숨 걸고 일 못 하겠다" 작업을 거부하고 항의 중인 한화토탈 공장 내 플랜트 노동자들 ⓒ안누리

제가 일하는 공장은 유증기 유출 사고가 난 공장과 멀리 떨어져 있어요. 그래도 냄새가 올라 왔어요. 지금도 눈이 따갑고, 눈물이 많이 나고, 목도 안 좋고, 머리도 어지럽습니다.

사고 난 공장과 붙어 있는 나프타 분해 공장(NCC)에 있던 플랜트 노동자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많이 입었어요. 그 노동자들은 비계를 철거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안전 조회를 할 때 ‘대체인력 때문에 위험할 수 있으니 사이렌이 울리면 대피해야 한다’ 같은 얘기를 해 준 적이 없어요. 한화토탈이든 건설사[한화건설] 원청이든 하청이든. 그래서 사고 당시에 사이렌이 울렸지만 훈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대피가 늦어졌죠.

하청업체 소장은 사람들이 대피하려고 하니까 ‘다시 돌아와서 컨테이너에서 대기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나갔다 다시 돌아왔다니까요. [충남지역 플랜트건설]노조 간부들이 ‘사람 다 죽일 거냐’고 항의해서 대피시킨 거예요.

노조가 있는 작업자들은 그나마 낫습니다. 토목이나 건축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일하고 있었어요. 발전소 공사하는 작업자들도요. ‘일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시한폭탄 같은 공장

한화토탈과 환경부는 유출된 유증기가 유독 물질이 아니라고 얘기해요. 근데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MSDS(물질안전보건자료서)에는 직접 흡입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나와 있어요.

이번 유증기 유출 사고는 [탱크 안]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에 일어났잖아요. 그런데 그 옆에는 에틸렌 옥사이드를 다루는 공장이 있어요. 이게 폭발성이 있어요. 만약에 폭발이 일어났다면 바로 옆에 있는 이 에틸렌도 폭발했을 겁니다.

한화토탈 사측은 [정기 보수 기간부터 지금까지 파업 때문에 멈춰 있는] 나프타 분해 공장(NCC)을 가동하려고 해요. 여기에는 1000도 가까이 온도가 올라가는 공정이 있어요. 그 옆에선 벤젠·톨루엔·자일렌을 다루는데 이것들도 완전 폭탄이에요. 여기서 사고가 나면 그냥 ‘훅 가는’ 겁니다.

한화토탈은 1년에 1조 원 넘게 버니까 몇 사람 죽거나 다쳐도 돈으로 때우면 된다고 생각하겠죠.

한화토탈이 은폐하는 것도 엄청 많습니다. 분출된 유증기가 유독 물질이 아니라고 하는 것도 그래요. 위험성을 알면서 건설사 원청이나 하청업체에 미리 얘기하지 않은 것도 은폐한 거죠. 회사는 어떤 공장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전혀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맹정호 서산시장조차 사고 소식을 SNS를 보고 알았다고 했어요.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거죠. 왜 그랬겠어요? 숨기려고 했던 거죠.

“백프로 사측 책임입니다”

[석유화학 공장에서 대체인력 투입은] 폭탄을 만질 수 없는 사람에게 폭탄을 만지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측은 대체인력이 한때 공장 일에 발을 담가 본 적 있는 사람들이라 괜찮다고 해요. 하지만 이곳은 설비가 계속 교체돼요. 밸브도 바뀌고, 위치도 바뀌고, 게이지(수치)도 바뀌고. 한 달만 지나도 다 바뀌는데 은퇴자들이 들어와서 뭘 알겠습니까? 플랜트 노동자들은 계속 공장 들어가서 수리·보수하고 있기 때문에 아는 거죠.

플랜트 노동자들이 작업 거부를 시작한 것은 사고 다음 날부터였어요.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작업을 할 수 없었어요. 원청인 한화건설에 항의하러 갔어요. 근데 안전 확인은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식이었어요. 작업자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작업을 거부할 수밖에 없어요.

한화토탈 노동자들이 대체인력을 막아서 아예 공장을 멈추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도 있습니다.

이번 사고의 책임을 파업 중인 한화토탈 노동자들에게 돌리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회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공장 가동 안 했으면 되는 것이죠. 회사 책임이 100퍼센트예요. 회사가 사람이 위험하든 말든, 탱크가 터지든 말든 돈 벌겠다고 대체인력 투입해서 억지로 공장을 돌린 겁니다.

플랜트 노동자들은 솔직히 한화토탈 노동자들 파업 때문에 일감도 줄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사측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 거부 중인 플랜트 노동자들 하청업체는 노동자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빨리 대피하지 못하게 강요했다 ⓒ안누리
ⓒ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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